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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전문가가 본 한국시민단체 연결망

“한국 시민단체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네트워크가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끼리끼리 노는 것보다도 혼자 노는 양상이지요. 시민단체 연결망의 주변부로 갈수록 다른 단체와 연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민단체 연결망은 상당히 이원화돼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는 몇 개 단체와 전혀 그렇지 않은 대부분 단체라는 전혀 다른 두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건 결국 발휘할 수도 있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지요. 특히 지역단체로 갈수록 고립돼 있거나 같은 지역에 있는 단체와 최소한의 관계만 갖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네트워크 전문가 장덕진 교수.
시민의신문 
네트워크 전문가 장덕진 교수.

<시민의신문>과 ‘시민단체연결망분석’을 같이 한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단체 연결망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을 ‘조각난 네트워크’로 표현했다. 그는 “17대 국회의원들은 386운동권, 6·3세대, 긴급조치세대 등 6개 그룹을 중심으로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되지만 시민단체는 무려 44개 그룹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와 함께 “시민단체 네트워크는 몇 단계를 거치든 서로 연결되는 단체는 80%정도이고 나머지 20% 정도는 고립돼 있다”며 “그 20%는 말 그대로 ‘혼자 노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조각난 네트워크’라는 양상은 시민단체 연결망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단초가 된다. 그는 “글로벌 허브 몇 개를 빼버리면 연결망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연합 등 중심에 있는 몇 개 단체가 동시에 문을 닫는다고 가정합시다. 그럴 경우 시민단체들은 고립된 섬이 돼 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심이 되는 발전소 몇 곳이 가동을 멈추면서 그 영향이 미국 동부 전역에 미쳤던 2003년 8월 미국 동부지역 정전사태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겁니다.”

취약한 연결망을 보여주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서울 중심’에 있다.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연합, 시민행동, YMCA 등을 ‘허브’ 단체, 즉 일상적으로 시민운동의 중심에 있는 단체로 지목한 장 교수는 “학술적으로 볼 때 허브에는 글로벌 허브와 로컬 허브가 있다”며 “시민단체에서는 글로벌 허브는 있어도 로컬 허브는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서울 이외 지역에서,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허브가 많이 생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하면서 “허브가 없는 것보다는 허브가 있는 게 좋다”고 밝혔다. 중심에 있는 단체라도 없으면 시민단체가 파편화되고 시민사회 전반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지역별 연결망
대부분 지역의 단체들이 연결망에서 대단히 분절돼 있어 '조각난 네트워크'의 특징을 보여준다.
부산지역 연결망.
시민의신문 
부산지역 연결망.
인천지역 연결망.
시민의신문 
인천지역 연결망.
광주지역 연결망.
시민의신문 
광주지역 연결망.
대구지역 연결망.
시민의신문 
대구지역 연결망.
참여연대, 경실련, 녹색연합, 여성연합, 시민행동, YMCA를 제외한 연결망.
시민의신문 
참여연대, 경실련, 녹색연합, 여성연합, 시민행동, YMCA를 제외한 연결망.

문제는 시민단체 연결망을 하나로 이어주는 단체가 극소수에 불과하면 특정한 사안에 대해 특정 단체의 입장이 전체를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 있다. 장 교수는 이를 미일무역편중현상에 비유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지금 상태가 계속되면 다양한 민주주의 활성화라는 시민사회의 본래 목표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정 단체, 특정 그룹의 의견이 시민사회 전체 의견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입니다. 그걸 막으려면 가능하면 현재 중심이 되는 단체와 다른 이념성향, 다른 세대, 다른 지역 뭐든 간에 다른 특성을 가진 단체들이 허브로 많이 생겨야 한는 것입니다. 그게 시민사회 역동성을 유지하면서 위험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장 교수는 여기에 더해 한 가지를 더 지목한다. 그는 “한국에서 서울 중심이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분절이 서울과 지방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단체설립연도에 따른 차이도 있다”고 지적했다. “YMCA나 흥사단처럼 역사가 상대적으로 깊은 단체들이 규모는 제일 크지만 80년대 이후 생긴 단체들과 단절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6일 오후 17시 4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1호 9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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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활동전략이 '허브'시민단체 만드나

네트워크에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와 폐쇄적인 네트워크가 있다. 폐쇄적인 네트워크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자기들끼리만 관계 밀도가 높고 특정한 이익을 대변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는 비슷한 단체들끼리 모이는 것 보다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주력한다. 서로 다른 단체들끼리 모인다면 서로 다른 정보와 자원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성격이 다른 단체와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일정기간 이상 지속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허브’ 단체가 탄생한다.

시민단체 연결망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체는 바로 함께하는시민행동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결망 중심에 자리잡은 시민행동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스스로 “우리는 ‘등 단체’”라고 불렀다. 언론이 주요단체 몇 곳을 열거한 다음 ‘등 몇 개 단체’로 표현하면서 유래한 ‘등 단체’는 통상 사회적으로 주목을 별로 못 받는 단체를 가리킨다. 어떤 점들이 시민행동을 ‘등 단체’에서 ‘허브 단체’로 만들었을까. 시민행동의 활동전략은 여타 시민단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연대와 협력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점”을 시민행동의 연결망에서 눈여겨 볼 점으로 꼽았다. “새롭게 부상하는 조직이나 사람이 기존 허브와 협력적인 관계를 맺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경쟁관계로 설정하지요. 그럴 경우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너지 효과를 잘 활용하는 경우는 기존 ‘허브’를 인정하면서 기존 ‘허브’가 하지 못했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을 고민합니다.” 정선애 시민행동 정책실장은 장 교수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그것이 바로 시민행동이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1999년 창립한 시민행동은 초기부터 예산감시운동을 통해 부문, 성향, 지역과 상관없이 다양한 단체들과 관계를 맺었다. 특히 “단체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가를 중요하게 보면서 어떤 단체와도 경쟁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려 한 점”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성인지적 예산’이라는 매개를 통해 여성운동단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양자 모두 발전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에서 보듯 시민행동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셈이다.

“지도부를 자임하거나 주도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구성원들이 단체 설립 당시부터 확고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역할로 기여하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이름이 날 일이 있거나 성과가 날 일이 있거나 했을 때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의식했습니다. ‘등 단체’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다른 단체가 하지 않거나 별반 주목하지 않았던 예산감시운동과 정보인권운동을 시민행동의 주력활동으로 벌인 것은 시민행동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승창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우리가 참여연대와 똑같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비슷한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게 더 좋다고 본다”고 말한다.

시민행동 연결망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예산감시운동과 정보인권운동을 중심으로 성향,분야,지역 등에 구애받지 않고 연결망을 구축하는 활동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예산감시운동과 정보인권운동은 여타 단체에서 미진한 활동분야라는 점에서 독자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실을 한다.


시민행동 비공식 연결망.
시민의신문 
시민행동 비공식 연결망.
시민행동 공식연결망.
시민의신문 
시민행동 공식연결망.
시민행동 공조연결망.
시민의신문 
시민행동 공조연결망.
시민행동 평가연결망.
시민의신문 
시민행동 평가연결망.

“몸 대주기 연대운동은 안 한다”

시민행동은 연대운동에만 주력하는 단체가 아니다. 이름만 빌려주는 연대운동은 배제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연대운동은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 처장은 “시민행동을 처음 만들 때 기존 연대운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결국 한 단체가 다 하는 그런 운동은 단체간 민주주의에도 좋지 않으니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하 처장의 친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연대체 하나를 빼고는” 언론개혁을 주제로 한 연대운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 참여하더라도 특별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 처장은 “당장엔 욕먹을지 몰라도 결국엔 그게 전체운동에도 더 좋다”고 자신한다.

정 실장은 “근본적으로는 전술전략 차원에서 파워게임하듯이 연대가 이뤄지는 것은 결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며 “자꾸 그렇게 하다보면 그 방식에 의존하는 경향만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체간 네트워크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사안별 네트워크가 돼야 한다”며 “참여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사안에 대한 관심과 열정 때문에 자기 역할을 만들어 내는 연대운동”을 주장했다. 그는 “이라크 파병반대운동을 위해 수백개 단체가 모이는 것 보다 몇몇 단체가 벌였던 피스몹이 더 의미있다고 봤다”며 “자유롭게 모인 사람들이 피스몹을 위해 기획을 같이 하고 시간을 내고 열정을 보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창조적 에너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 처장은 “영향력 있는 단체, 큰 단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시민행동은 몇 등이 되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잘하고, 해보고 싶은 활동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성과를 내는 운동을 해보고자 했다”며 “그게 결국은 시민운동가가 운동을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 처장은 “처음에는 시민행동이라는 이름이 언론에 덜 나오는 걸 불만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게 나중에는 발전에 도움이 더 많이 되었다”고 말한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6일 오후 17시 3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1호 9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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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연결망 &quot;중도 중심&quot;

시민의신문은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및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한국 운동단체의 일반적 특징과 사회연결망(Social Network Analysis: SNA)을 파악하기 위해 단체 내용 분석과 전화인터뷰 등 양적 분석을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 시민사회 운동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시민사회 단체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지역별 분포도와 회원수, 예산 등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편집자주

서울집중 현상 심각

한국 시민사회 단체는 서울에 편중돼 설립 운영돼 있고 ‘중도’ 성향의 운동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질적으로 운동을 이끌고 있는 실무 책임자들은 대부분 40대들로 분석됐다. 회원수가 가장 많은 단체는 사랑의장기운동본부이며 집행 예산이 가장 많은 단체는 서울 YMCA 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학교

이같은 결과는 시민의신문이 전국 시민사회운동단체를 양적 분석 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900년대 초반부터 2000년까지 100년 동안의 설립된 시민단체들의 지역별 분포, 이념성향, 활동분야, 회원수, 연 예산, 대표 연령과 학력, 실무 책임자 연령과 학력, 정기 간행물 발행 여부 등을 조사 분석한 것이다.

●단체 지역별 분포=전국 시민단체를 지역별로 분류해 할 경우 서울(74곳, 33.5 %), 강원(20곳, 9.0%), 광주(16곳, 7.2%), 인천(15곳, 6.8%), 전남(15곳, 6.8%), 충남(15곳, 6.8%), 대구(12곳, 5.4%), 전북(10곳, 4.5%) 등이다.

이를 도 단위로 분석 할 경우, 서울(74곳, 33.5 %), 호남지역(41곳, 18.6%), 경남지역(29곳, 13.1%), 충청지역(28곳,12.7%), 강원지역(20곳, 9.0%), 제주지역(3곳, 1.4%) 등이다.

지역별 이념 성향은 전체적으로 약간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었으며 서울은 극우를 제외한 진보와 보수 전 영역에 걸쳐 있고, 강원은 약간 우익 성향을 보였다. 

서울대학교

설립시기별 설립 목적을 87년 이전(1단계)과 87년 97년 사이(2단계), 97년 이후(3단계)로 나눠 분석 했을 경우 1단계 시기에는 시민사회 일반단체가, 2단계에는 환경ㆍ지역 자치ㆍ빈민ㆍ여성 단체들이 설립됐다. 3단계에는 시민사회 일반과 지역 자치/빈민 단체ㆍ환경ㆍ문화 등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념성향=전국 시민단체들의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31명(59.3%)은 자신의 단체가 중도라고 응답했다. 진보 성향에 가깝다고 응답한 사람은 80명(36.2%)이며 극좌는 3명(1.4%)이었고, 극우는 7명 (3.2%)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립연도별로 이념성향을 분석해 보면, 국가가 위기에 처한 시기에 시민단체들의 성향이 중도에서 진보성향을 띤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들면 3ㆍ1 운동이 일어난 시기인 1910년대와 1920년에는 진보적인 성향의 단체들이 생겨났고, 5ㆍ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시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설립된 단체들도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단체들이 설립됐다.

설립시대별 이념 성향은 87년 이전(1단계)에 설립된 단체들의 이념 성향은 ‘중도’, 87년과 97년 사이(2단계)에 설립된 단체 이념 성향은 중도와 진보의 ‘중간’, 97년 이후(3단계) 설립된 단체들도 중도와 진보의 ‘중간’적인 이념 성향을 갖고 단체를 설립 한 것으로 분석된다.

활동분야별 이념성향을 분석해 보면, 노동ㆍ농어민과 온라인 단체는 진보적인 성향을, 종교단체는 ‘중도’ 성향을 보였으며 나머지 활동 시민단체들은 ‘중도’와 ‘진보’ 중간 단계 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학교

●활동분야와 회원수 및 예산=190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단위로 나눠 분석 할 경우, 1990년대(111곳, 50.2%), 2000년대(27곳, 12.2%), 1980년대(23곳, 10.4%) 순이었다. 지난 1910년대와 1950년대에는 각각 1개의 시민단체만 설립됐다. 

2005년 기준으로 시민사회 일반(37곳, 16.7%) 단체가 가장 많이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역자치(25곳, 11.3%), 환경일반(24곳, 10.9%), 여성(20곳, 9.0%) 순이었다. 나머지 단체들은 활동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미만이었다.

사랑의장기증운동본부가 회원수가 가장 많으며 대한불교청년회, YMCA, 민예총, 원청, 소비자시민모임, 서울 YMCA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들은 1만 명 내외의 회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작은 시민단체는 충청도 지역에 위치한 단체이며 회원수는 37명이다. 가장 많은 회원수는 서울지역에 위치한 장기기증본부로 약 20만 명이다.

지역별 평균 회원수는 서울이 가장 많았고, 경기, 호남, 경남 순으로 나타났다.

설립연도별 회원수는 1920년대 가장 많은 평균 회원수를 보였으며 1964년, 1988년, 1992년 순으로 분석됐다. 이를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1900년 초반에 8만5천여 명의 회원수가 최고였고, 1940년대 가장 적은 회원 분포도를 보였다.

특히 1960년 이후 단체 회원수가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이에 대한 단체들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87년 이전(1단계)과 87년~97년(2단계) 및 97년 이후(3단계) 등으로 나눠 회원수를 분류 했을 때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온다. 특히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시기에 시민단체 회원수가 급격히 줄었다. 활동 분야별 평균 회원수는 사회서비스 1만 6천여 명, 시민사회 일반 1만2천여 명, 문화 9천여 명, 노동ㆍ농어민 8천여 명 순이었다.

연간예산은 서울 YMCA가 가장 많고 장애권익문제연구소, 책읽는사회, YMCA, 지구촌나눔운동 순으로 분석됐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들은 10억원 내외의 예산으로 1년 살림을 하고 있다. 가장 적은 예산은 960만원, 가장 많은 예산은 2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특이한 사항은 회원수와 연간예산은 큰 상관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면 연 예산이 가장 많은 서울 YMCA는 가장 회원수가 많은 사랑의장기증운동본부의 30% 정도 회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념성향과 연간예산을 분석했을 때, 예산 상위 단체들(서울 YMCA,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책읽는 사회)은 대부분 중도 성향을 표방하고 관련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무자수와 연간예산을 함께 조사해 보면, 서울 YMCA가 실무자수와 연간예산이 가장 많은 단체이다.

● 대표와 실무책임자 및 정기간행물= 대표 연령은 40대 후반과 50대 후반이 가장 많았다. 단체대표가 없는 경우가 136곳(61.5%)으로 가장 많았고, 28곳(12.7%)의 단체들은 두 명의 공동대표를 두고 있었으며, 27곳(12.2%)의 단체들은 한명의 대표를 두고 있었다.

서울대학교

실무 대표자들의 나이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사이에 출생한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이 시민단체 실무책임을 맡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시민운동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무자수는 최대 400명에서 1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120여 곳의 단체들은 20여명 내외의 실무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 실무대표자 연령은 강원(37세), 경기(41세), 경남(45세), 광주(39세), 대구(37세), 대전(51세), 부산(43세), 서울(46세), 울산(40세), 인천(41세), 전남(41세), 전북(39세), 제주(37세), 충남(36.5세), 충북(46세) 등이다. 지역별 실무자수는 서울 27명, 경기 12명, 충청 6.5명, 제주 6명, 호남지역과 경남지역 5.5명, 강원 4.5명 순이다.

특히 90년이후 설립된 단체들은 정기간행물 발행을 통해 단체의 정체성과 활동 내역을 알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위기를 겪은 뒤 정기간행물 발행이 급증했다.

김춘효ㆍ강국진 기자  monica@ngotimes.net

2006년 1월 2일 오전 9시 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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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민단체연결망 '분절'

한국 시민사회단체는 단체간 연결망이 약하고 서울중심성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단체간 시너지를 위해서는 참여연대 등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단체들 이외에 지역이나 활동분야별로 중심축 역할을 하는 단체들이 나와 주변부 단체들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중심성을 극복하고 지방별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하는 과제가 시민사회에 제기된 것이다.

시민단체 연결망을 보여주는 그래프. 간격은 단체간 긴밀도를 나타내고 그림 가운데 있을수록 중심성이 높다. 주황색은 서울지역. 보라색은 지역단체다.
시민의신문 

시민단체 연결망을 보여주는 그래프. 간격은 단체간 긴밀도를 나타내고 그림 가운데 있을수록 중심성이 높다. 주황색은 서울지역. 보라색은 지역단체다.

이같은 사실은 <시민의신문>이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은수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회원단체 223곳을 대상으로 시민단체들 사이의 연결망을 ‘사회연결망분석(SNA)’ 기법을 활용해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사회연결망분석이란 구성 요소의 관계, 즉 연결망을 분석해 사회나 조직이 어떻게 구성돼 있고 움직이는지를 알아내는 연구방법론이다. ‘여섯 단계만 거치면 모든 사람이 연관돼 있다’는 1960년대 미국 학자의 연구결과는 사회연결망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시민단체연결망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성은 ‘조각난 연결망’(Fragmented Network)이라는 점이다. 위계적 문화에 익숙한 한국사회에서 대부분의 연결망은 분할이 거의 없는 수직적 형태로 나타나는데 반해 시민단체 연결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비공식연결망의 경우 무려 44개의 구성요소로 나뉜다. 이는 사회연결망에서도 매우 드문 현상이다. 장 교수는 “한국에선 대개 밀도가 높고 위계가 분명한 연결망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라며 “시민단체연결망처럼 조각나고 분절된 형태를 보이는 연결망은 처음 본다”고 지적할 정도다. 이는 ‘한국 시민단체들은 결집력이 약하거나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해석과 ‘다원적 민주주의를 꽃피고 있다’는 긍정적 해석이 모두 가능한 대목이다.

또 다른 특징은 시민단체들이 크게 보아 두 종류로 이원화돼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참여연대나 경실련처럼 ‘중앙’에서 활동하면서 전국적 지명도와 연결망을 가진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 단체들과 연계가 거의 없이 지역이나 분야 등에서 ‘주변부’에서만 활동하는 단체들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회자되는 ‘서울중심성’은 시민단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분석 결과 지역별 연결망은 예외없이 서울중심이었으며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간 연계는 거의 없었다. 제주 지역은 종종 연결망에서 고립된 형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역 시민단체에서 흔히 쓰는 ‘서울것들’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실제 활동과 비공식연결망에서 조차 서울의존성이 강한 것이다. 이번 분석은 서울중심성을 극복하고 지역별 연결망을 강화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과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2일 오전 8시 2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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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민운동 허브는 어디일까

참여연대, 환경연합, 경실련, 함께하는시민행동, YMCA. 시민운동 허브(Hub)단체들이다. 이들 단체들은 시민단체연결망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다양하고 폭넓은 네트워크를 통해 시민사회를 주도한다. 참여연대는 특히 가장 모범적인 시민단체로 압도적인 평가를 받은 것을 비롯해 모든 분야에 걸쳐 허브 구실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참여연대가 한국 시민사회를 주도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민의신문 
같은 지역에 있는 단체들끼리 3차원 박스로 묶고, 박스를 넘나드는 연결관계들을 선으로 표시했다. 서울 지역 단체들이 있는 박스에만 많은 선들이 넘나드는 것이 보인다.

단체간 비공식연결망에서는 참여연대, 환경연합, 여연, 경실련, 시민행동이 중심을 차지한다. 시민운동가들은 단체 활동에 어려운 일이 있거나 쟁점이 되는 특정 사안이 생겼을 때 ‘비공식’적으로 이들 단체 운동가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한다. 공식적으로는 참여연대, 환경연합, 연대회의, YMCA, 경실련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들이 시민단체 논의에서 공식적인 허브 구실을 하는 것이다. 최근 3개월 구체적인 연대활동에서는 환경연합, 참여연대, 전교조, 경실련, YMCA, 녹색연합 순으로 중심을 차지한다.

허브 단체들은 무엇보다도 개방적인 연결망을 갖고 있다. 특히 참여연대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면서도 그로 인한 행동제약을 받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허브 단체들이 모두 서울에 위치한 단체라는 점은 ‘시민단체의 서울중심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조차 서울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시민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시민단체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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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을 각 단체의 지위에 따라 동심원으로 표시하고 서울지역 단체만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가운데 있는 단체들이 거의 노란색인 것을 알 수 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가 중심

단체간 공조연결망에서는 보수가 중도에게, 중도가 진보에게, 극좌가 진보에게 공조를 요청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공식연결망에서 좌-극좌-중도-우 순서로 중심에 근접하는 양상을 보였다. 시민단체간 공조활동에서 진보단체가 중심에 있는 셈이다. 전체적으로 보수단체는 시민단체 연결망에서 상대적으로 고립된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모든 연결망에서 중도단체 이외에는 연결관계가 없었다.

정치적 성향을 극좌에서 극우 다섯단계로 구분했을 때 극우를 표방한 단체는 하나도 없었으며 대부분이 중도(59.3%)와 좌(36.2%)에 분포해 있었다. 그러나 단체에 대한 평가에서는 중도를 표방하는 단체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 눈길을 끈다.

참여연대는 다른 단체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관계의 내용을 보면 환경련, 시민행동, 경실련, 민언련 등 다른 주요 단체들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 다른 단체들끼리는 관계가 거의 없는데서 보듯이 참여연대가 가운데 끼지 않으면 이들 단체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즉 참여연대는 자신이 아니면 연결되지 않을 단체들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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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다른 단체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관계의 내용을 보면 환경련, 시민행동, 경실련, 민언련 등 다른 주요 단체들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 다른 단체들끼리는 관계가 거의 없는데서 보듯이 참여연대가 가운데 끼지 않으면 이들 단체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즉 참여연대는 자신이 아니면 연결되지 않을 단체들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무엇이 이슈인지를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고, 언제나 이슈의 중심에 설 수 있다. 그 결과 참여연대는 시민단체 평가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게 된다.

종합단체 중심

비공식ㆍ공식ㆍ공조ㆍ평가 연결망에서 하나같이 시민사회일반 단체들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참여연대나 경실련 같은 이른바 ‘종합단체’들이 시민운동에서 중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공식연결망에서는 온라인단체와 종교단체는 고립돼 있었다. 문화단체는 사회서비스와 지역자치ㆍ빈민 단체도 선택하며 노동ㆍ농어민단체는 지역자치와 빈민단체를 주로 선택했다. 공식연결망에서는 시민사회일반 단체들이 노동ㆍ농어민 단체를 주로 선택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시민사회일반 이외에도 문화, 환경, 지역자치, 빈민 단체들도 많은 선택을 받았다.

공조연결망에서는 시민사회일반이 여전히 중심이지만 그 정도는 약간 완화되며 환경과 교육ㆍ학술단체 등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비공식ㆍ공식 연결망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노동ㆍ농어민, 사회서비스, 온라인 단체들이 공조연결망에서는 고립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평가연결망에서는 시민사회일반이 압도적이지만 여성단체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민사회일반 단체들은 사회서비스단체를 높이 평가했다.

당진환경련은 4개의 단체와 연결되어 있어 비교적 관계는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4개 중 3개가 당진지역에 있는 단체여서 이슈 자체가 지역적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당진농민회와 당진참여연대는 당진환경련이 아니더라도 원래 연결되어 있는 단체이다. 이와 같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면 이슈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무엇이 이슈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다.
시민의신문 

당진환경련은 4개의 단체와 연결되어 있어 비교적 관계는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4개 중 3개가 당진지역에 있는 단체여서 이슈 자체가 지역적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당진농민회와 당진참여연대는 당진환경련이 아니더라도 원래 연결되어 있는 단체이다. 이와 같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면 이슈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무엇이 이슈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다.

대구참여연대도 당진환경련과 매우 비슷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시민의신문 
대구참여연대도 당진환경련과 매우 비슷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것은 반드시 지방 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지역에 기반한 녹색교통의 경우에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 결과 공조하는 단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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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반드시 지역 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지역에 기반한 녹색교통의 경우에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 결과 공조하는 단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1987~1997년에 설립된 단체가 중심

시민단체를 설립시기별로 △1987년 이후 △1987~1997년 △1998년 이후로 구별했을 때 87~97년 사이에 설립된 단체들이 비공식ㆍ공조ㆍ평가 연결망에서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식적으로는 역사가 오랜 단체들이 중심에 있었다. 다만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87년 이전에 설립된 단체와 87~97년 사이에 설립된 단체들은 서로 선택하면서 상호의존하고 있다. 87년 이전에 설립된 단체들은 모든 연결망에서 87~97년 사이에 설립된 단체들을 선택했으며 87~97년 단체들도 87년 이전 단체를 선택했다. 반면 평가연결망에서는 87년 이전 단체와 97년 이후 단체들이 모두 87~97년 단체를 선택한 반면 87~97년 단체들은 자기들 스스로를 높이 평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사회연결망분석(SNA)이란?

사회연결망분석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회학적 연구방법론 가운데 하나다. 사회연결망 이론은 집단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놓고 컴퓨터를 이용해 구조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즉 사회연결망분석이란 구성요소의 관계, 즉 연결망을 분석함으로써 사회나 조직이 어떻게 연결돼 있고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사회연결망분석은 사회학 뿐 아니라 인문, 사회, 공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사용한다.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방대하고도 복잡한 사회현상이나 조직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사회연결망분석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에서도 사회연결망분석을 활용한 탐사기획보도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조선일보는 ‘17대 의원 네트워크 분석’을, 중앙일보는 ‘17대 의원 투표성향 분석’ ‘대한민국 온라인사회 대해부’ 등 사회연결망분석을 활용한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시민의신문>이 기획한 ‘시민단체연결망 분석’을 사회연결망분석 기법을 활용해 시민사회를 분석한 최초의 사례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회원단체들의 단체연결망을 분석했으며 <시민의신문>이 발행하는 ‘민간단체총람 2006’에 실린 단체정보를 활용했다. 시민단체 사이의  비공식연결망, 공식연결망, 공조연결망, 평가연결망으로 나눠 단체연결망을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공조연결망은 공식연결망에 더해 최근 3개월간 실제 다른 단체와 연대활동을 맺은 현황을 분석했으며 평가연결망은 특정 단체가 높이 평가하는 단체들의 관계망을 통해 연결망을 분석한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2일 오전 8시 2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0호 11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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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경 기동단장 직위해제

경찰청, 서울시경 기동단장 직위해제
11월 15일 여의도 농민시위 지휘책임 물어
2005/12/14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경찰청은 지난 11월 15일 농민시위 직후 숨진 고 전용철씨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종우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장을 직위해제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청은 시위진압과정에서 일부 진압부대가 방패를 시위대에 가격했다는 사실과 홍덕표씨가 시위과정에서 방패에 맞아 부상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종우 시울시경 기동단장 직위해제 방침을 밝히는 최광식 경찰청 차장.
강국진기자

이종우 시울시경 기동단장 직위해제 방침을 밝히는 최광식 경찰청 차장.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지난 14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과 안전을 최우서으로 해야 할 경찰로서 집회에 참석했던 농민이 사망하고 다수 부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감찰을 벌이고 있으며 조사결과가 나오는대로 지휘계통에 대한 문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장은 원광대병원에 입원중인 홍덕표씨에 대해 “진압경찰로부터 가격을 당해 부상당했을 가능성이 현저하므로 당시 구체적 상황 등 관련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용철씨 사망에 대해서는 “‘정지된 물체에 후두부가 충격을 받아 사망’한 것이라는 부검결과가 있어 후두부 손상 과정에서의 외부충격 가능성을 포함해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는 집회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직접적인 사인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 차장은 “홍덕표씨는 집회 과정에서 119에 실려갔으며 방패에 맞아서 다쳤다고 증언했고 상처를 살펴봐도 집회에서 부상당한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현장에서 홍덕표씨로 보이는 사진이 두 장 있다”며 “두 장 모두 시위를 관망하는 사진이었다”고 덧붙였다.

고 전용철씨 사망 진상규명과 관련해 최 차장은 “2000여장의 사진과 25개 동영상 테이프를 반복해서 조사하고 있다”며 “전용철씨가 찍힌 사진이 5장”이라고 말했다. 그 사진들은 △16시 19분경에 상여 앞으로 나와 장대를 들고 버스 위 경찰에게 휘두르는 장면 △물대포를 뒤로 돌아 피하는 사진 △16시 20분경 상여 후미에서 시위를 관망하는 사진 △17시 35분 문화마당 화단에서 물러나는 장면 △18시 18분경 문화마당 국기게양대 부근에 쓰러져 있는 사진 등이다.  

경찰청이 사진과 동영상을 분석해 현재까지 찾아낸 홍덕표씨와 고 전용철씨 시위 사진. 왼쪽 두장은 홍덕표씨, 오른쪽 4장은 고 전용철씨가 나온 사진들이다.
강국진기자

경찰청이 사진과 동영상을 분석해 현재까지 찾아낸 홍덕표씨와 고 전용철씨 시위 사진. 왼쪽 두장은 홍덕표씨, 오른쪽 4장은 고 전용철씨가 나온 사진들이다.

한 경찰관계자에 다르면 경찰청은 현재 강도 높은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 차장은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가 나오면 협조를 받아 최종결론을 내릴 것”이며 “경찰 차원에서 최대한 조사하되 미진한 부분이 있거나 농민 협조가 제대로 안될 때는 국가인권위 조사결과 발표를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은 경찰 입장을 옹호하는 주장도 같이 내놓았다. 최 차장은 “최근 경찰은 과격시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구 사용이 제한돼 있어 방패나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시위대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부 기동대원들이 방패로 시위대를 타격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시위대를 방패로 찍으라는 명령은 없었다”고 강변했다. 그는 “경찰의 시위진압 방법과 현재 시위문화에 상응하는 경찰 조치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받아 새로운 시위대응 매뉴얼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 발표에 대해 오창익 인권수호위원회 위원(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일단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 전용철씨 사망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국장은 특히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에는 시위를 ‘진압’ 대상으로만 보는 경찰의 시각과 전의경 제도가 자리잡고 있다”며 “전의경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2월 14일 오후 14시 4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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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경찰 인력 대폭 감축한다

경찰청이 보안경찰 인력을 대폭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청 보안국에서는 이와 함께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보안과라는 명칭을 바꾸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보안국 혁신기획팀에서 일선 보안경찰들을 상대로 설문조사까지 마쳤으며 ‘헌법수호과’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청 보안국 차원에서는 이미 인력감축을 단행했으며 일선 보안수사대 차원에서도 인력감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선 보안수사대 인력 가운데 일부는 이미 다른 부서로 옮길 준비를 하는 등 보안경찰 인력감축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 보안수사대 관계자는 “직원 일부분이 타 부서로 전출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 경찰청 보안국 간부는 “내년 1~2월 인사이동에 맞춰 심사를 통해 보안경찰 인력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보안수요가 준 게 사실이고 경찰 방향도 지능범죄와 민생치안으로 가고 있다”고 인력감축 요인을 설명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보안인력을 더 줄이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 경찰서 보안수사대 관계자는 “경찰청 단위에서는 이미 인력감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지침이 내려오진 않았지만 일선에선 인력감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는 산업스파이나 불법무기 밀매 같은 국가중요범죄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혁신기획단 관계자는 “보안경찰 인력감축은 현재 논의중이며 아직 시행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고 밝힌 뒤 “보안국 자체적으로 인력감축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안경찰 인력감축은 현재 경찰청 혁신기획단이 제출한 안과 보안국 혁신안 두 가지가 있다”며 “두 혁신안을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혁신기획단에서는 ‘20%보다 훨씬 많은 감축’을, 보안국 혁신안은 ‘20%보다는 적은 감축’을 제시했다”며 “보안경찰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는 경찰 내부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통은 있겠지만 인력감축은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경찰청 혁신기획단 관계자는 “보안경찰 혁신요구는 이전부터 있었으며 인력감축도 꾸준히 이뤄졌다”고 지적한 뒤 “보안인력을 줄이고 외사, 교통, 수사 쪽을 늘리는 게 경찰의 최근 추세”라고 귀띔했다. 그는 보안국과 보안과 명칭변경과 관련해서는 “보안국 쪽에서 매년 그런 의견이 있었다”며 “조직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조직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인데 이름만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말해 부정적인 인식을 비쳤다.

한 경찰 관계자는 “허준영 경찰청장은 외사과 출신이라 외사과를 늘리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보안 인력을 외사 부문으로 인사이동시키고 외사과 위상을 대폭 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안과 위상 약화로 이어지는 흐름”이라고 귀띔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2월 12일 오전 7시 1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7호 1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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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자격미달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11월 17일 유엔총회를 통과한 북한인권결의안,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인권정신에 입각해서 결의안을 비판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온다.

사실확인 안된 ‘추측성 결의안’

UNPhoto /Paulo Filgueiras

북한인권결의안에는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여러 인권침해사례를 들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정치범 수용소와 광범위한 강제노역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구금, 고문, 비인간적 대우, 사형 △매춘이나 강제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 인신매매, 강제유산 △임산부의 아이에 대한 영아살해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들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는 사안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추측보도’를 통해 ‘주장’을 ‘기정사실’로 둔갑시켰다”며 “명확한 근거는 없고 2차증거만 있는 ‘카더라 통신’”이라고 결의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설령 그런 사례가 있었거나 들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던 90년대 중후반 얘기”라며 “그때 사례에 대한 ‘주장’을 근거로 지금도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사례들을 북한 인권 전체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강제적 실종 형태의 미해결된 외국인 납치 문제”라는 대목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간 납치문제는 지금까지 물밑에서 정부가 노력 많이 했고 근래 남북대화에서 전쟁기간 이후 행방불명자 표현으로 공식 회담의제로까지 올라갔다. 남북간 해결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인 납치문제도 사실 북일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하고 있었던 사안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사과하고 인정하고 생존자를 돌려보냈던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전문가들은 그 조항이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납치문제 해결하는데 적절한 언급인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일본이 식민지시기 민간인납치한 것은 왜 얘기 안하느냐”는 비아냥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종합적 분석 없이 균형 잃은 접근

인권을 침해하는 가장 큰 폭력은 사실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자체가 폭력을 기초로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권을 보호하고 개선하는 가장 큰 주체도 국가다. 북한정권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1차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긴 하지만 이번 결의안 같은 접근법은 인권침해자로서의 국가는 부각시키는 반면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의 역할은 무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균형을 잃은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악화된 데는 내부요인 못지않게 남북한 분단, 대북경제제재와 군사적 위협, 북핵갈등 등 외부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인권결의안은 모든 책임을 북한정권에게만 돌려버림으로써 ‘보편성, 총체성, 상호의존성’이라는 인권의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세계식량계획(WFP)와 비정부기구 등 인도적 지원기구에게 현장접근을 보장하라고 요구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한겨레 9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월 9일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이 올해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목표치는 50만4천톤이지만 9월까지 북한에 인도된 것은 17만톤 뿐이었고 이중 10만톤은 한국정부가 제공했다. 게다가 지난해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면서 분배감시 요구는 더 까다로워졌다. 북한으로서는 실속도 없이 인권개입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인도적’ 지원이 달가울 리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평화네트워크는 지난 11월 18일 성명에서 “세번에 걸친 유엔인권위 결의안과 이번 유엔총회 결의안은 유엔조차 미국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대북인권정책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강한 우려를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엔이 미국 등 강대국의 정치적 의도와 부당한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균형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정성과 선의를 갖춘 정당한 개입주체로 거듭나라”고 촉구했다.

자유권에만 초점 맞춰

한 사회의 인권문제를 볼 때는 보편성 뿐 아니라 총체성, 상호의존성을 봐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이번 결의안은 정치적·시민적 권리, 즉 B규약을 위주로 했다. 사회적·경제적·문화적 권리, 즉 A규약과 관련한 사회권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1993년 비엔나에서 열린 세계인권특별총회는 “A규약과 B규약은 상호보완적이며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상호종속되며 포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선언했는데 그 정신을 살리지 못한 것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한반도 평화권이라는 큰 틀 속에서 북한의 생존권, 생명권, 생활권, 시민적 정치적 자유가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살피면서 동시에 다루어야 함에도 전혀 그러지 못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2월 5일 오전 7시 51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6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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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인권대사가 말하는 북한인권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을 구석에 몰아넣고 다그치기 위한 것이었다. 인권을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인권이 정치의 도구가 돼선 안된다. 인권이 어느 정권이나 집단을 압박하는 도구가 되거나 자기 정치적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되면 결국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인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명백히 북한 인민들이고 다른 이들은 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언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지난 11월 17일 유엔 총회는 사상 최초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찬성 84표, 반대 22표, 기권 62표 결과로 채택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우리의 노력도 대북정책의 전반적 틀 속에서 여타 주요 우선순위와 조화를 이루면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 기권했다. 표결 결과는 절묘하다.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가결됐다는 점이 고무적이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반대와 기권이 찬성과 동수라는 점에서 할 말이 있다.

박경서 인권대사는 1982년 3월 1일부터 1999년 12월 31일까지 18년간 스위스 제네바 소재 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아시아 총무와 아시아 정책위 의장을 역임했으며 2001년 인권대사에 임명받은 이후 현재까지 인권대사로 일하고 있다.
양계탁 기자

박경서 인권대사는 1982년 3월 1일부터 1999년 12월 31일까지 18년간 스위스 제네바 소재 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아시아 총무와 아시아 정책위 의장을 역임했으며 2001년 인권대사에 임명받은 이후 현재까지 인권대사로 일하고 있다.

박경서 인권대사는 인권결의안 기권 배경과 이유에 대해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큰 목표와 명제 속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박 대사는 지난달 29일 인터뷰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입장을 설명하고 결의안 통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사는 “유엔마저 인권이라는 주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구나 하는 서글픔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해당국의 인권을 고양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건설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는 핵심은 빠진 채 ‘우리는 잘났고 너는 못났다’는 공격적인 장면만을 목격하면서 인권마저도 국가간 이해관계에 종속되는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객전도된 대북 인권공세

박 대사는 무엇보다도 대북인권결의안이 자유권에만 초점을 맞춘 채 다양한 요인들을 무시했다는 점을 꼽았다. 인권을 다룰 때, 특히 북한의 경우는 한반도 평화권이라는 큰 틀 속에서 북한의 생존권, 생명권, 생활권,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가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살피면서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확인이 안된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문제로 지목했다. “식량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들에게 정치적·시민적 권리만 일방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은 북한 생명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균형을 잃은 태도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엔에서 북한 인권을 다루는 장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유엔총회나 유엔인권위원회 등 ‘유엔헌장기구’에서 이뤄지는 인권, 곧 ‘인권정치’가 이뤄지는 장이다. 이곳에선 이해관계에 따라 그리고 정치적 타협에 따라 인권을 다룬다. 로비도 치열하다.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번번이 부결된 것은 중국이 벌인 로비와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결과였다.

다른 하나는 기술적 전문적 실용적 접근이 이뤄지는 ‘유엔조약기구’에서 이뤄지는 인권이다. 바로 유엔이 체결한 여러 인권 협약의 이행을 위한 각종 위원회들이다. 여기서는 구체적인 특정분야 인권문제를 다루고 해당국은 보고서를 제출한다. 해당 국가 책임자들이 설명을 하고. 세계적 전문가들이 질문하고 보고서를 낸다. 북한은 전자에 대해서는 ‘무성의’하게 나오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비교적 협력을 잘 하는 편이다. 보고서도 내고 적극적으로 해명도 한다. 아동권리위원회 위원들 평양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박 대사는 북한이 유엔인권위원회 등 ‘유엔헌장기구’에 대응을 안하는 이유에 대해 “북한보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강압적으로 하니까 북한은 구석에 몰린 것”이라며 “누구든지 구석에 몰아놓고 들이치면 거부반응을 보이게 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한 인권개선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며 “그러려면 북한이 국제무대 나와서 대화하고 국제적 기준에 맞춰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북한은 비팃 문타폰 북한인권 특별 보고관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인권 주체는 북한인민

양계탁기자

그는 “한국이 기권한 것은 북한인권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북한이 인권선진국이어서가 아니다”며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우선 보장한 다음에 북한의 인권을 총체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인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 인권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건설적으로 주위에서 북돋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문제 해결의 주체는 북한인민 자신”이라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입장은 자연스레 반북성향을 가진 인권단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는 프리덤하우스 등에서 주도하는 북한인권주간에 대해 “의도가 무엇이고 방법이 뭔가를 봐야 한다”며 “대화를 통해 진짜 조언자, 협조자로서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모르지만 이벤트 중심으로 인권을 이용해 ‘누구누구 때려죽이자’고 외치는 것은 인권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우려했다.

“불행하게도 현재 북한인권 담론은 자유권(시민적·정치적 권리)만 중심으로 해서 일방적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인권문제를 다룰 때 북한 같은 경우는 특히나 ‘평화권’이라는 큰 틀 속에서 북한의 생존권, 생명권, 생활권, 시민적·정치적 자유가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살피면서 동시에 다루어야 합니다. 특히 ‘북한인권문제의 주체는 북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어느 인권이든 인권은 당사자들이 고양시키는 것입니다. 아동인권조차도 어린이가 주체가 되야 완결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제3자가 해야 할 일은 평화와 대화에 근거해서 당사자가 인권에 눈 뜨고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주선해 주는 사람,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진심어린 인권고민이 결국 승리할 것

생각해보면 인권만큼 급진적인게 있을까. 한 명이라도 더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고자 하는 자본가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한 세계인권선언 제23조는 지금도 ‘가장 과격한 주장’일 수 있다. 또한 어제 인권명제가 오늘은 상식이 되고 내일은 반동이 될 정도로 항상 새롭게 바뀌는 것이 인권담론이다. 박 대사는 환경권과 함께 ‘21세기 인권’으로 평가받는 ‘평화권’을 강조하는 것으로 자신의 말을 끝맺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3년간 한국전쟁을 겪었습니다.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개인의 인권보다는 집단의 인권이 우선하기 때문이지요. 한반도 평화정착을 먼저 성취하고 그 다음에 자유권과 사회권을을 균형있게 총체적으로 발전시키여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박 대사는 진보개혁 진영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고 했다. “여러분이 고민하고 내놓는 대안과 정보를 외국에 많이 알려야 합니다. 길게 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인권 생각하는 사람들이 승리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사진=양계탁 기자 gaetak@ngotimes.net

2005년 12월 5일 오전 8시 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6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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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담론경쟁 '후꾼'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국내 진보와 보수단체 간에 ‘담론경쟁’이 치열하다. 보수진영의 전유물이던 북한인권담론에 진보진영이 적극 대응하면서 보수 독주체제에서 경쟁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담론경쟁은 북한인권문제의 원인과 진단, 해법을 둘러싼 ‘노선 차이’와 ‘1세대 인권론’인 자유권만 기준으로 삼아 북한인권을 보는 관점과 ‘3세대 인권론’인 발전권·평화권을 중심으로 북한인권을 보는 관점 등 2가지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보수단체는 진보단체에게 “북한인권문제에 눈을 돌리고 모른체한다”고 비판하고 진보단체는 보수단체에게 “북한정권붕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한인권문제를 이용한다”고 질타하고 있다.

북한인권문제는 이른바 ‘반북단체’들이 주도해왔다. 이들은 크게 한기총 등을 중심으로 한 보수기독교 세력,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과거 민족해방(NL)노선에 입각한 운동을 하다가 ‘전향’해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세력, 북한인권시민연합처럼 별다른 정치적 지향 없이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세력들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북한인권문제의 원인을 김정일 체제의 문제로, 북한인권문제의 해법을 김정일 정권 교체에서 구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찾는다. 미국 보수주의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것도 한 특징이다. 이들이 주목하는 북한인권문제는 자유권 측면이다. 시민적·정치적 권리(B규약)로도 부르는 자유권은 개인의 자유를 중심에 놓으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등을 강조한다. 세계인권선언을 기준으로 보면 3조에서 19조까지가 자유권에 해당한다. 혹자는 20조와 21조도 자유권으로 본다.

진보·개혁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불과 1~2년 전만 해도 북한인권문제 논의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짙었다. 보수단체들이 주도하는 북한인권담론을 정치적 목적을 가진 불순한 움직임으로 보기 때문에 북한인권문제를 꺼내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런 경향은 최근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참여연대·인권운동사랑방·좋은벗들 등은 한반도인권회의를 구성해 북한인권문제를 연구하고 토론하며 의견 차이를 좁혀 나갔다. 비록 상시적 연대체를 구성하자는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들이 벌인 논의는 진보개혁적 시민사회단체가 북한인권담론에 적극 참여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 특히 이들이 발전권과 평화권 등 ‘제3세대 인권론’을 북한인권담론에서 주요하게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보수진영과 차별성을 가지면서 북한인권문제를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세대 인권론’인 사회권은 사회적·경제적·문화적 권리(A규약)로 불리며 정치·사회·경제적 평등을 강조한다. 노동권, 교육권, 의료권, 복지권 등으로 대변된다. 이런 인권담론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 바로 발전권이다. 제1세계에 대해 제3세계가 요구하는 정치·사회·경제적 권리인 셈이다. 평화권은 공동체가 평화롭게 살 권리를 인권화두로 내세운다.
 
인권운동사랑방과 KNCC 등 진보 인권단체들은 “미국이 북한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인권주의를 내세워 자신들의 대북적대정책을 합리화하려는 위선적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최우선의 목표로 두고 남북 관계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양국 협력관계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강국진 김춘효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2월 6일 오전 10시 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6호 1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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