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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수사는 따로 가야 한다

경찰이 정보경찰처럼 직접적으로 범죄예방이나 수사와 무관한 기능들을 덜어내고 본래 기능인 수사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참가자들의 폭넓은 호응을 받았다. 독일의 ‘분리원칙’이 주목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연방과 각 주가 별도의 정보기관과 경찰기구를 보유하는 원칙을 정했다. 분리원칙이란 비밀정보기관을 경찰관서에 소속시키거나 편입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함께 비밀정보기관에게 집행권한을 주지 않는 원칙을 말한다. 이는 비밀첩보기관이면서 동시에 경찰기관이었던 나치 비밀경찰에 대한 역사적 반성에 따른 것이었다. 독일에서 분리원칙은 헌법상의 지위를 가지는 원칙으로 인정받는다.

오병두 영산대 교수는 “한국은 조직구성의 권한배분에 대한 인식이 없다”며 “정보와 수사를 혼동하는 것은 정보경찰과 보안경찰에서 특히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행법상 혼란스런 용어사용에서도 드러난다.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6조에 보이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수사기관”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마치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이 당연히 통합가능하다는 점이 암묵적으로 전제”됐다는 인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계수 건국대 교수는 “기관만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조차 경찰과 정보기관의 컴퓨터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언제라도 정보를 교류할 수 있을 정도로 분리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분리원칙을 지키기 위한 논의가 유럽차원에서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최근 사민당 정권에서는 대테러기구를 만드는 대신 연방경찰청과 대외정보국을 양대 축으로 한 별개 분석팀을 만들고 그 팀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평가하도록 했다”며 “형식적으로라도 분리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강기택 경찰대 교수는 “독일의 분리원칙은 국가안보를 전담하는 ‘기관’이 ‘경찰권한’을 가지면 안된다는 뜻이지 ‘경찰권한’을 가진 ‘기관’이 국가안보를 ‘분담’하면 안된다는 것으로 오역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경찰이 정보와 완전히 분리돼 있는 사례는 비교제도적으로도 그 예를 찾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20일 오후 17시 5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0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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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가를 바라나

일반 정부부처는 관료주의 폐단이 있으니 경찰이 국민여론을 수집해 정부부처에 고언해 줘야 한다?

2003년 경찰은 정부정책에 대한 여론 탐색과 사회 갈등사안 분석업무를 포함한 고급정보를 생산한 다음 주무부처로 제공해 사회의 갈등조정에 이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경찰정보활동에서 ‘정책정보’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정책정보를 ‘국가이익의 증대와 안전보장을 위한 정책결정에 지원되는 정보’로 정의한 오병두 영산대 교수는 “경찰이 주요 정책정보를 수집하게 되면 사실상 국내의 주요 정보 대부분을 독점적으로 수집·평가·배포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국가의 주요정책결정이 정치적 의사결정이라는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 교수에 따르면 경찰이 정책정보를 많이 보유하게 되면 정치적 영향력에 쉽게 노출돼 경찰이 권력의 정치도구가 될 위험이 있다. 경찰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요 정책결정에 사실상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우려도 존재한다. 이런 우려는 결국 ‘경찰국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오 교수는 이와 함께 “해당 정책과 직접 관련이 적은 경찰이 굳이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기택 경찰대 교수는 “정책정보는 정책의 문제점, 정책에 반하는 여론의 동향 같은 객관성을 담보하는 정책투입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며 “정보 기능을 오해하기 때문에 정치경찰 주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전문성이 낮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책전문성을 이유로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관료주의 폐단에 대해 경찰이 해주는 고언이야말로 경찰 정책정보의 순기능이자 경찰의 고유기능”이라고 강변했다.

최철규 인권실천시민연대 간사는 즉각 강 교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경찰이 다른 정부기관보다 덜 관료적이라는 근거가 무엇이냐”며 “동일한 관료기관이고 오히려 더 많은 폐단이 있을 수 있는 경찰이 무슨 근거로 시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시민사회가 정책정보활동을 우려하는 것은 정권이 일방적으로 정의한 국가이익을 수호하는 활동에 경찰이 동원되는 것”이라며 “강 교수야말로 시민사회의 우려를 오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20일 오후 17시 5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0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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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식 없는 경찰정보

경찰 정보활동 교육에서 인권보장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철규 인권실천시민연대 간사는 “경찰대학이 발행한 <경찰정보론> 2005년판을 분석해 보니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편향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인권친화적인 경찰 정보활동을 위해서는 인권교육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경찰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경찰정보론>은 경찰 정보활동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261쪽부터 411쪽에 걸쳐 정치정보, 경제정보, 사회정보, 문화정보 등 각 분야에서 정보활동을 위해 필요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제시한다. 문제는 <경찰정보론>의 내용이 시대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는 각 분야의 ‘역사’ 교육 시간에서나 언급하는 고전적인 저술들을 주요 참고도서로 활용하는 데서 오는 결과라고 최 간사는 주장한다. 그는 “급격히 바뀌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 채 평균 1990년대 전후의 시계에 머문 채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현재 경찰의 정보활동 교육”이라고 말했다.

최 간사는 <경찰정보론>의 가장 큰 문제로 ‘인권 없는 경찰정보를 꼽았다. 그는 “인권경찰이라는 구호는 난무하지만 교재에서는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을 빼고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권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 간사는 학생운동을 분석하는 학원 정보 분야는 “편견과 왜곡, 몰이해가 학술의 껍데기를 쓰고 있다”고 말한다. 교재는 ‘기성문화 비판’ ‘사회의 부정부패와 부조리’ ‘심리적 좌절감’ ‘학생 문화의 전통’ 등을 열거하면서 이상주의적 사고, 신분상승과 경제적 풍요 획득에 실패한 패배감 등을 학생운동의 원인으로 해석한다. 여기에 오이디프스 반항이론과 사회적 부적응이론을 근거로 동원한다. 최 간사는 “아무런 학문적 감각도 없이 학생운동을 한순간의 일탈로만 바라본다”고 <경찰정보론>을 꼬집었다. 정치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 정치학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인 ‘시민사회’에 대한 이해 교육조차 없고 정치에 대한 설명은 50-60년대 미국의 전통적인 제도주의적 접근방식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강기택 경찰대학 경찰학과 교수는 “문헌연구의 한계에서 나오는 것이고 실제 강의에서는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20일 오후 17시 5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0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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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찰 활동 법적 근거 없다

인권실천시민연대와 <시민의신문>이 지난 5월부터 매달 개최하는 경찰개혁토론회 5차 ‘경찰 정보활동에 대한 검토’가 지난 19일 국가인권위 배움터1에서 열렸다.
지나친 비밀주의로 인해 자료접근조차 쉽지않은 정보경찰을 다룬 이날 토론회는 경찰 정보활동 전반을 점검하는 한편 법률적 근거를 갖는 정보활동, 국민을 위한 정보활동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로 열렸다. <편집자주>

☞일시: 10월 19일 오후 2시

☞장소: 국가인권위 배움터1

☞사회: 김희수(변호사)

☞발제자
오병두(영산대 법률학부 교수)

☞토론자
강기택(경찰대학 경찰학과 교수)
이계수(건국대 법대 교수)
장경욱(변호사)
최철규(인권실천시민연대 간사)
“경찰이 일상적으로 일반정보수집활동을 하는 것은 필요성이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경찰이 수집한 정보를 다른 행정기관에 전파한다는 발상도 문제다. 이는 말단 파출소가 말단행정기관을 보완하던 시대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국민의 정보인권의식 발전과도 조화되기 어렵다.”

경찰이 임무조항을 근거로 법에 특별히 명시되지 않은 권한을 행사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병두 영산대 교수는 “경찰의 일반정보활동은 헌법이론상 당연히 허용할 수 있는 게 아니며 현행법령 해석상 그에 관한 법적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법학이론에서는 정보수집활동단계부터 개인의 정보통제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개인과 관련한 정보수집활동은 기본권침해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경찰법 제3조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3호를 경찰정보활동의 근거로 제시한다. 전자는 경찰의 임무 가운데 ‘치안정보의 수집’을 명시했고 후자는 직무의 범위를 규정하면서 그 중 하나로 ‘치안정보의 수집·작성·배포’를 들고 있다. 그러나 각 법률이 명시한 ‘치안정보’가 무엇인지 그 범위가 어디까지에 대한 명확한 법률 규정이 없다. 결국 ‘치안정보’는 해석자의 관점에 따라 천차만별로 정의되고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이용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오 교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3호 규정은 임무규정으로 해석해야 하고 수권(권리나 권력 따위를 이어받음)조항으로 보기 어렵다”며 “설령 그 규정이 경찰의 일반정보활동을 위한 수권규정이라고 보더라도 일반정보활동의 범위와 대상이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라고 비판했다. 정보경찰이 작성하는 견문보고의 대상 가운데 ‘노사분규’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고 ‘국가정책 발표시 각계반응’은 경찰이 수집해야 할 사항으로 보기 어려우며 ‘국가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요소’ ‘사회불안요인’ 등은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이처럼 넓은 개념범위는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대한 국가권력의 과도한 개입과 경찰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정보수집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대학이 발행한 <경찰정보론>에 따르면 정보경찰이 수집하는 정보는 △국가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요소 △사회불안요인 △노사분규의 원인과 노사협조 저해요인 △사회 저변 시민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사항 △시중에 유포되는 유언비어 △정부주요시책의 시행과정상 문제점과 제언 △국민의 결속력을 저해하는 요소 △경제침체의 원인과 활성화를 위한 시책 △시민생활과 사회공공질서를 해치는 요소 △관내 주민의 고충사항 △국내외 불순분자나 불순자금의 침투동향 △국가정책 발표시 각계반응과 정책제언 △각종 법령·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 △기타 국가기관과 자치단체에서 시책에 반영할 사항 등이다.

토론회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이계수 건국대 교수는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기본권 중에서도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비권력적 작용이니까 법률의 특별한 수권이 필요하지 않고 개괄조항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경찰의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철규 인권실천시민연대 간사는 “경찰 정보활동과 관련한 모호한 개념과 규정은 경찰의 정보활동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도록 하는 구조적인 원인”이라며 “국가권력 집행이 모호한 법령에 근거해서 이뤄진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주장했다. 장경욱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도 “경찰의 정보활동도 법치주의의 예외가 될 수 없는 영역이므로 법치주의의 토대 위에서 전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20일 오후 17시 5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0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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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한국 시민사회 국제연대 발전 고무적&quot;

“지난해 1월에 한국의 국제연대운동 수준을 걸음마 단계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점수를 다시 매긴다면 ‘진보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점수로 치면 당시는 2-30점이었고 지금은 4-50점으로 매기고 싶습니다. 아직 50점을 넘지 않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데요. 사람이나 자원이 올라오고 있지만 수면 위로 나타나진 않았지요. 아직 경험이 부족합니다. 특히 아시아연대는 국제연대로 가는 관문이자 출발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강국진기자 

최근 아시아연대는 시민운동의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활동은 나날이 활발해지는 실정이다. 나효우 한국시민사회아시아센터 공동운영위원장(왼쪽 사진)도 이런 발전을 높이 평가한다. 필리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아시아센터는 3년 전부터 한국 시민운동가들을 위한 아시아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아시아연대 흐름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근거는 세 가지다. 아시아연대 논의가 계속 확장된다는 것과 작고 구체적인 주제를 가진 소모임이 많이 생겼다는 점, 그리고 부문중심에서 통합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종교계와 영어를 잘하는 소수가 중심이었지요. 지금은 인권, 여성, 환경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안을 중심으로 여러 소모임과 네트워크가 생기고 있습니다. 나이도 10대 중후반부터 30대까지 다양하지요. 명망가 중심에서 활동가, 회원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입니다.”

이전에도 아시아연대활동은 있었다. 그러나 여성은 여성끼리, 환경은 환경끼리, 노동은 노동끼리 각개전투하는 양상이 강했다. 나 위원장은 “동아시아 시민사회 네트워크 논의에서 보듯 부문중심의 아시아연대에서 통합적으로 가고 있다”며 이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초록정치연대, 여성연합 등 10여개 단체가 모여 동아시아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나 위원장은 이와 함께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아시아 국제NGO에 한국 활동가들이 자리를 잡는 단계”라며 “국제연대 기반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나 위원장은 최근 아시아연대가 활발해지면서 걱정도 늘어나고 있다. 그는 가장 우려스런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조급성”이라고 답한다. “성급하게 성과를 기대하면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문화 차이를 이해하지 않고 한국의 의제를 다른 국가에 강요하면 실수도 생기고 마찰도 있겠지요. 지금은 초창기라 별반 드러나지 않았지만 언제고 그런 일이 생길 것입니다. 그 점을 조심해야 합니다.”

“조사하고 연구하고 알고 배우려는 자세가 지금 시기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나 위원장은 “아시아를 충분히 이해하지도 않고 마치 아시아를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일부 자칭 전문가”들을 경계한다. “대중을 제대로 만나지도 않으면서 말로, 머리로, 책으로 아시아를 논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시아도 제대로 모르면서 아시아를 넘어서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저는 그런 점만 잘 극복하면 한국 시민사회가 아시아연대에 관한 한 7-80점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게 버릇처럼 익숙하게 되면 90점 이상으로 올라서겠지요.”

나 위원장은 지난 9월 세계정주회의(HIC: Habitat International Coaliation) 총회에서 운영이사로 선출되었다. 1976년부터 활동해온 HIC는 전세계 400여개 NGO들의 연합단체로 주거환경을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나 위원장은 “환경운동이 자연환경을 말한다면 HIC는 주거환경을 말한다”며 환경운동과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HIC는 내년 6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세계도시포럼의 주요 파트너 단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사실 한국정부와 HIC는 악연이 있다. 1987년 당시 올림픽을 준비하던 한국정부가 벌인 강제철거가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HIC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한국을 ‘전세계에서 가장 악독한 철거를 하는 나라’로 선정했기 때문. 나 위원장은 “재작년에 HIC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도 1987년 당시의 오명을 씻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강제철거정책을 개혁할 것을 촉구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나 위원장은 “한국의 임대아파트정책, 주거정책 등에 대해 HIC 임원들과 의논할 것”이라며 “한국이 강제철거정책을 개혁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13일 오후 15시 4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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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탄압을 탄압이라 말하면 벌금

지난 9월 1일 수원지방법원 제30민사부(재판장 길기봉, 최기영, 김강대)는 민주노총 등이 제기한 ‘신세계 이마트 가처분 이의신청’ 재판에서 종전 가처분 결정내용의 상당부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선고 2005카합564 가처분이의) 광범위하게 노조의 활동을 금지했던 가처분결정을 수원지법 동일 재판부가 결정한지 반년 만이다.

재판부는 지난 3월 신세계 이마트가 신세계 이마트 노조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노동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대부분 수용했다. 당시 법원이 사용금지한 표현은 △노동자 감금과 미행 △살인적인 인권유린 △악덕기업 △무노조 경영이념 등이었다. 이런 내용을 언론매체 등을 통해 알리는 행위와 매장 100미터 이내에서 소란스러운 집회를 여는 것도 금지시켰다. 가처분 결정내용을 위반할 때마다 5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종전 가처분 결정내용의 상당부분을 취소한 ‘신세계 이마트 가처분 이의신청’ 재판은 법원의 무분별한 노동가처분 결정에 제동을 건 판결일까. 아니면 노동자들에게 ‘병 주고 약 주는’ 판결이자 사후약방문일까. 노조의 활동이 가장 필요했던 시기에 노조의 활동을 광범위하게 금지했던 종전 가처분 결정을 좀 더 신중하게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시민의신문>과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하는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네 번째 주제는 ‘병 주고 약 주는 재판부, 이마트 노조 가처분 사건과 이의신청 인용’이다. <편집자주>

일시: 10월 12일 오후 2시
장소: 참여연대 2층 강당

사회자: 김민영

참석자: 김제완 고려대 법학과 교수, 이종란 이마트 노동조합 조합원, 이정희 매일노동뉴스 기자.
△김민영: 지난 10일 퇴임한 유지담 대법관이 퇴임사에서 과거 법원의 모습을 반성하는  발언을 했다. 그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신세계 이마트 노조는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심대한 타격과 피해를 입었다. 과연 법원의 애초 판결에 문제는 없었는지, 노동문제 판결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문제는 없는지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제완: 재판부는 처음 3월에는 회사측 가처분신청 내용을 대부분 받아들였다가 9월 이의신청에서는 대부분 취소해 버렸다. 어떻게 보면 노조에 유리한 판결인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처분 제도의 특수성을 따져 보면 사실상 노조를 극심하게 탄압한 판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피케팅을 사전금지시킨 점이다. 사전금지는 표현의 자유와 노동3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해야 하는 사항이다. 재판부조차 이의결정문에서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애초 사전금지한 표현들을 살펴보면 재판부가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처분이의 판결에서는 ‘이마트 수지점이 노동자를 감금하고 미행하고 있다, 살인적인 인권유린을 하고 있다’는 표현에 대해 ‘중대하고도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보다 더 신중해야 하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로 계속 금지시켰다. 하지만 그 표현들이 그런 요건을 충족하고 있을까.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

이마트가 속해 있는 그룹이 대표적으로, 또는 거의 유일하게, 무노조이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왠만한 국민들에겐 상식에 속한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는 점을 변론절차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일까.

6개월 동안 노조의 활동이 심각하게 제약받았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잘못된 판결로 인해 올해 3월 24일 가처분결정일부터 9월 1일 가처분이의 판결까지 약 6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노조원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피켓도 들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결국 이 사건 재판부는 노조원들에게 ‘병 주고 약 준’ 셈이며 노조활동이 가장 필요했던 시기가 지난 후 노조원들이 받은 ‘승소판결문’으로서의 가처분이의 판결문은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이 사건 가처분 절차를 통해 정작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당사자는 가처분 채권자인 회사가 아니라 오히려 노조원들이었다고 본다.

△김민영: 이마트 노조가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입은 실질적 피해가 무엇인지 노조원의 말을 듣고 싶다.

△이종란: 경기지역일반노동조합 신세계이마트분회 창립총회를 열고 노조를 처음 만든 것은 지난해 12월 21일이었다. 노조탈퇴공작으로 인해 조합원 23명 가운데 19명이 무더기 탈퇴하고 4명만 남았다. 그나마 나는 해고당했고 3명은 3개월 정직을 당했다. 다시 정직기간이 끝나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그나마 일주일만에 또 자택대기명령을 받았고 5월 9일자로 해고통보를 내렸다. 그 사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정직과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해 구제명령을 내렸고 검찰에 기소의견을 송치했다. 그러자 신세계 이마트는 해고시킨 조합원들을 지난 7월 5일 갑작스레 복직시켰다가 7월 10일 모두 계약해지통보를 했다.

정말이지 탄압이 너무나 극심해 노조활동이 굉장히 위축됐다. 복직한지 일주일도 안돼 해고당하는 상황인데도 노조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선전을 하려면 무노조경영 얘기를 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검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알릴 일이 있어도 인터넷이든 언론이든 제대로 알릴 수가 없어 알리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게 돼 버렸다. 알리더라도 스스로 검열을 해서 ‘이마트는 노조탄압 중단하고 노조를 인정하라’가 아니라 ‘이마트는 노조를 인정하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유인물 한 장 제대로 낼 수 없었다.

무노조경영이념을 신세계가 갖고 있다는 것은 지점장이 ‘오너가 생각하는 경영 최우선 방침이 무노조’라고 말했던 것에서 나온 말이다. 그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사용자측에 기울어진 입장이었다.

△김민영: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한다’는 홍길동의 말이 생각난다. 노조에 불리한 판결이 이뿐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처분 판결 현황이 어떤지 묻고 싶다.

△이정희: 2003년 배달호씨가 자살하면서 대두된 손배가압류부터 얘기하고 싶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정당성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가 되고 그에 따른 손배가압류가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노조활동이 위축되고 탄압받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처분을 통해 노조활동을 사전에 제약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한 레미콘업체는 레미콘 노동자 파업에 대해 ‘레미콘 노동자는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농성에 대해서도 ‘이미 해고된 이들이 농성을 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노동계는 계속해서 쟁의행위에 대해 가처분을 가하는 조항을 법원이 너무 확대해석해 결과적으로 노동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물론 가처분이 무조건 나쁜 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 2001년에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문제가 있을 당시 회사가 노조원 출입을 막자 노조는 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가처분 자체보다는 가처분신청 남용을 막는 방안, 법원의 자의적 판단을 규제할 방안이 필요하다. 가처분 요건에 대해 법원이 충분히 심리를 해야 한다. 가처분 결정 과정에서 법원의 과정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민영: 의문스러운 것은 한국 법원이 과연 사측 요구를 손쉽게 받아들이는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김제완: 법원이 사측의 손을 잘 들어준다고 딱 잘라서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다루는 사건 재판관들은 노동사건이 갖는 특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본다. 사실 많은 국민들도 노동쟁의가 정당하고 ‘합법적’인 활동이라는 ‘상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피켓 시위’가 정당한 행위라는 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생긴다. 쟁의행위는 결국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쟁의를 하면 업무를 방해받지 않느냐며 쟁의를 비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비난에 불과하다.

△이종란: 가처분을 당하고 노조활동 자체가 제약당하는 경험을 하면서 재판부가 노동문제를 제대로 모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심지어 헌법에서 밝힌 노동3권이라도 깜깜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쟁의행위는 분명 노동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에 속한다. 노조를 만들고 1주일도 되지 않아 노조와해공작으로 노조가 초토화됐다. 그런 상황에서 피켓 시위를 통한 선전활동은 노조가 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행동이었다. 법원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았다. 우리가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법원은 재갈을 물린 것이다. 재판부의 판결 때문에 언론과 인터뷰 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재판부와 국민들 모두 노동문제를 깊이 인식해 줬으면 한다.

△김민영: 내가 아는 한 변호사는 판사들이 주로 누구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지를 잘 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른바 잘나간다는 사람들과 술 마시고 주말에는 같이 골프를 친다. 그들이 사용자들의 상황이야 잘 알겠지만 노동자의 애환을 과연 얼마나 이해하겠느냐는 것이다. 거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안을 얘기해보자. 재판부에게 합리적인 판결을 하라고 요청하는 것 말고 다른 방안은 없을까.

△이종란: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조와 시민단체가 더 많은 일을 함께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여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민영: 노동분야를 전담하는 재판부를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정희: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도 그런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부는 노동청에서 승격한 1987년 이후 집단행동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제는 노동문제를 예방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가진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말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가지기 위해 생기는 분쟁과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더 가지려고 하다가 생기는 분쟁은 판결기준이 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종란: 7월 28일 부당해고구제신청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냈다. 오는 28일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어제도 신세계 이마트 수지점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이마트의 노조탄압이 국감 받는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꾸준히 알리고 있다. 현행 집시법은 소음기준이 80데시벨을 넘으면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엠프만 켜도 80데시벨은 넘는다. 말도 안되는 가처분 결정은 철회시켰지만 이제는 집시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 우리 활동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판사도 국가의 녹을 먹는 노동자들이란 걸 판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판사들도 자신들이 노동자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김제완: 지금까지는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법원 입장을 주목했다. 앞으로는 하급심과 가처분신청 등을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김민영: 오늘 우리가 나눈 얘기는 법원이 누구의 편에 서 달라는 것이 아니라 판결로 인해 부당하게 고통받는 사람은 없는지 한번이라고 더 되돌아보라는 것이었다. 오늘 자리가 법원과 재판관들의 책임감을 높이는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했으면 한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12일 오후 19시 2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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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북한인권위 국정감사하나?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인지 북한인권위원회 국정감사인지 모르겠다.”

지난 5일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하나같이 북한인권을 들어 국가인권위를 맹렬하게 비난한 것을 두고 인권단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단체에서는 북한인권문제를 북한정권공격과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한나라당의 태도야말로 북한인권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곽노현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대신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곽노현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대신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연희 위원장까지 모두 6명. 국감에 출석하지 않은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을 뺀 5명은 질의시간 대부분을 북한인권에 할애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가 왜 북한인권에 대해 의견표명을 하지 않느냐는 것을 문제삼으며 국가인권위의 정체성을 문제삼았다.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은 “기본이 안 된 인권위”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국가인권위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인권위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실태파악을 지속해 나가면서 연내에 북한인권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현 정부에서는 실현불가능한 이상이며 국민적 비판을 피해가려는 ‘시간끌기용 화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위가 인권이 아니라 정치를 우선에 두고 기관위상을 먼저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은 “공개총살 동영상이나 임산부 구타 동영상 등이 나왔는데도 인권위는 아무런 입장표명이 없다”며 “인권위의 ‘우군’인 시민단체가 반발할까봐 그렇게 소극적인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은 조영황 인권위원장이 “대외적인 문제라 조심스럽다”고 답하자 “북한 인권 문제가 왜 대외적이냐”며 “역사에 죄를 짓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은 “인권위가 북한인권실태조사를 위한 예산을 단 1원도 투입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가 북한인권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위가 주최한 북한인권관련 간담회 참가자를 보면 ‘북한인권은 남북협력관계에 비추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게 낫다’고 보는 사람들 뿐”이라며 “북한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제기하는 단체나 개인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에 지대한 관심을 갖기는 최연희 법제사법위원장(한나라당 소속)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국감 마무리 발언을 통해 “어떻게 다른 나라 인권은 거론하면서 한반도 내 인권은 거론 못하겠느냐”며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북한인민의 자기결정권 존중이 먼저”

국가인권위 국정감사를 모니터했던 김정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북한인권에 대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나라당은 ‘북한인권이 심각하다,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정권의 문제다’라는 식으로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법사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북한 인민의 자기결정권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민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개입은 이라크에서 보듯 오히려 더 큰 인권침해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인권문제가 보편적인 것은 명확하지만 인권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정치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선정적인 의제를 중심으로 의제화하려 하고 국가인권위를 다그치는 것은 북한인권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인권위가 하는 수많은 일이 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은 질의시간의 대부분을 새로울 것도 없는 북한인권주장으로 채웠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가인권위 업무를 얼마나 이해하는지 얼마나 조사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도 “인권문제가 북한 인권 하나 뿐이냐”며 “숱한 인권문제를 놔두고 북한인권문제만 거론하는 것은 북한인권에 대해 무관심한 것보다도 극단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며 “정략적인 태도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 적극적 자세 아쉬워

이날 국감에서 조 위원장과 곽노현 사무총장은 북한인권공세에 대해 소극적이고 수세적인 자세로 일관해 적극적 자세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은 “자유권 문제, 교류협력문제, 통일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이론적으로 잘 정리해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입장표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국가인권위가 너무 소극적이고 수세적으로 밀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주문했다. 김정아 활동가도 “국가인권위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깊이 논의하고 자신있게 발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공격을 당하는 모습으로만 남아있었던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자유권과 사회권을 균형있게 봐야 하는데 국가인권위 위원들조차 북한인권문제를 체제경쟁 수단으로 보는 편향에 빠져 있다”고 다른 차원에서 국가인권위를 비판했다.

북한인권문제 거론위해 유도심문까지 등장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려는 집요함은 유도심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성조 의원은 추가질의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권고처럼 해당 부처가 수용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권고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은 다음 조 위원장이 “그게 원칙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하자마자 “원칙에 따라 했다면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왜 권고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유도심문’을 하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다.

김정아 활동가는 이에 대해 “치졸한 방식”이라며 “수준이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김 의원이 예로 든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권고’ 주장은 인권이 무엇인지 국가인권위가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얘기”라며 “국가인권위가 노동자 인권을 위해 정책권고한 사안을 두고 현실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꼬집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5일 오후 19시 1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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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남영동분실서 인권경찰 비전 선포

과연 ‘검·경이 경쟁하면 인권은 올라간다’는 ‘수사권의 법칙’을 이보다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이벤트’는 없을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옛 남영동 보안분실에서 ‘1004 인권경찰 비전선포식’을 열고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경찰청 훈령 461호)과 ‘인권경찰 다짐서’를 발표하며 인권증진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인권단체들은 행사장 밖에서 ‘인권없는 인권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빈수레 개혁이 아닌 진정한 인권경찰을 촉구했다. 고 박종철군의 아버지 박정기씨는 경찰청 행사에 불참했다.

경찰로서는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였다. 오후 4시 옛 남영동보안분실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장애인인권을 다룬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것으로 막을 열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통역자를 무대 한켠에 배치했다. 4.19부터 시작해 민주화운동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상영했고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영령을 위한 연주와 묵념이 뒤를 이었다.

인권경찰 비전선포식에서 87년 6월항쟁 당시 모습과 고 박종철 군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이정민기자 
인권경찰 비전선포식에서 87년 6월항쟁 당시 모습과 고 박종철 군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18년 전 이곳에서 꿈과 열정을 키워보지도 못한 채 민주화의 뜨거운 불꽃이 되어 산화한 박종철군의 영정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빌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오신 박종철군 부모님 등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는 말로 이날 행사의 취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과오를 뼈저리게 성찰하면서 인권파수꾼이 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히고자 한다”며 “인권을 치안행정 최고의 지도이념으로 설정하고 국민에게 최상의 치안서비스를 실시하고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 서명하고 선포한 경찰청은 ‘인권경찰 다짐서’를 발표해 박경서 경찰청 인권수호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인권경찰 다짐서는 경찰활동에서 “성별·장애·국적 등을 이유로 차별 않는다, 범죄피해자 인격 존중한다, 모든 피의자에게 임의수사 원칙을 지키겠다, 사건 관계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겠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박경서 경찰청 인권수호위원장은 격려사에서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남영동분실을 국민에게 완전공개하고 인권경찰의 비전을 선포하는 모습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며 “오늘 행사가 대한민국 인권 역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행사라 믿는다”고 치하했다.

박정기 옹 불참, 인권단체 침묵시위

이런 외양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와 경찰의 오랜 갈등관계를 푸는 데는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비전선포식 직전 옛 남영동 보안분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빈수레 개혁이 아닌 진정으로 거듭나는 인권경찰이 필요하다”며 “모든 보안수사대를 즉각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행사장에 자리를 잡고 있던 인권운동가 5명은 허 청장이 연설을 하는 동안 ‘인권없는 인권경찰’ 등의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허준영 경찰청장이 연단에 오르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레드카드를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허준영 경찰청장이 연단에 오르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레드카드를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남영동 보안분실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고 박종철군이다. 남영동 보안분실에 경찰청 인권보호센터가 들어서는 이날 행사장에는 정작 박종철군의 아버지인 박정기 옹이 참석하지 않았다. 박정기 옹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행사에 불참한 이유를 묻자 “내가 거기 왜 가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기들이 다 해놓고 이제 와서 잘못한 것을 돌이킨다고 하는데 실제 한 게 뭐가 있느냐”며 “생각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승영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범죄피해자대책계장은 “박정기 옹을 꼭 모셔오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4일 오후 21시 4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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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자작나무통신

항상 이래저래 정신없이 바쁘지만 주말이 되면 뭔가 허전한 마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아니지요. 정정합니다. 정신없이 바쁜척 하는 와중에도 허허롭지요. 산만하기만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취재를 하지요. 불쑥불쑥 화가 솟아오르기도 하고 술생각 간절한 걸 보면 가을이 오긴 왔나 봅니다.
 
 
그런 와중에도 조희연 교수가 참여연대 강연에서 "한국은 민주적 계급사회"라고 표현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사실 몇 주 전에 조희연 교수와 1년만에 만나 술 한잔 할 때 들었던 얘기였는데 머리를 꽝 때리는 느낌이더군요.
홍콩 얘기도 적잖은 느낌을 주더군요. 홍콩, 홍콩인, 홍콩인의 정체성, 홍콩의 인권담론에 대해 들려준 장정아 인천대 교수는 홍콩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제를 홍콩에 데려다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몇달간 태국-버마 국경지대에 있었고 버마를 보름 가까이 방문했던 한수진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저에게 버마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버마 슈에가스전을 개발한다고 해서 언론이 시끌한 적이 있었는데요. 한수진씨는 그 가스개발이 현지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버마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산만하기만 한 머릿속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주신 세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꾸벅.
 
 
 
=대규모 개발, 주민들에겐 재앙일 뿐
 
=홍콩, 중국의 벽에 갇힌 '인권' 담론
 
=사회민주화로 시민운동 외연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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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개발, 주민에겐 재앙일 뿐

시골에 있는 조그만 공장에서 별다른 기술도 없이 우물에서 물을 긷듯이 원유를 채취하는 곳이 있다. 땅을 파다가 석유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주민들에게는 하루에 2시간밖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도 전기공사가 민영화되는 바람에 전기 값이 다른 지역보다 10배는 비싸다. 새우가공공장은 얼음을 만들 전기가 없어서 부패를 막기 위해 새우 머리를 떼내 수출한다. 공장을 세울 수도 없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다. 전기선 자체가 없는 마을도 부지기수다.

버마 아라칸 주 조욱 퓨 섬의 선착장에 세워져 있는 어선들. 가스개발이 시작된 이후로 어선의 어업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사진제공= 한수진 
버마 아라칸 주 조욱 퓨 섬의 선착장에 세워져 있는 어선들. 가스개발이 시작된 이후로 어선의 어업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한 대기업이 이 지역 앞바다에서 엄청난 천연가스층을 발견했다. 주민들은 기뻐했다. 이제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면 공장도 들어서고 일자리도 늘지 않을까. 그러나 정작 천연가스는 인도와 한국으로 가고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니 있다. 천연가스 개발 예정지구에 인접해 있는 곳에서는 어업이 금지됐다. 군부대가 늘어났고 도로공사에 동원되는 일이 잦아졌다. 주민들은 벌써부터 가스파이프라인 건설공사가 시작되면 자기 땅에서 강제추방당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강국진기자 

한수진씨(왼쪽 사진)가 전하는 버마 아라칸 지역의 민심이다. 국제민주연대 상임활동가인 한수진씨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태국 치앙마이 등지에서 ERI(Earth Rights International)와 아라칸민족협의회(ANC; Arakan National Council) 인턴활동을 했다. ANC 주선으로 지난 7월에 보름정도 아라칸 지역을 둘러본 한씨는 “대우 인터내셔널이 추진하는 버마 슈에 가스전사업은 버마 군사독재정권만 살찌게 할 뿐 주민들에겐 피해만 입히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현지에서 만나본 사람들은 군부가 절대 자기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안할 거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군사정부가 없어지고 자기들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민주정부가 들어설 때까지는 개발을 멈춰 달라는 겁니다.”

대우 인터내셔널은 2000년 8월 ‘미얀마 석유·가스 기업’(MOGE)과 계약을 맺었다. 현재 버마 A-1 광구 슈에 컨소시엄 지분은 대우 인터내셔널 60%, 한국가스공사 10%, 인도 국영 석유&천연가스회사 30%로 돼 있다. 가스전 가치는 최소 1조3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월 15일 버마 해상 A-1광구에서 한국이 6년간 쓸 수 있는 양에 해당하는 가채매장량 4~6조 입방피트의 가스층을 발견했다. 이어 지난 3월 4일에는 두 번째 평가정 시추에 성공했는데 일일 가스 생산량이 9천6백만 입방피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씨에 따르면 “슈에 가스전 개발예정지구 주변은 어업이 금지돼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국제민주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던 ERI 활동가 니니르윈은 “배를 타고 그 구역에 들어갔던 어민들이 군인들에게 잡혀 폭행당했다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가스개발예정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조욱 퓨(Kyauk Pyu) 섬은 최근 어업활동이 금지됐다”며 “어업이 발달해서 생활수준이 아라칸 여느 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곳인데 주민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고 증언했다. 그 밖에도 한씨는 아라칸 주 수도인 시트웨(Sittwe) 사람한테서 시트웨에선 어업을 금한다는 포스터가 도시에 나붙었다는 얘기를 건너 들었다고 한다. 랭군에서는 한 주민이 “땅을 파다가 석유가 나온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 주민들은 모조리 강제 추방당했다”는 얘길 한씨에게 귀띔해주기도 했다.  

가스개발예정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조욱 퓨(Kyauk Pyu) 섬에는 해군기지가 들어섰다. 한씨는 “어업이 발달해서 생활수준이 아라칸 여느 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곳인데 최근 어업이 금지되는 바람에 주민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고 증언했다.

가스전 부근에선 어업도 못한다

사실 버마에서 현지조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ANC가 소개해 준 사람을 통해 아라칸을 둘러볼 수 있었지만 현지 길라잡이와 한씨 모두 는 커다란 위험을 각오해야 했다. “우리에게 솔직하게 말해준 버마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진을 찍지 말고 이름과 만난 장소, 나이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어느 선까지 말을 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아라칸을 여행하면서 영어로 메모했던 내용이나 받은 명함은 랭군(버마의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 한글로 옮겨 적은 다음 모조리 변기에 버리거나 태워서 없애 버렸어요.

최근 조욱 퓨 섬으로 해군 사령부가 옮겨왔다. 개발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지역의 군인 수가 늘어난다.
사진제공=한수진
최근 조욱 퓨 섬으로 해군 사령부가 옮겨왔다. 개발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지역의 군인 수가 늘어난다.

한수진씨가 랭군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장면이 소총을 맨 군인(혹은 경찰)들이다. 그들은 도시 곳곳에서 2~3백미터마다 두세명씩 소총을 매고 보초를 서고 있었다.
사진제공=한수진
한수진씨가 랭군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장면이 소총을 맨 군인(혹은 경찰)들이다. 그들은 도시 곳곳에서 2~3백미터마다 두세명씩 소총을 매고 보초를 서고 있었다.

버마와 맞닿아 있는 국경도시인 태국 메솟에는 버마 난민캠프가 있다. 한씨는 이곳에서 야다나 가스전사업과 관련한 충격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유노칼이 버머정부와 계약을 맺고 추진하다가 강제노동과 강제동원 때문에 재판 끝에 거액의 배상금을 내게 된 사업이 바로 야다나 가스전사업이다. 한씨는 “손해배상 판결이 나오고 나서도 야다나 가스전 주변 주민들은 파이프라인 관리를 위해 또다른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며 “파이프라인에 조그만 문제라도 생기면 지역 주민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버마 민주화, 종족간 평화도 중요한 과제

수많은 버마인들을 만나면서 한씨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 가운데 하나는 “버마 사람이라고 다같은 버마 사람이 아니다”는 점이다. “단순히 ‘나는 버마 사람’이라고 말하는 건 버마족 뿐입니다. 다들 ‘나는 카렌족 아무개’ ‘나는 카친족 아무개’라고 소개하죠. 제3자 얘길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정체성이 일상생활 작은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민족간 문제를 풀지 못하면 버마 민주주의도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수민족들도 아웅산 수지는 지지한다. 아웅산 수지가 연방제를 거론하면서 소수민족을 많이 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방제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독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씨는 말한다. 심지어는 “종족간 갈등의 골이 대단히 깊어 잘못하면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말도 들었다고. “아직은 버마 민주화라는 쟁점조차 낯선게 사실이죠. 한국 시민사회가 버마 민주화를 도와야 한다는 건 백번 옳은 말이지만 민족갈등을 이해하지 못한 채 피상적으로만 접근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신중하게 다양한 측면을 깊이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낀게 인턴생활에서 배운 교훈입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9월 28일 오후 16시 5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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