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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지도관 논란 규정 수정

‘재직중 보안업무를 수행하면서 과실에 의해 파면, 해임된 자는 임용될 수 있다’는 규정으로 문제가 됐던 보안지도관 임용규정을 수정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시민의신문 598호, 5월 23일자 참조

경찰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정기회의에서 논란이 일었던 조항을 보안지도관 임용결격사유가 되도록 보안지도관 운영규칙을 개정했다. 이와 함께 직권남용 주장이 제기됐던 명예보안지도관 제도를 폐지했다. 반면 보안지도관의 임무 가운데 ‘북한이탈주민 상담’ 항목을 추가해 논란이 예상된다.

기존 보안지도관 운영규칙은 보안지도관 자격으로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 또는 선고유예를 받은 자, 징계로 파면·해임된 자는 임용될 수 없다. 다만 재직중 보안업무를 수행하면서 과실에 의해 파면·해임된 자는 임용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같은 사실이 <시민의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이를 두고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명백한 특혜”라는 지적이 일었다. 보안지도관 가운데 근무우수자를 대상으로 선발한다는 명예보안지도관도 마찬가지 이유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경찰위원회는 위 조항을 ‘경찰공무원법 제7조 2항 각호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자’로 개정했고 명예보안지도관 관련 규정은 삭제했다. 이에 따라 ‘재직중 과실로 파면되거나 해임된 자’는 임용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이와 함께 경찰위원회는 운영규칙 제6조 임무 조항에서 보안수사공작을 보안수사로, 주민반공계도와 홍보활동을 안보홍보활동으로, 좌경지하조직 색출을 위한 내사활동을 국가안보위해조직 색출을 위한 보안활동으로, 좌경이론 연구와 불온유인물 분석을 북한이탈주민 상담으로 각각 개정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21일 오전 9시 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4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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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위원회는 경찰청 거수기?

한국 경찰제도는 경찰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경찰위원회와 집행기관인 경찰청으로 이뤄져 있다. 1991년 경찰청 발족과 함께 행정자치부에 설치된 경찰위원회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 민주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기구다. 경찰위원은 위원장 1명을 포함한 7명으로 구성되며 행정자치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경찰위원회는 경찰청장 임명제청 전 동의권과 주요 경찰정책과 계획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경찰행정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업무수행의 책임성과 독자성을 확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문제는 현재 경찰위원회가 당초 취지대로 경찰행정을 심의·의결하는 기관으로서 제 구실을 하는가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찰위원회가 경찰청의 박수부대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실제 심의·의결이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그치거나 심지어 경찰행정을 사후승인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위원회의 구조적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적 통제= 경찰위원회는 일차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기초를 마련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91년 경찰법 제정 당시 정부는 경찰의 특수성과 남북대치라는 특수한 안보상황을 이유로 경찰청장 독임제인 국가경찰제를 유지하면서 경찰행정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경찰위원회를 채택했다. 이강종 전 경찰위원의 말을 빌리면 이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경찰위원회 취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시민의신문 

이 전 위원은 “경찰위원회가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해주는 기관이라면 그만한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경찰 지휘부조차 그걸 바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위원회는 경찰청의 관리기관으로 경찰청의 상위에 조직되어 있는 것이 상례인데도 한국의 경찰위원회는 법적으로 경찰청의 주요업무를 심의 의결하는 기관으로 심의 의결을 통하여 독임제 경찰청장의 독선을 견제하는 기구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은 경찰이 중립성을 보장받으려면 경찰위원회를 행정자치부장관 소속으로 두도록 한 경찰법 조항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하거나 독립위원회로 바꿔 위상을 높여야 한다”며 “그래야만 명실상부하게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경찰을 관리하고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려면 국민들의 의견이 경찰행정에 반영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경찰위원회에게 경찰비리를 감찰하고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경찰위원 선임과정에서 민주적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한 전직 경찰위원은 “경찰청을 감시하는 게 경찰위원회인데 지금 경찰위원 선임은 사실상 경찰이 주도한다”며 “경찰위원 선임 방식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무처·전문위원제 신설 시급= 200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경찰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역임한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는 “허준영 경찰청장 임명 당시 경찰위원회는 그의 병역과 관련한 충분한 정보가 없었고 나중에야 병역논란이 벌어졌다”며 “독자적인 사무처가 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 교수는 “경찰위원회가 독자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인력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은 경찰위원회 행정인력이 경찰에 종속돼 있어 경찰위원회를 경찰에 종속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경찰위원회를 보좌할 수 있는 독자적인 사무처와 전문위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경찰위원회가 독자적인 연구 조사 기능을 통해 정보위원회의 독자성을 높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인적구성 다변화 필요= 정무직 차관급인 상임위원을 경찰 출신들이 독점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위원회는 비상임위원 6명(위원장 1명 포함)과 상임위원 1명으로 이뤄지는데 역대 상임위원은 모두 “관행상” 전직 경찰 출신이었다. 현 김형진 5기 상임위원은 경찰청 차장을 지냈으며 이강종 4기 상임위원은 경찰대학 학장 출신이다. 세상을 떠난 김종일 상임위원은 경찰대학 학장과 경찰공제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정 교수는 “경찰 출신들은 아무래도 경찰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며 “상임위원 자격요건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전직 경찰위원은 “경찰이 통과시키려 하는 안건을 경찰위원회가 반대하는 경우 상임위원은 경찰쪽 안으로 중재하려 한다”고 말했다.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도 “경찰 경력이 없는 사람 가운데 일반 국민 입장에서 경찰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경찰 출신은 상임위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강종 전 경찰위원회 상임위원은 “경찰 출신이 상임위원을 맡았던 것은 경찰 경험을 바탕으로 경찰위원회 업무를 돕자는 취지”라며 “경찰청에서 하는 일을 경찰위원들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상임위원들이 그런 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 출신이 경찰위원회에 한 명 정도 있는 건 문제가 아니다”며 “오히려 상임위원이 너무 적은게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경찰위원회 인적구성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문 소장은 “경찰위원회가 경찰을 제대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 인권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경찰 대척점에서 경찰 문제점을 첨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경찰위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노동계 인사도 경찰위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자문을 넘어 감시·감독을”
이미경 성폭력상담소 소장

지난 7월 31일부터 비상임 경찰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두렵기도 하지만 시민운동 경험을 살려 맡은 역할을 잘 해나가겠다”며 특히 “성폭력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이 소장은 “경찰위원회는 경찰청 자문위원회가 아니다”며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듯이 경찰위원회는 경찰을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경찰위원회의 역할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경찰위원회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사실 여러 정부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두 가지 모순되는 생각이 들어요. 정부가 위원회를 통해 민간의 목소리를 듣는 게 의미가 있으니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론 위원회가 면피용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지요. 시민운동가들이 정부 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굉장히 한정돼 있거든요. 대부분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에서 자문 해주는 구실에 그치는 게 사실이거든요. 거기다 나는 경찰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요.”

그런 고민 속에서도 이 소장이 경찰위원직을 수락한 것은 경찰법 제9조 1항에서 경찰위원회가 심의·의결하는 사항 가운데 ‘인권보호와 관련되는 경찰의 운영·개선에 관한 사항’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였다. “경찰위원회가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곳이라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일해 온 경험과 시민운동 경험을 쓸 곳이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고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소장이 경찰위원회 활동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운 것은 ‘경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밖에서 생각했던 경찰과 안에서 본 경찰은 분명히 다르다”며 “예전에는 비판적인 시선만 있었다면 이제는 비판적인 시각에 애정어린 시선이 가미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는 상폭력 상담을 하면서 경찰의 변화를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었다고 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상담하면서 경찰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듣게 되거든요. 자연스럽게 10여년 동안 경찰이 어떻게 바뀌는가가 귀에 들어오지요. 경찰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구요. 시민사회도 그런 부분은 높이 평가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2005년 11월 21일 오전 9시 1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4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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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활동가 국제회의 24일부터 열려

ARC(Allied Rainbow Communities)인터내셔널과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젠더, 섹슈얼리티, HIV/AIDS와 인권’라는 주제로 인권활동가 국제회의를 서울 잠실 올림픽 파크텔에서 개최한다. 국내에서 최초로 성적소수자와 관련해 열리는 이번 국제회의는 국내 성적소수자 인권운동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제회의는 성적소수자, HIV/AIDS 감염인의 인권 증진을 위해 정보를 나누고 운동방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전략수립 회의이다. 지난 2003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2004년 스위스 제네바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국제회의는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2005년 유엔 인권위원회의 ‘성적 지향에 대한 성명서’에 서명한 한국의 결정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성적 지향에 따른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는 2003년 브라질이 처음 제출했지만 바티칸과 이슬람은 계속해서 반대해 표류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2003년 유엔인권위원회 59번째 회기에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에 대응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동안 HIV/AIDS 관련 운동가들은 유엔인권위원회가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에 기반한 차별에 대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해 왔으며 이런 노력으로 올해 32개 나라가 지지서명에 공식 연명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21일 오전 8시 5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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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북한인권강좌 연다

유엔총회가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을 지난 17일 통과(혹은 부결) 시키는 등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적 논쟁꺼리다. 미국 프리덤하우스와 국내 북한인권단체들은 다음달 5일부터 11일을 북한인권주간으로 선포하고 9일에는 북한인권국제회의를 개최한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시민사회에서 항상 격렬한 논쟁과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실태파악과 합리적 해결책은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인권’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평화네트워크는 북한인권 상황과 해결방안을 둘러싼 기존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객관적 인식과 실효성 있는 정책방향과 국내외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북한인권 강좌를 개최한다. 강의는 오는 21일 이승용 좋은벗들 평화인권부장이 ‘북한인권 실태 파악의 현주소와 개선방향’,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가 ‘국제사회, 북한인권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24일)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혜영 BASPIA 공동대표가 ‘탈북자 실태의 변화 추이와 합리적 해결 방안’을 28일 강연한다.

북한인권강좌는 다음달 6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리는 ‘북한 인권문제와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종합토론으로 끝을 맺는다. 평화네트워크는 여야 국회의원을 비롯해 보수적 북한인권단체와 진보단체 활동가들을 초청해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은 “그동안 북한 인권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많은 논쟁과 토론이 있었지만 ‘북한인권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는 소모적인 논쟁 위주였다”며 “이제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인권 문제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보수적 논의에 끌려다니기만 했다”고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를 비판한 뒤 “이번 북한인권 강좌가 토론을 활성화하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21일 오전 8시 5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4호 18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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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하이스코 점거농성, 긴박했던 11일

지난 10월 24일 새벽 1시 30분. 비정규직 노동자 61명이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B동과 Q동 크레인을 점거했다. 이들은 위장폐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120여명을 현대하이스코가 복직시켜 줄 것과 비정규직노조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11일 동안 전국적인 쟁점으로 떠오른 크레인농성이 시작된 것이다.

강국진기자

공장을 점거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건 이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현대하이스코가 한번이라도 대화에 나섰다면 그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점거농성은 결국 현대하이스코를 대화 자리로 불러내고 언론과 정치권에 자신들의 “억울한 처지”를 알리고 도움을 호소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이었고 정당한 투쟁이었다”고 주장한다.

강국진기자

현대하이스코와 경찰은 즉각 농성장 주변을 봉쇄했다. 음식물 반입을 막은 현대하이스코는 심지어 순천시장, 국가인권위원회, 국회의원까지 막았다. 농성 노동자들은 철저히 고립된 상태에서 강제진압과 추위· 배고픔과 맞서 싸워야 했다.

농성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배고픔과 추위였다. 점거농성을 하면서 가지고 갔던 라면과 물로 이틀을 견뎠다. 그 다음부터 1일까지는 먹을 게 없어 배고픔과 싸워야 했다. Q동을 점거한 31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김흥주씨는 “크레인에서 내려와 공장 안에 있는 화장실 물을 떠다가 한두모금씩 나눠 마시며 버텼다”며 “그마저도 경찰과 구사대 때문에 군사작전하듯이 서둘러서 해야 했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정말 견디기 힘든 건 추위였다. 사측이 전기를 끊어서 해가 지면 깜깜해지는 크레인에서 해가 지면 잠을 잤지만 자정쯤 되면 추위 때문에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발이 시려워서 하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체조도 하고 얘기도 하면서 해가 뜰 때까지 버틴다. 낮에는 교대로 경계근무를 하면서 두세시간 잠을 잘 수 있는게 전부였다. 추위가 아니더라도 언제 강제진압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B동은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정비 쪽 크레인이라서 크레인 바닥이 기름범벅”이었다. 한 노동자는 일부 언론에서는 점거농성을 시작하면서 구리스 같은 기름을 뿌려놓았다고 쓴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계속해서 강제진압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며 농성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10월 28일 경찰과 현대하이스코측 구사대가 진압을 시도했고 10월 30일에는 경찰특공대 50명이 B동을 진압하려다 실패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10월 31일 농성 현장을 방문해 “대화를 통해 자진해산을 촉구하겠지만 설득이 안되면 강제진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농성장 주변에 배치된 전투경찰들은 아침이면 농성장 주위에서 체조와 구보를 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강국진기자

11월 1일부터 강제진압 조짐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엠블런스와 소방차를 배치하고 경찰특공대가 지붕을 뜯어냈다.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2일 오후 5시부터 광주지방노동청장 중재로 순천고용안정센터에서 금속노조와 현대하이스코는 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협상은 쉽지 않았다. 문구 하나하나에 이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마라톤회의 끝에 3일 새벽3시가 돼서야 노사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잠정합의안은 △하청업체 결원시 해고자 우선 채용 △노조활동 보장 △농성 사태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 최소화 노력 등을 담았다.

김창한 위원장은 새벽 4시 20분 이 내용을 농성 노동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공장으로 출발했다. 농성 노동자들 중에서는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확약서에서 원직복직 시한을 못박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격렬한 토론 끝에 농성 노동자들은 크레인에서 내려오기로 결정했고 아침 9시 농성을 끝냈다. 농성 노동자들은 전원 경찰에 연행됐고 61명 가운데 박정훈 지회장 등 11명이 구속됐으며 나머지는 풀려났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14일 오전 9시 5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3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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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차별 넘기 위한 과정&quot;

“농성에 참여했던 61명 가운데 11명이 구속됐습니다.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석방되도록 해야지요. 노사가 체결한 확약서를 이행하는 운동도 중요하구요. 무엇보다도 해고자들이 복직돼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조합원들이 동지애로 똘똘 뭉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지난 9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임시 사무실에서 만난 조합원 김흥주씨는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고 점거농성을 했다”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싸워야 할 일이 많다”는 결의를 내비쳤다.

김흥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시민의신문 

김흥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김씨는 노사가 체결한 ‘확약서’에 대해 “많이 아쉽다”고 털어놓는다. “원직복직 기한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민형사상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건의한다’는 것도 너무 모호합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점거농성을 시작한 건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대하이스코가 대화에 나서게 만들었고 노조활동을 인정한다는 약속도 받아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라며 “확약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크게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들려주는 비정규직의 현실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은 똑같이 하는데 정규직은 4조3교대로 일하면서 한달에 7~8일을 쉬지만 비정규직은 한달에 두 번만 쉴 수 있다. 임금도 정규직의 절반 밖에 안된다. 기본급 70여만원에 수당 더해서 그가 받은 돈은 110만원에 불과했다. 원청과 하청업체라고 하지만 실상 작업지시는 원청에서 한다.

특히 가장 충격적인 증언은 “위장폐업” 부분이었다. “7월 17일 밤에 출근해 18일 아침 6시까지 일했습니다. 유난히 더워서 옷을 짜면 물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교대시간이 됐는데도 교대조가 안보이더라구요. 알아보니 ‘비조합원 6명만 출근하고 노조원은 출근하지 말라’고 차장이 반장에게 전화했다고 하더라구요. 집에 돌아와 자려고 하는데 ‘주 금산은 경영상의 이유로 폐업을 공고함’이라는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그날 바로 ‘금산’ 대신 ‘지산’이라는 간판이 걸리고 새로운 회사가 들어섰습니다. 다른 하청업체인 유성TNS 소장이 ‘지산’ 사장으로 취임했어요.”

7월 19일에 동료들과 함께 회사 정문에 갔던 김씨는 못보던 사람 12명이 어디선가 지급받은 깨끗한 작업도구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면접보러 왔느냐’고 물어보니까 모두들 ‘오늘 출근하라고 해서 왔다’고 하는 겁니다. 그 말 듣는 우리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18일 하루만 기계 멈추고 19일부터는 기계를 다시 돌렸습니다.” 7월 29일 ‘한일’, 8월 11일 ‘우성산업’도 같은 방식으로 폐업했다.

원래 ‘금산’은 직원이 50명 가운데 34명이 노조원이었다. 김씨에 따르면 반장은 비조합원들에게만 전화해서 19일 밤에 이력서를 가지고 출근하라고 했고 16명이 ‘지산’에 복직했다. “밤 10시에 면접보는 곳은 이곳밖에 없을 겁니다.” 노조원 34명 가운데 노조를 탈퇴하고 복직한 2명을 뺀 32명은 “위장폐업에 따른 해고”를 당했다. ‘지산’은 12명을 새로 채용한 이후에도 신입직원을 계속 뽑았다. ‘경영상의 이유’가 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씨는 특히 “원청과 하청은 라인이 이어져 있어 하청에서 폐업을 하면서 기계를 멈춰 버리면 원청도 일을 못하게 된다”며 “하청 폐업이 원청과 사전교감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3년 동안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김씨는 자신이 “얼마나 차별받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지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고 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지회에 가입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원이라는 것 자체가 김씨에게 많은 고난을 강요했다.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었고 열흘 동안 목숨을 건 농성투쟁을 해야 했던 것 뿐이 아니다. 회사가 폐업해 일자리를 잃게 되자 그의 아내는 충격과 스트레스로 인해 뱃속에 있던 둘째 아이를 유산한 것. 당시 그의 아내는 임시 5주였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14일 오전 9시 5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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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하이스코 투쟁이 남긴 과제와 전망

10월 24일부터 11월 3일까지 11일 동안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점거농성은 노사간 확약서 체결로 일단 막을 내렸다. 하지만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위기다. 그 ‘시작’은 민형사상 문제 최소화, 해고자 복직을 둘러싼 노사간 줄다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크레인 점거농성 첫날인 지난 10월 24일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라면으로 한끼를 해결하고 있다. 점거농성 동안 농성 노동자들은 사측이 음식물 반입을 막는 바람에 큰 고통을 겪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조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크레인 점거농성 첫날인 지난 10월 24일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라면으로 한끼를 해결하고 있다. 점거농성 동안 농성 노동자들은 사측이 음식물 반입을 막는 바람에 큰 고통을 겪었다.

지난 9일 아침 비정규직지회가 임시사무실로 쓰고 있는 민주노총 동부지구협의회 사무실로 조합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9시 30분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조대익 비정규직지회 사무차장은 조직력을 다지고 점거농성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아침마다 전체회의를 통해 노조원교육과 토론을 하는 자리라고 설명한다.

50여명의 노조원들이 회의실을 가득 채운 가운데 김선동 민주노총 전남동부지구협의회 조직국장이 강사로 나섰다. 김 국장은 “승리”와 “단결”을 유난히 강조했다. 투쟁에 비해 확약서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실망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1단계 투쟁은 완벽한 승리였다”며 “이제는 2단계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1단계 투쟁은 노조의 실체를 인정하라는 투쟁이었고 2단계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우리 성과를 실질적으로 챙기는 것이다. 궁극적인 3단계 목표는 ‘정규직화’다.

그는 “교섭이 만족스럽게 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협상이 결렬될 경우 경찰이 곧바로 강제진압에 나설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인명피해는 막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이제부터는 확약서 종이 한 장으로 남아 있는 것을 우리 주머니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앞으로 단체협약 교섭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쟁취해야 한다”며 “노조를 확대 강화하고 합법투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크레인을 점거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내건 핵심 요구는 해고자복직, 노조인정이었다. 사진은 Q동을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노조

크레인을 점거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내건 핵심 요구는 해고자복직, 노조인정이었다. 사진은 Q동을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

2단계 승리를 위한 시험대는 노사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행태 부지회장 등 7명으로 노조측 교섭위원을 선임한 비정규직지회는 이번주에 하청업체 대표들과 단체협상을 위한 상견례를 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차 부지회장은 “근로조건보다는 복직 문제에 최대한 중점을 둘 것”이라며 “복직이 우선이며 임금문제는 다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조에서는 현대하이스코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확약서를 체결할 당시 현대자동차 노무담당 이사는 ‘현대그룹 자체에서도 협의서 체결 이후 손배소를 제기한 적은 없다’며 손배소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구두로 약속했다.

차 부지회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조직력 회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통로를 마련하면 해고자 가운데 42명은 재심을 통해서 복직이 가능할 것 같다”며 “4조3교대로 근무형태를 바꾸거나 일자리를 새로 만들면 새로 70명 정도를 복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현재 최대로 복직할 수 있는 자리가 얼마나 되는지 하청업체들에 파악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재 노조원은 115명이며 이들은 모두 해고자 신분이다.

비정규직노동자와 정규직노동자 사이에 생긴 앙금을 푸는 것도 숙제로 남았다. 이성수 민주노총 전남동부지구협의회 조직부장에 따르면 올해 2월 현대하이스코 울산공장은 정규직 800명을 다 정리했다. 500명은 하청노동자가 되고 300명은 순천공장으로 오게 됐다. 현실적으로 정규직노조가 연대투쟁에 나서기엔 객관적 조건이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원청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며 “정규직노조가 구사대로 나서지 않은 것만도 높이 사야 한다”고 평가했다.

차 부지회장은 “서운하긴 하지만 정규직노조가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건 인정한다”며 “원청 노동자와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자본이지 원청 노동자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 사무차장도 “점거농성 당시 사측에서 원청노동자들을 구사대로 조직하려고 노력했지만 정규직노조에서 잘 막아줬다”며 “그 결과 노노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14일 오전 9시 5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3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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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한다는 것

“어쨌든 광산지역에서 석탄산업은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환경문제만 강조하는 건 지역 실정을 무시하는 걸로 비친다. 생존권이 환경권을 압도해 버린다.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광산지역환경연구소 이상진 소장.
광산지역환경연구소 이상진 소장.

이상진 광산지역환경연구소 소장은 “강원랜드니 스키장이니 해서 개발사업은 많이 하는데 복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제는 ‘묻지마 개발’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 돌 던질 사람 여럿 있겠지만 솔직히 태백에 골프장이나 스키장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지금까지 개발사업은 민선시장이 어떻게든 업적을 남기려고 하는 개발이었고 모조리 갈아 엎은 다음에 건물 짓고 조경사업하는 방식이었다”고 비판했다.

765킬로볼트송전소는 지역에서 환경운동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전원개발특별법에 근거해 울진에서 가평까지 송전탑을 건설해 전기를 옮긴다는 사업이지요. 산림파괴는 불보듯 뻔한 사업입니다. 몇 년간 반대운동했지만 결국 시청에서 밤에 몰래 공사하는 방법으로 송전탑을 완공했지요. 주민들은 환경단체 반발 때문에 사업이 늦게 이뤄져 지원을 제대로 못받았다고 환경단체를 원망하지요.”

이 소장은 “아직도 관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게 문제”라며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의하고 그 내용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부가 지역에 내놓은 막대한 지원금으로 결국은 개발사업만 했다”며 “시민들은 사정을 전혀 모른다”고 비판했다.

개발사업의 근저에는 인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식도 잠재해 있다. 하지만 이 소장은 “현재 태백시 인구가 5만인데 관에서는 자꾸 인구를 불리려고 한다”며 “그러다보니 자꾸 대단위 개발을 강조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산악지역인 태백은 3-4만 정도가 적당한 인구수준”이라며 “그 정도 인구수준이면 레저스포츠나 태백산을 활용한 관광사업을 대안산업으로 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태백=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7일 오전 8시 1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2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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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석탄말고는 고용안정 대안 없어&quot;

“장기적으로 석탄산업이 달라져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산업이 어느 정도 유지가 돼야 한다. 5만 인구가 고용 창출할 수 있는 대안이 석탄 말고는 없다. 현재 규모로 광산이 유지되면서 관광산업이 같이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관광산업은 그 자체로 인구가 늘어나는 산업이라고 볼 순 없다. 광산이 무너지면 태백시 인구는 3만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광산노조 김동욱 위원장.
광산노조 김동욱 위원장.

지난 2일 태백시내에서 만난 김동욱 대한석탄공사 노조위원장은 ‘함태탄광 재개발’을 위한 시민서명을 받느라 분주했다. 그는 “4~5년이면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게 되는데 그러면 태백시 경제는 붕괴된다”며 “함태탄광을 재개발하면 생산원가가 줄어들어 석탄공사 입장에서도 이득이고 노동자들도 더 좋은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너무 무리하게 감산정책을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작년부터 연간 1백만톤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수입 유연탄이 톤당 18달러 가량이었는데 이제는 톤당 50달러”라며 “모든 탄광이 문을 닫고 석탄산업이 없어지면 수입 유연탄 가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장성광업소에서 일하는 인력이 1천600여명인데 이들은 1만명 정도의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이 정도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다른 대안만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 광부들도 다른 산업으로 갈 수 있다면 그게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특별법 10년이 되도록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 골프장 스키장에서 생기는 고용은 일회용이다. 광산은 그래도 한 가족의 고용이 이뤄진다.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는 “전국에 있는 모든 지자체가 골프장 짓고 스키장 만들어서야 차별화가 되겠느냐”며 “정선이야 동계올림픽도 있고 교통도 좋으니까 태백보다는 관광산업이 경쟁력이 있겠지만 태백은 골프장 짓고 스키장 지어서야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태백시의 전략부재를 꼬집었다. 아무런 비전 없이 정부지원금으로 도로만 닦다가 시간을 허비해 시민들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진단이다.

태백=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7일 오전 8시 1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2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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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산업 합리화 장기계획 절실

석탄산업 합리화 사업을 시작한지 18년이나 됐지만 석탄산업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석탄산업의 위기는 크게 △정부지원 부담 가중 △탄광지역 경제회복속도 미진 △석탄공사 위기 가중 △수급불균형 심화 우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석탄산업 합리화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계획과 민주적인 의견수렴이 우선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정창수 함께하는시민행동 전문위원은 “일차적 과제는 석탄산업의 미래를 그리는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관련당사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구조개혁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주인의식 없는 산업에 주인없는 공공재정만 계속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장기계획”과 “도덕적해이 현상 극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 전문위원은 “지금처럼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최소한 10년 이상의 진정한 장기계획을 수립해 석탄산업 구조조정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18년째 석탄산업 구조조정을 계속하는 지금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해당사자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광부들과 지역주민들은 정부지원만 막연하게 기대하고 지자체는 이들을 방패삼아 막대한 예산을 획득하는 것에만 관심을 보이며 광부보다도 숫자가 많은 각종 기관과 업계종사자들은 정부지원유지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원기준 광산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은 지속가능한 대안을 위한 기본방향으로 “주민 삶의 질 향상에 직접 이바지하고 지역 특색을 살리는 내재적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아무리 좋은 대안이라도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며 “주민선택 최우선”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 산업구조를 급격히 해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 소장은 “제대로 된 연구와 조사를 실시할 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지금까지 투자하고 앞으로 투자할 막대한 돈에 비하면 큰 돈 아니다”며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소장은 “석탄산업과 지금의 강원랜드를 대체할 새로운 대체산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종합적인 개발과 균형잡힌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강원랜드를 둘러싼 지역간 이해관계 충돌이 지역갈등을 가져오고 이것이 강원랜드의 지역투자를 거꾸로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폐광지역은 도박중독보다도 강원랜드 중독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원 소장은 “폐광지역 주민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을 진심으로 원하지만 설득력없는 대안에는 매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현실적으로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원랜드에 더욱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폐광지역주민들도 석탄산업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다”며 “문제는 석탄산업 자체를 대체하는 것보다 현재 일하고 있는 탄광노동자들만 대체하는 결과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폐광한 삼천탄좌, 동원탄좌의 실직노동자들 가운데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게 된 노동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권혁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석탄산업 장기발전 방안으로 △지방 자생력 강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단계별 정책수행 평가 프로세스 도입 △지역활성화 관련 정책체계도 작성과 관리 △에너지특별회계 의존도 축소 등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상향식 지역 활성화 정책 추진체계를 정착시켜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주적 협력적 관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은 “천문학적 액수에 달하는 정부지원이 정작 석탄 노동자가 아니라 도로, 카지노 등 개발업자, 부동산업자에게 가고 있다”며 “석탄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이 수혜자가 되는 방식으로 석탄합리화정책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7일 오전 8시 1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2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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