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가는 곳에 어떤 사람이 글 남기고, 막 댓글이 오고가면서 노조 만들자고 한다. 디자이너 노조도 만들어졌음 좋겠다.!!!

 

 

 

많은 이견이 있지만 필자는 기본적으로 디자이너를 '노동자 계급'으로 본다. 분명 '노동자 계급'에 해당되지 않는 디자이너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디자이너는 자본가에 의해 임금을 받고 일정 수준이상의 잉여 가치를 생산한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에 의한 착취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디자이너는 '노동자 계급'이 된다.

 

디자인 그 자체는 원자재가 불필요한 생산물이다. 순수하게 디자이너의 능력에 의해서 그 생산물이 좌우되며 자본가는 그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안다. 이런 사실은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디자이너에게 한계 이상의 노동력을 요구하게 된다. 디자이너에게 노동 3권은 무시되고 일주일에도 몇일씩 밤을 새워야 하는 불합리한 노동은 계속 된다. 하지만 한달에 손에 들어오는 돈은 차비, 세금, 밥값을 제외하고 약 100만원 정도이다. 일부 메이저 회사, 교수, 좋은 학력 그리고 그 이외의 좋은 조건들을 가진 '엘리트 디자이너'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노동과 착취는 계속된다.

 

필자는 3년의 회사 경력을 갖고 있다. 이 3년의 대부분은 전문대학생의 스펙을 갖고 있었으며, 이 기간동안 단 한번도 1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아 보질 못했다. 당시에 주변의 많은 친구들은 "네가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래" 혹은 "니가 노력을 해야지"라며 말을 건넨다. 진짜 필자가 능력(?)이 없거나 노력을 안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내 주변에는 없다. 단지 그 당시에 내가 갖고 있는 유일한 사회적 핸디캡은 학벌이었다. 자본가와 디자인 회사대표, 그리고 일부 엘리트 디자이너의 차별과 편견,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전문대에서 잘나가는 4년제 대학으로 스펙이 바뀌면 알 수 있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디자이너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차별과 편견이 그들에 의해서 더 많이 이루어 진사는 사실만으로도 힘없는 대다수 디자이너의 노동 상황은 씁쓸하다.

 

이런 대한민국의 척박한 자본주의의 노동환경 속에서 대다수의 디자이너들은 희망을 갖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싸울 힘도, 학별도, 인맥도 존재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디자이너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분명 디자이너의 노동 3권을 위한 단체가 존재한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단 한번의 파업도, 단 한번의 환경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에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 디자이너에게 진정한 '노동조합'은 존재하지 않는가? 왜 모두가 투쟁을 통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위한 움직임을 시작도 못하는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의 상식선에서 몇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대부분의" 디자인 회사는 소규모이다.
2. "대부분의" 디자인 회사는 영세하다.
3. 올드 디자이너들 "대부분이" 디자이너의 밤샘을 당연시 여긴다.
4. 국내 시장은 작다. "대부분의" 힘 없는 디자이너들이 파업한다고 해서 공급에 차질을 빚기는 힘들다. 디자인의 공급은 소수의 엘리트 디자이너들 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며, 그들은 충분한 노동조건을 공급받는다.

 

위에 열거한 이유에 대해서 분명 반론과 편견이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힘없는 디자이너들은 공감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88만원 세대가 존재 한다면 그것은 디자이너다. 타 분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학비, 90%의 비정규직 취업률, 산업혁명 직후의 자본주의에나 존재했던 낮은 임금의 과도한 노동 착취, 낮은 결혼율과 망가져가는 건강.... 지금도 컴퓨터 앞에 처박혀 24시간 일하며 게임 캐릭터를 그리고 있는 디자이너들, 충무로에서 질 보다는 양으로 승부해야 하는 디자이너들, 과도한 경쟁으로 지금도 디자인 단가를 낮춰야 하는 대표 혹은 디자이너들, 그리고 그 이외에 많은 디자인 분야에서 소외된 디자이너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는 희망이 없다.

 

판단하건데 디자이너들이 제 3부분(자발적인 단체)을 형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정부의 개입이다. 디자이너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단체의 설립과 활동, 이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 그 어디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없다 (이 정부에 대해 대체 뭘 바라랴?).

진정 대한민국의 디자이너는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에 영국의 방직공장 어린이들 처럼 엄청난 죽 노동과 저임금으로 사회에서 개처럼 일만하다 버려 지는 것인가?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 것인가? 워킹홀리커(?)들을 위해 형성된 경혼정보회사에서 디자이너는 가장 낮은 등급을 받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디자이너들에게 남은건 씁쓸한 미소 뿐이다.


"명사가 된 디자이너의 뒤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24시간 사회'를 살고 있는 디자인 '잡역부들'—이를테면 컴퓨터 게임의 그래픽을 하청받아 며칠 동안 낮밤을 잊어가고 고스톱 화투패를 그려야 하는 그래픽디자이너—사이의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디자인 멜랑콜리아 (서동진 지음) 14쪽, 8번째 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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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8 21:39 2009/05/2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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