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

from 늬들은 꺼져 2009/05/30 12:24

사방 천지가 노무현의 죽음을 애도하는 물결로 넘실댄다.

처음에 노무현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아프진 않았지만, 뭘랄까 먹먹한 마음이랄까.

그런 맘이 들었고, 앞으로 사람들, 미디어의 향후 모습이 궁금했다.

솔직히 이 기회로 명박이에 대한 안티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었고;;; 난 기회주의자다 /////0_0/////

뭐 그랬는데, 진짜 기회주의자는 삼성이었던 거지. 쳇

 

오늘로 노무현의 죽음 후 1주일이다. 그간 참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처음엔 안타까웠던 마음이 연일 계속되는 뉴스 특집과 노무현 민주화 용사 만들기에 짜증이 슬슬 치밀어 올랐고, 어제 거리의 노란물결과 통곡소리엔 도대체 답이 없구만. 이라고 느껴졌다.

 

온 나라가 노무현 얘기로 들썩일 때, 물론 진보넷 이곳에서도. 너무 지긋지긋해서 난 입 다물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도 -_-;;; 아임 루져.

여튼, 미디어와 정계의 모습은 참으로 코메디같았지만, 더 놀란 것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뉴스에서 이라크 전쟁으로 아이들이 죽어가고, 팔레스타인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용산에서도 사람들이 죽어갈 때도 굳건하게? 비통함을 감췄던;;;-_- 사람들이 유독 노무현, 그것도 어쨌든 자살인데, 그런 죽음에 저렇게 애달피 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결국 어제는 박정희 죽었을 때 사람들의 모습들, 월드컵 축제 때 사람들의 모습들, 심지어 작년 촛불 때 사람들의 모습들까지 오버랩되면서 도대체 저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은 뭔가라고 생각했다.

미디어인가? 정치인들인가? 애국심이라는 허상인가?

 

사실 놀랄 것도 없다. 어릴 때부터 같은 교복에 같은 머리에, 같은 교과서에, 같은 문제집에, 같은 꿈을 안고 살았는데 슬픔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공유한다는 게 이상한 일인가 뭐.

내 생각이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 내 생각이고, 모난 정은 돌을 맞아야 하는 거. 너무나 익숙하자나?

다른 세상과 다른 생각을 꿈꾸기도 전에, 정석 한 문제를 더 풀고, 토익 한 개를 더 맞는 게 더 급한 일이었자나. 

 

서로 만난적도 없지만 노무현 죽음이 안타깝게 느껴지는건, 어쩌면 그간 익숙해서일꺼다. 그런 차원에서 연예인들의 죽음도 마찬가지일테고. 그리고, 용산에서 죽어간 이들과 먼 이국의 나라에서 총탄을 맞고 죽어간 이들의 죽음에 슬프지 않은 이유 역시 익숙하기 때문일터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지만, 가끔씩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죽음들, 사람은 매일 죽어나가는데, 모든 죽음에 슬퍼할 순 없다는 생각들. 나는 총과 칼을 들지 않았다는 사실들. 지긋지긋한 세계의 전쟁들.

익숙한 것들에 민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또한, 모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그렇지 않게 반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나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든 이 마당에 말이지..

 

어제 깐돌이랑 얘기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죽음이라는 것, 가장 자연스러운 일조차 상업화되고 정치화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 생명의 스러져감을 맘 속으로 슬퍼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 여기. 이곳. 미디어들. 사람들.에게 화가났다. 여튼, 이제 노무현 죽은건 그만 얘기할란다. 노무현씨.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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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30 12:24 2009/05/3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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