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있는 대통령
벙커에 쥐쉑처럼 숨어서 미네르바 부엉이 목에 방울달기를 획책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얼리버드 대통령. 그동안 행인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나본데, 오늘 방송연설문을 보니까 이분도 염치라는 것을 아는 분인 듯 하다. 해서 그동안의 "오해"를 일신할 계기로 삼고자 그분의 연설문을 곰곰히 뜯어 보았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잠깐이나마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했던 행인의 생각이 "오해"였음이 드러났다.
천삽질후척추이완(千삽질後脊椎弛緩 : 천삽뜨고 허리펴기)운동을 준비하시는 삽질의 달인 각하께서 글쎄 충격을 먹으셨단다. 다름이 아니라 국회에서 벌어진 집단 이종격투기가 외신에 보도된 것을 보고 충격을 곱배기로 드셨다는 거다. 그 외신들을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한다. 어찌나 충격을 먹었던지 "회의실 문을 부수는 해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때리고 제 머리와 가슴을 때리는 것 같이 아팠습니다"라고 울먹인다.
그런데 이런 방송용 멘트를 듣고 있는 한국 인민들, 이런 대통령을 뽑아 놔서 "유권자로서 정말 부끄"럽다. 우린 네가 부끄럽다... 뭐 이런 심경... 경제 살리겠다고 생구라를 치면서 지가 대통령만 되면 주가 3000에 몇 년 지나면 5000도 거뜬하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분이 떡찰에게 수사도 받지 않으면서 '푸른 팔작지붕 아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한국 인민들 부끄럽기 짝이 없을 지경이다.
그런 안타까움에 사로잡혀 있는 이 땅의 유권자들, 실제 심경으로는 "회의실 문을 부수는 해머"를 들고 '푸른 팔작지붕 아래'로 쫓아가 봉황 두마리 배경으로 앉아 있는 각하의 "머리와 가슴을 때리"고 싶을 지경이다. 도대체 만수는 저렇게 아끼고 살피면서 백수는 왜 빵에 쳐넣는 건데? 시중엔 이런 말이 돌아다니고 있더라. "잘 키운 백수 하나, 열 만수 안 부럽다"
각하가 "앞이 캄캄했습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하는 이유는 국회에서 벌어진 집단 이종격투기로 인해 "OECD 각료회의 의장국"이자 "G20 정상회의 공동의장국"으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쪽팔려서 어떻게 의장질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맞다. 행인도 쪽팔린다. 이런 상황을 몰고 왔으면서도 자나깨나 삽질만을 외치는 이 옹골찬 뚝심의 두뇌 없는 불도저가 저런 거창한 회의에서 의장질 할 것을 생각하니 쪽팔리기가 한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각하는 "정치의 선진화가 따라주지 않으면 선진화는 없습니다"라며 강력하게 주장한다. 적절한 발언이다. 훌륭한 말씀이다. 바로 그거다. "정치의 선진화!"
그런데 기껏 정치 좀 잘해보라고 국민들이 뽑아놓은 대통령이 정작 정치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 허둥대면서 국정운영을 상점운영처럼 하고 자빠졌다. 즉 지금 청와대의 상황은 딱 "정치의 부재"라는 한마디로 정리가 되는 상황이다. 정치 자체가 뭔지 모르고 있는 정치인이 대통령짓을 하는 통에 정치선진화는커녕 실종된 정치를 찾아오는 일이 급선무가 되버렸다.
하지만 각하께서는 한국 정치선진화의 문제를 지 자신으로부터 찾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엉뚱한 곳에서 삽질을 거듭한다. 그 주제에 지 생각이 그렇다고 이야기하다가는 삽으로 "제 머리와 가슴을" 맞을까봐 겁났는지 "전문가"들이 그랬다며 구라를 푼다. 즉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우리(국가)의 브랜드가치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격렬한 노사대립과 거리의 불법시위, 그리고 북한 핵을 꼽았"다고 설레발이를 친다.
요컨대 "노사문제나 불법시위 문제를 개선한다면 그만큼 우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란다. 이분이 대통령 당선 되기 전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더랬다. 대통령 출마선언을 하기 전에 이미 각하께서는 "교수가 왠 노조?"라고 놀라시기도 했거니와 서울시 오케스트라 노조에 대해 우찌 음악하는 사람들이 노조를 할 수 있느냐고 개탄씩이나 한 적이 있었더랬다. 두개골 안쪽을 세멘공구리로 채워놓은 각하의 발상에서는 결국 노조만 없으면 세상만사 오케이가 되는 거다. 이런 분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대처 전 영국 수상을 꼽지 않는 것이 희안한 일이다. 혹시 꼽았는데 내가 못들은 걸까?
문제는 노조가 파업을 할 수밖에 없고 거리에 촛불들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누가 조성했느냐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각하는 쬐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신자유주의 조류를 타고 노동시장유연화에 박차를 가했던 것도 전 정권이고, 한미 FTA 빨리 해야한다면서 난리를 피웠던 것도 전 정권인데 왜 이제와서 나만 갖고 그래~! 이런 심정이 들만도 하다.
하지만 그런 심정은 둘째치고 앞 정권에서 만든 문제 해결하라고 뒷정권 세워준다는 것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의 해결은 노조 때려잡고, 물대포 뿌려가며 촛불 꺼버리고, "허위사실 유포죄"로 미네르바 입에다가 공업용 미싱을 쎄려 박는 것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삽질하는데 50조 풀 여력이 있으면 보다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곳에 돈 쓸 궁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거 못한다. 벙커에 들어앉아 세상을 보려고 해봐야 사방이 공구리벽일 뿐이다.
어쨌든 각하는 "민주주의와 폭력은 결코 양립할 수 없습니다"라고 선언하면서 "지금은 군사독재정권시절이 아닙니다"라고 외친다. 폭력이 난무하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폭력과 양립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만큼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입을 막고 손을 묶고 등짝을 삽으로 밀어가면서 "나만 따르라"고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그런 민주주의는 너나 먹고 떨어지면 된다.
더불어 "지금은 군사독재정권시절이 아니"라는 데에 동감한다. 지금은 사실 그 수준보다 훨씬 저열하다. 29만원짜리 인생도 겉으로는 민주적 절차를 지키는 척이라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각하께선 그렇지 않다. 지금 돌아가는 꼴은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중세시대의 재판이다. 군사독재보다 적어도 300~400년 전의 시대로 돌아간 거다. 온라인에서 광속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이 시대에, 키워드를 몰라 로긴도 못하는 주제에 삽 한자루로 천하통일을 염원하는 각하의 세멘 공구리 대가리는 중세로 빽투더퓨처하고 있는 거다.
각하의 주옥과 같은 말씀을 읽다가 결정적으로 모니터에 침을 튀기게 된 부분은 이거다.
"저는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 공원을 찾았을 때 그곳에 새겨진 글귀를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부득이 영어로 옮기면 FREEDOM IS NOT FREE!(강조는 각하가 직접. ㅋ)"
맞다. Freedom is not Free! 그래서 행인도 결심했다. 각하의 말씀을 받들어 free로 freedom을 얻을 생각을 버리고 마빡에 피가 터지도록 freedom을 위해 싸우기로 말이다. 그래서 올 한해도 사이버모욕죄의 공포에 정면으로 맞서며 중구장창 각하의 뒷다마질을 하기로 마음먹는 행인이었다.
행인과 마찬가지로 각하 역시 자신의 굳은 신념을 드높이 천명한다. "인기발언이나 하면서 행동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건 조금 아니다. 어차피 지금까지 인기발언 하고 현장지도사업 생쑈 하면서 보내지 않았던가? 사진발 잘 받더이다. 문제는 그넘의 인기발언이 강부자고소영을 위한 인기발언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를 사분오열시키기 위해 특정집단의 귀에 달콤한 인기발언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너무 엉뚱한 행동을 많이 하심으로써 인민의 신뢰를 잃고 계신다. 걍 이 대목에서는 각하가 더 이상 삽질하지 마시고 벙커에 틀어박혀서 얼리버드짓 하시느라 모자란 잠이나 남은 4년 내내 보충하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연설문 막판에 각하는 이런 말씀을 하신다.
"존경받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국민 한 명 한 명이 대우받는 세계 시민이 되는 나라가 바로 제가 꿈꾸는 선진일류국가입니다. 이를 앞장 서 만들어내는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정치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결론은 "역시 정치입니다." 그러니 각하도 이제 정치를 좀 하시던가. 사업이 그렇게 하고 싶으면 걍 대통령 때려 치시고 어디 가서 BBK인지 BBQ인지라도 차리시고 성공사업모델을 함 보여주시던가. 상왕정치하고 있는 형님 그늘에 숨어서 헝아, 이제 어떻게 해? 응? 응? 응? 이러면서 보채지 좀 마시고.
본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많은 분들이 혹시라도 저 연설문 원문을 보다가 심근경색이나 급성뇌출혈을 일으키실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링크 생략한다. 방문자들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행인에게 올 한 해 많은 복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 쉬파, 공부가 안 되니까 별 허접쓰레기같은 연설문 하나 놓고 문장분석까지 하고 자빠졌네... 떡찰만큼이나 할 일이 없어서 그런가??? 에혀, 이젠 컴터 끄고 다시 책을 봐야겠다. 명박이도 안녕~~!!
ㅅㅍㅅㅋ! ㅈㄹㅎㄴ! ㅋ! ㅁㄹㄹ ㅃㅅㅂㄹ!
욕 좀 내뱉고 갑니다. -_-;;;;
↑ 어째 초성일 뿐인데... 제대로 읽고있는 난 뭔지...;;;
사려깊으신 행인님께 만복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
저도 제대로 읽는 것 같습니당...-_-;ㅋ
천삽질후척추이완(千삽질後脊椎弛緩 : 천삽뜨고 허리펴기)운동..
하하 정말 그렇네요.. 웃기면서도 씁쓸한..
정치의 선진화는 개뿔...
ㅋㅋㅋ아, 씁쓸한 내용인데 웃음이 나오네요..
워낙 글을 재미있게 쓰셔서^^;
그래도 웃음 뒤엔 씁쓸함이 남는군요..
not/ 16년 간 욕설문화창달에 진력을 바쳤던 행인이 조언을 하자면, 뒷부분의 ㅁㄹㄹ이라는 부분은 ㄷㄱㄹㄹ 또는 ㄷㄱㅁㅅㅇ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듯. ㅋㅋ
EM/ 다들 제대로 읽고 계시는군요. 향후 이러한 욕설표기법이 사이버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누군가 설레발이 친다면, "모음이 없으므로 무효"라고 이야기하면 될 듯 합니다.ㅎㅎ
초보미/ 블랙코메디의 참맛이 뒷맛의 씁쓸함입니다. ㅎㅎ 뭐 아무리 힘들어도 웃고 사는 것이 무병장수의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는 행인입니다. ^^
ㄷㄱㄹㄹ 한 수 배웠습니다. ^^;;;
not/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