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역설
행인의 [미네르바, 나경원, 그리고 모욕과 명예훼손] 에 관련된 글.
트랙백을 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경원은 여선생들의 얼굴등급발언을 한 후 명예훼손죄로 구속되거나 처벌된 적이 있었던가? 천만에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나경원은 자기 얼굴에 대한 누군가의 '품평'에 대해선 여성비하발언이라며 발끈했지만, 정작 자신이 행한 짓거리에 대해선 사과도 아닌 오해라는 발뺌으로 일관했더랬다. 검찰은? 물론 나경원에게 손바닥이나 비비고 있었지 뭐 별다른 거 한 일이 없다.
미네르바의 구속영장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구속되건 말건 간에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치가 않다. 검찰은 미네르바에게 허위사실 유포라는 죄목을 씌우고 있는데, 이 혐의의 구성요건이 검찰이 밝히는 것처럼 갖추어진 것인지 등에 대해선 논의를 미루자. 미네르바가 처벌받을 짓을 했느냐의 여부보다도 더 행인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온라인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검찰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즉 미네르바 체포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미네르바의 혐의사실을 공포하는 한편, 매우 치사한 형태의 물타기를 진행하고 있다. 전형적인 물타기를 보여주는 검찰의 주장은 대충 이러하다.
1. 미네르바는 공고, 전문대 출신이다.
- 미네르바가 온라인에서 어떤 소리를 했느냐에 대한 관심을 갖기보다는 그의 개인적 환경으로 대중의 시선을 돌리고자 한다. 즉, 죄가 뭐냐에 대한 세간의 질문에 대해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다. 미네르바가 아고라에서 이목의 집중을 받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의 전문성에 있었다. 그런데 정작 알고 봤더니 경제학이라고는 제대로 공부도 해본 적이 없는 건달에 불과하더라. 그러니 미네르바는 쥐뿔도 없는 주제에 감언이설로 여러분을 선동한 죄인이다. 뭐 이런 논리 되겠다.
사법시험이라는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관문까지 통과한 후 공직에 나서 지구방위의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 검찰의 논리치고는 엉성하기 이를 데가 없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일류대학(은 개뿔, 걍 수능 1등 대학들) 출신에 정관계나 업계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자들이 퍼뜨린 요설에 대해선 함구하는 검찰이 학벌 없고 그닥 큰 소리 낼만한 지위도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관운장 언월도 휘두르듯이 가차없는 공권력의 행사를 보여준다는 것을 증거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떡 줄 만한 넘에게는 살살 기고, 얄궂은 넘들에겐 주먹질 하는 전형적 양아치 근성으로 무장한 집단이 검찰이라는 거다. 이러니 떡찰 소리를 듣는다.
2. 미네르바는 백수다.
-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진중권은 "뛰는 백수, 기는 만수"라고 했던가? 검찰이 고의적으로 미네르바가 백수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떠드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일정한 직업도 없이 놀고 먹는 넘이다보니 네이버며 다음이며 돌아다닐 시간은 남아 돌고, 그러니까 이런 쓰잘데기 없는 짓이나 하고 있는 거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역시 미네르바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한 것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실제 미네르바는 조만간 취업이 예정되어 있었고, 검찰이 무직의 백수라고 언론에 알린 사실에 매우 분개했다고 한다. 미네르바가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검찰은 의도적으로 이 짓을 했다. 어쨌던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물타기의 목적인데다가, 온라인에 죽치고 앉아 온갖 오탁후형 사이버 자폐증 현상을 보이는 키보드 워리어로 미네르바를 몰아가는 것이 대중으로 하여금 그에 대한 신뢰를 철회하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임을 검찰은 잘 알고 있는 거다. 문제는 미네르바가 백수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능동적으로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려 한다. 그래서 검찰에게 있어서 미네르바는 현재도 그렇고 향후에도 그렇고 백수여야만 하는 거다.
3. 미네르바의 글은 짜깁기일 뿐이다.
- 지난 10년 간 전국에서 쏟아져 나온 박사학위 논문, 특히 인문사회학 계열의 박사학위 논문 다 검증해보자. 행인이 장담하건데, 그중 태반은 자신의 학술적 입장이나 연구성과물을 온전하게 풀어놓기 보다는 아마 기존 연구들을 말 되게 짜깁기한 부분이 더 많을 거다. 그러나 그것도 능력이다. 남이 해놓은 말들이며 연구결과물들을 제 말로 풀어 엮어내는 것. 그게 공부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러한 능력은 표절이나 연구결과물을 절도하는 행위하고는 전혀 다르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전국 박사학위 소지자 중 태반은 짜깁기를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넘들이 된다. 그런데 왜 그들에 대해선 공권력 행사를 주저할까?
미네르바가 올린 글들은 앞에 트랙백 건 포스팅에 링크를 걸어놓은 바가 있다. 심심할 때 한번씩 읽으면 재밌을텐데, 어쨌건 그의 글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행인에게 그닥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초유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뭔가가 있었다는 거다. 그 뭔가가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짜깁기 한 것이든 온전히 지 머리속에서 나온 것이든 말이다.
그 반대로 서울대 법대 나와서 엘리트코스란 코스는 다 거친 강만수는 입을 열 때마다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다시 말해 짜깁기한 수준보다도 못한 수준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자가 한 나라의 경제수장을 하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미네르바가 짜깁기를 한 행위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 짜깁기의 결과물이 뭘 말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일 뿐이다.
뭐 기타 등등 검찰이 언론을 상대로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를 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물타기를 들여다보면 이번 사건이 얼마나 재밌는 사건인지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첫째, 검찰이 언론을 상대로 미네르바의 신원정보까지 흘리면서 물타기를 하는 이유다. 이건 매우 간단한 이유인데, 물타기를 하지 않으면 별로 뉴스거리가 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즉, 검찰이 별것도 아닌 것에 검찰력을 동원하여 애꿎은 사람 하나를 범죄자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검찰이야 지들 업적 하나 올리는 셈 치면 되겠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게 인생이 걸린 문제다.
현직 대통령에 맞먹는 검찰의 삽질에 대해 비난이 폭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물타기까지 동원해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숨기려 하는 것이 검찰의 행태다. 미네르바 사건은 그래서 한국 검찰의 온라인 수사능력을 보여주는 쾌거가 아니라, 한국 검찰이 얼마나 권력지향적이며 뻘짓의 대가인지를 보여주는 역설의 현장이다.
둘째, 실패한 한국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역설이다. 검찰이 미네르바가 공고와 전문대 '밖에' 나오지 못한 30대 백수라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있지만, 이 사실은 결국 제도권 교육이 세상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12년동안 주구장창 입시교육만 받고, 머리 싸매고 시험쳐서 서울대 법대 들어가고, 거기서 또 고시공부나 줄창 하다가 관료로 풀려 일신의 영달을 누리고 있는 만수는 전 인민들을 혹독한 경제한파로 몰아 넣었다.
그런데 홀홀단신으로 경제학을 공부하고 온라인에서 정보를 수집한, 즉 제도권 교육의 혜택과는 전혀 무관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 '공고출신 전문대졸 30대 백수'는 사람들의 찬사를 받아가며 경제예측을 한다. 검찰이 발표한 미네르바의 신원정보는 그래서 이 땅에 뿌리깊이 내려있는 학벌과 학력 지상주의의 천박함을 그대로 증거한다. 더불어 학벌과 학력을 기준으로 인성은 물론이려니와 범죄여부까지 따지려는 검찰의 '똥덩어리'같은 수준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셋째, 온라인의 폐해 vs 온라인의 가능성이다. 검찰이 미네르바가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를 짜깁기하는 정도의 능력으로 온갖 요설을 다 퍼뜨렸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온라인을 통해 이런 유언비어가 돌아다님으로써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 의원 이하 여러 돌탱이들이 설친다. '최진실 법'을 만들자고 설쳤던 그들의 두뇌구조에서는 작금 벌어지고 있는 이 경제위기가 미네르바에 의해 벌어진 사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닭대가리들에게 이 이상을 바라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반대로 해석하는 것이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온라인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는 사례가 이번 사건인 것이다. 아고라에는 현재 미네르바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경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미네르바는 그 중 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글이었고, 그 의미가 사회적 파장을 가질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어디에서? 바로 온라인에서다.
사람들은 온라인의 글을 보면서 스스로 가치판단을 한다.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현실세계에서 경제관료들이 벌이는 삽질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온라인의 다른 이야기들이 부각된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세계의 관료들은 온라인의 논객들에 의해 우스개거리가 되었다. 반대로 온라인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말이 죄다 틀렸고 만수를 비롯한 관료들의 말이 정확한 것으로 증명되었다면 오늘날의 사태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현실세계에서 힘을 가진 자들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다. 헌법이 제 아무리 인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은 도로에 발을 디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반교통방해죄'라는 포괄적 죄목이 들씌워지고, 밤에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집시법 위반으로 법정에 넘겨진다. 그것도 모자라 사이버모욕죄라는 신통방통한 죄목을 신설하겠다고 설친다. 아마 사이버 모욕죄가 신설되면 행인은 처벌 순위권에 들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말이 횡행할 수 있는 곳은 아직까지 온라인이다. 최소한 사이버모욕죄라는 희대의 악법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물론 사이버모욕죄가 신설된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에서 할 말은 죄다 할 수 있을 거다. 방법이야 여러가지니까. 중요한 것은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갖가지 정보, 물론 그 정보가 유익한 것인지 쓰레기같은 것인지를 판단할 필요는 항상 존재하지만, 그 정보들은 언제 어디서고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게 될 것이고, 바로 그러한 분석과 비판이 이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검찰의 수사는 온라인의 역동성을 억누르기 위한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검찰의 행위는 결국 실현 불가능한 행위라는 것이 드러난다. 미네르바가 구속되었고, 검찰과 권력이 온라인을 만악의 근원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결국 온라인을 중심으로 검찰과 권력에 대한 비판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온라인의 움직임은 저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거리의 행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는 결국 온라인의 힘만 증폭시키게 되는 거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번 미네르바 사건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웃기는 편린들을 고스란히 내보여주고 있다. 행인이 만수라면 이번 사건을 맞이하여 쪽팔려서라도 장관직 사퇴하겠다. 물론 만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 닭대가리가 쪽팔림을 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명박이도 마찬가지. 검찰청장과 사건담당 검찰도 마찬가지다. 얘들은 절대 쪽팔림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저 어떻게 해서든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고 싶고 앞으로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다는 욕망만이 있을 뿐이다. 그 와중에 진리에 대한 추구와 양심에 대한 추구 같이 고귀한 이상은 미네르바와 함께 수갑을 채워버린다. 이번 사건이 보여주는 역설은 그래서 재미있다. 지들이 지구방위대인줄 알고 설치지만 결국 설치류에 복속하고 있는 조류일 뿐임을 만방에 과시하는 것.
이 설치류와 조류의 향연에 법원이 들러리를 설지 궁금하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그 열쇠가 될 것이다.
트랙백을 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경원은 여선생들의 얼굴등급발언을 한 후 명예훼손죄로 구속되거나 처벌된 적이 있었던가? 천만에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나경원은 자기 얼굴에 대한 누군가의 '품평'에 대해선 여성비하발언이라며 발끈했지만, 정작 자신이 행한 짓거리에 대해선 사과도 아닌 오해라는 발뺌으로 일관했더랬다. 검찰은? 물론 나경원에게 손바닥이나 비비고 있었지 뭐 별다른 거 한 일이 없다.
미네르바의 구속영장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구속되건 말건 간에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치가 않다. 검찰은 미네르바에게 허위사실 유포라는 죄목을 씌우고 있는데, 이 혐의의 구성요건이 검찰이 밝히는 것처럼 갖추어진 것인지 등에 대해선 논의를 미루자. 미네르바가 처벌받을 짓을 했느냐의 여부보다도 더 행인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온라인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검찰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즉 미네르바 체포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미네르바의 혐의사실을 공포하는 한편, 매우 치사한 형태의 물타기를 진행하고 있다. 전형적인 물타기를 보여주는 검찰의 주장은 대충 이러하다.
1. 미네르바는 공고, 전문대 출신이다.
- 미네르바가 온라인에서 어떤 소리를 했느냐에 대한 관심을 갖기보다는 그의 개인적 환경으로 대중의 시선을 돌리고자 한다. 즉, 죄가 뭐냐에 대한 세간의 질문에 대해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다. 미네르바가 아고라에서 이목의 집중을 받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의 전문성에 있었다. 그런데 정작 알고 봤더니 경제학이라고는 제대로 공부도 해본 적이 없는 건달에 불과하더라. 그러니 미네르바는 쥐뿔도 없는 주제에 감언이설로 여러분을 선동한 죄인이다. 뭐 이런 논리 되겠다.
사법시험이라는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관문까지 통과한 후 공직에 나서 지구방위의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 검찰의 논리치고는 엉성하기 이를 데가 없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일류대학(은 개뿔, 걍 수능 1등 대학들) 출신에 정관계나 업계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자들이 퍼뜨린 요설에 대해선 함구하는 검찰이 학벌 없고 그닥 큰 소리 낼만한 지위도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관운장 언월도 휘두르듯이 가차없는 공권력의 행사를 보여준다는 것을 증거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떡 줄 만한 넘에게는 살살 기고, 얄궂은 넘들에겐 주먹질 하는 전형적 양아치 근성으로 무장한 집단이 검찰이라는 거다. 이러니 떡찰 소리를 듣는다.
2. 미네르바는 백수다.
-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진중권은 "뛰는 백수, 기는 만수"라고 했던가? 검찰이 고의적으로 미네르바가 백수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떠드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일정한 직업도 없이 놀고 먹는 넘이다보니 네이버며 다음이며 돌아다닐 시간은 남아 돌고, 그러니까 이런 쓰잘데기 없는 짓이나 하고 있는 거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역시 미네르바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한 것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실제 미네르바는 조만간 취업이 예정되어 있었고, 검찰이 무직의 백수라고 언론에 알린 사실에 매우 분개했다고 한다. 미네르바가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검찰은 의도적으로 이 짓을 했다. 어쨌던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물타기의 목적인데다가, 온라인에 죽치고 앉아 온갖 오탁후형 사이버 자폐증 현상을 보이는 키보드 워리어로 미네르바를 몰아가는 것이 대중으로 하여금 그에 대한 신뢰를 철회하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임을 검찰은 잘 알고 있는 거다. 문제는 미네르바가 백수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능동적으로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려 한다. 그래서 검찰에게 있어서 미네르바는 현재도 그렇고 향후에도 그렇고 백수여야만 하는 거다.
3. 미네르바의 글은 짜깁기일 뿐이다.
- 지난 10년 간 전국에서 쏟아져 나온 박사학위 논문, 특히 인문사회학 계열의 박사학위 논문 다 검증해보자. 행인이 장담하건데, 그중 태반은 자신의 학술적 입장이나 연구성과물을 온전하게 풀어놓기 보다는 아마 기존 연구들을 말 되게 짜깁기한 부분이 더 많을 거다. 그러나 그것도 능력이다. 남이 해놓은 말들이며 연구결과물들을 제 말로 풀어 엮어내는 것. 그게 공부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러한 능력은 표절이나 연구결과물을 절도하는 행위하고는 전혀 다르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전국 박사학위 소지자 중 태반은 짜깁기를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넘들이 된다. 그런데 왜 그들에 대해선 공권력 행사를 주저할까?
미네르바가 올린 글들은 앞에 트랙백 건 포스팅에 링크를 걸어놓은 바가 있다. 심심할 때 한번씩 읽으면 재밌을텐데, 어쨌건 그의 글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행인에게 그닥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초유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뭔가가 있었다는 거다. 그 뭔가가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짜깁기 한 것이든 온전히 지 머리속에서 나온 것이든 말이다.
그 반대로 서울대 법대 나와서 엘리트코스란 코스는 다 거친 강만수는 입을 열 때마다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다시 말해 짜깁기한 수준보다도 못한 수준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자가 한 나라의 경제수장을 하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미네르바가 짜깁기를 한 행위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 짜깁기의 결과물이 뭘 말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일 뿐이다.
뭐 기타 등등 검찰이 언론을 상대로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를 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물타기를 들여다보면 이번 사건이 얼마나 재밌는 사건인지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첫째, 검찰이 언론을 상대로 미네르바의 신원정보까지 흘리면서 물타기를 하는 이유다. 이건 매우 간단한 이유인데, 물타기를 하지 않으면 별로 뉴스거리가 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즉, 검찰이 별것도 아닌 것에 검찰력을 동원하여 애꿎은 사람 하나를 범죄자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검찰이야 지들 업적 하나 올리는 셈 치면 되겠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게 인생이 걸린 문제다.
현직 대통령에 맞먹는 검찰의 삽질에 대해 비난이 폭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물타기까지 동원해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숨기려 하는 것이 검찰의 행태다. 미네르바 사건은 그래서 한국 검찰의 온라인 수사능력을 보여주는 쾌거가 아니라, 한국 검찰이 얼마나 권력지향적이며 뻘짓의 대가인지를 보여주는 역설의 현장이다.
둘째, 실패한 한국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역설이다. 검찰이 미네르바가 공고와 전문대 '밖에' 나오지 못한 30대 백수라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있지만, 이 사실은 결국 제도권 교육이 세상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12년동안 주구장창 입시교육만 받고, 머리 싸매고 시험쳐서 서울대 법대 들어가고, 거기서 또 고시공부나 줄창 하다가 관료로 풀려 일신의 영달을 누리고 있는 만수는 전 인민들을 혹독한 경제한파로 몰아 넣었다.
그런데 홀홀단신으로 경제학을 공부하고 온라인에서 정보를 수집한, 즉 제도권 교육의 혜택과는 전혀 무관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 '공고출신 전문대졸 30대 백수'는 사람들의 찬사를 받아가며 경제예측을 한다. 검찰이 발표한 미네르바의 신원정보는 그래서 이 땅에 뿌리깊이 내려있는 학벌과 학력 지상주의의 천박함을 그대로 증거한다. 더불어 학벌과 학력을 기준으로 인성은 물론이려니와 범죄여부까지 따지려는 검찰의 '똥덩어리'같은 수준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셋째, 온라인의 폐해 vs 온라인의 가능성이다. 검찰이 미네르바가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를 짜깁기하는 정도의 능력으로 온갖 요설을 다 퍼뜨렸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온라인을 통해 이런 유언비어가 돌아다님으로써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 의원 이하 여러 돌탱이들이 설친다. '최진실 법'을 만들자고 설쳤던 그들의 두뇌구조에서는 작금 벌어지고 있는 이 경제위기가 미네르바에 의해 벌어진 사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닭대가리들에게 이 이상을 바라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반대로 해석하는 것이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온라인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는 사례가 이번 사건인 것이다. 아고라에는 현재 미네르바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경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미네르바는 그 중 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글이었고, 그 의미가 사회적 파장을 가질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어디에서? 바로 온라인에서다.
사람들은 온라인의 글을 보면서 스스로 가치판단을 한다.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현실세계에서 경제관료들이 벌이는 삽질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온라인의 다른 이야기들이 부각된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세계의 관료들은 온라인의 논객들에 의해 우스개거리가 되었다. 반대로 온라인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말이 죄다 틀렸고 만수를 비롯한 관료들의 말이 정확한 것으로 증명되었다면 오늘날의 사태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현실세계에서 힘을 가진 자들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다. 헌법이 제 아무리 인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은 도로에 발을 디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반교통방해죄'라는 포괄적 죄목이 들씌워지고, 밤에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집시법 위반으로 법정에 넘겨진다. 그것도 모자라 사이버모욕죄라는 신통방통한 죄목을 신설하겠다고 설친다. 아마 사이버 모욕죄가 신설되면 행인은 처벌 순위권에 들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말이 횡행할 수 있는 곳은 아직까지 온라인이다. 최소한 사이버모욕죄라는 희대의 악법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물론 사이버모욕죄가 신설된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에서 할 말은 죄다 할 수 있을 거다. 방법이야 여러가지니까. 중요한 것은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갖가지 정보, 물론 그 정보가 유익한 것인지 쓰레기같은 것인지를 판단할 필요는 항상 존재하지만, 그 정보들은 언제 어디서고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게 될 것이고, 바로 그러한 분석과 비판이 이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검찰의 수사는 온라인의 역동성을 억누르기 위한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검찰의 행위는 결국 실현 불가능한 행위라는 것이 드러난다. 미네르바가 구속되었고, 검찰과 권력이 온라인을 만악의 근원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결국 온라인을 중심으로 검찰과 권력에 대한 비판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온라인의 움직임은 저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거리의 행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는 결국 온라인의 힘만 증폭시키게 되는 거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번 미네르바 사건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웃기는 편린들을 고스란히 내보여주고 있다. 행인이 만수라면 이번 사건을 맞이하여 쪽팔려서라도 장관직 사퇴하겠다. 물론 만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 닭대가리가 쪽팔림을 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명박이도 마찬가지. 검찰청장과 사건담당 검찰도 마찬가지다. 얘들은 절대 쪽팔림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저 어떻게 해서든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고 싶고 앞으로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다는 욕망만이 있을 뿐이다. 그 와중에 진리에 대한 추구와 양심에 대한 추구 같이 고귀한 이상은 미네르바와 함께 수갑을 채워버린다. 이번 사건이 보여주는 역설은 그래서 재미있다. 지들이 지구방위대인줄 알고 설치지만 결국 설치류에 복속하고 있는 조류일 뿐임을 만방에 과시하는 것.
이 설치류와 조류의 향연에 법원이 들러리를 설지 궁금하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그 열쇠가 될 것이다.
행인의 [미네르바의 역설] 에 관련된 글. 미네르바는 결국 구속되었다. 법원이 밝힌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범죄사실에 대한 충분한 소명이 있고, 외환시장 및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서, 그 성격 및 중대성에 비춰 구속 수사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현행 형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구속요건에 부합한다는 설명을 하는 것으로 보기엔 상당히 괴이쩍다. 현대 형사소송의 원칙 중 하나가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라고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