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찰 보는 재미

검찰은 물론이려니와 수구 언론 역시 물타기에 혈안인 듯 하다. 여기에 온라인에서 한손가락 한다는 사람들 중에도 본질과는 별반 관계 없는 부분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꽤 있더라.

 

미네르바가 한 명이냐, 다수냐, 혹은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제 돈벌이를 했냐 안 했냐 같은 것은 물론이고, 미네르바가 동네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느냐까지 속속들이 파헤치고 논란거리가 된다. 웃기고 자빠졌다.

 

사실 행인의 입장에서 미네르바 본인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행인에게 미네르바는 그저 온라인 무림계에 존재하는 수없는 장삼이사 중의 하나일 뿐이다. 미네르바가 한명인지 수명인지, 아니면 황우석이 세트로 복제를 해서 수십명이 돌아다니던지 그건 의미가 없다. 걔들이 떼로 달려들어 행인에게 다구리를 놓는다면 모를까, 그러기 전까지야 뭐 지들끼리 서로 얼굴 쳐다보면서 면도를 하던 말던 나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게다가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즉 뻐꾸기 통신으로 세상을 혼란에 빠트린 후 지 뱃속을 채웠다고 하더라도 행인과는 별무상관이다. 어차피 미네르바의 뻐꾸기 통신에 왔다갔다할 정도의 사회구조라면 그건 이미 뭔가 체계적인 잘못이 있는 사회구조다. 도대체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고 누군지도 모를 인터넷 키보드워리어의 말에 좌로 이동 우로 이동이 이루어진다면 그 정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

 

한편, 행인은 이제 몸보신을 하기로 살짜쿵 결심을 하던 중이다. 손가락 잘못 놀렸다가는 어떻게 될지 뻔히 샘플이 나온 상황에서, 더 이상 하늘 같은 검찰님들의 뒷다마를 까는 짓거리를 계속할 정도로 강심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사건을 보면서 이젠 손가락마다 기브스를 하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던 행인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소심한 행인, 오늘도 검찰의 뻘짓거리를 보면서 즐거울 하루를 열었다. 난 도대체 1박2일이나 '패떴'이나 뭐 기타 등등 TV오락물이 왜 인기를 끄는지 도통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렇게 재밌는 검찰의 "각본없는 드라마질"이 매일 매순간 벌어지고 있는데.

 

오늘 웹서핑 중 발견한 검찰의 버라이어티 생쑈 시리즈는 이거다.

 

檢, "미네르바, 외환시장 실질적 피해"

 

검찰이 밝힌 바, "그의 글이 게시된 이후 평소와 다른 비정상적인 자금흐름"이 발견된다고 하는데, 사실 검찰이 지금 이런 소리 지껄일 때가 아니다. 지금 증시 그래프 한 번 보라. 저게 지금 "평소"와 같은 정상적인 흐름이라고 보이냐? 환율은 어떻고. 어차피 지금 경제상황이 "평소와 다른 비정상적"인 상황인 거다. 거기에 미네르바가 한 숟갈 더 얹었다고 해서 그게 전시작정상황실이 필요할만큼 중차대한 사회질서혼란유발사태라고 할 순 없다는 거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한 검찰, 오늘 생쑈의 하일라이트를 선보인다. "박씨가 작성한 이 글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서 한국 정부의 외화관리능력이 의심받는 등 국가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검찰은 미네르바의 혐의사실을 공개한다. 웃겨 죽는다...

 

대충 검찰이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이런 거다. 미네르바가 아고라에 글을 올렸다. 정부가 각 은행들에게 달러매수를 중단하라고 공문을 보냈다는 거다. 물론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쌩구라다. 그런 공문은 보낸 적도 없다. 그런데 아고라에 상주하고 있는 폐인들이 이 글을 보고 얼씨구 뉴스다! 하고 설레발이를 쳤다. 그랬더니 이 폐인들이 뭘하고 사는지 무척 궁금해하는 언론들이 기사랍시고 받아 썼다. 그러자 세상이 막 혼란해지기 시작한다.

 

이 때 한국경제상황에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외국의 돈줄들이 한국의 어떤 네티즌이 쓴 허위공문에 경악해서 한국정부의 외화관리능력을 의심했다. 외신들이 이 소식을 막 퍼나르면서 난리가 났더랬다. 그 결과 한국의 국가신인도가 주식시황 그래프 떨어지듯이 마구 추락했다. 뭐 이런...

 

검찰이 한국정부의 외화관리능력을 의심했다는 외신들은 미네르바를 국가신인도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하기보다는, 오히려 미네르바를 구속한 검찰의 행위를 "황당뉴스"로 보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국제적 황당시츄에이션의 당사자인 검찰은 제정신을 못차리고 계속 황당한 소리만 해대고 있다. 도대체 한국 일류대(^^) 법대와 사법연수원에서는 얘들에게 뭔 약을 먹인 걸까? 뇌를 빼버린 걸까?

 

암튼 이런 검찰의 몰골을 보면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이들의 별명이 떠오른다. 떡찰... 미네르바가 허위사실 유포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진작 떡이라도 돌렸으면 어땠을까 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떡찰들의 재롱 덕분에 이 험난한 세상에서 하루에 한 번씩은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어딘가? 뭐 나중에 돈 벌면 검찰청에 떡이나 한 상자 보내줘야겠다. ㅎㅎ

 

(덧 : 떡찰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니들 할 일이 그렇게 없냐?? 가만 보면 이것들 시간이 남아 돌아 주체를 못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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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2 12:17 2009/01/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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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네르바 '사건'을 보며, 순간 행인 걱정을 했었다는..ㅋㅋ 무섭고도 우스운 세상이니...

  2. 요즘 개그 프로가 별 재미 없으니까, 떡찰들이 웃음거리를 주는건 좋은데..
    왜 죄없는 사람들 잡아 족치고 가두고 하면서 사람들을 못살게 하는지... 사람죽이는거 구경하면서 히히덕거리는 이스라엘 인간들이랑 비스무리해여..

  3. azrael/ 무서워요... 두려워요...ㅠㅠ 근데 역시 웃기죠? ㅎㅎ

    산오리/ 저러니까 한국은 이스라엘에 대해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발언 한 번 못하는 거라고 봅니다. 만들어져서는 안 될 나라가 만들어짐으로써 이 사단이 났는데, 어쨌건 잘못한 것이 있으면 한소리 할 수는 있어야 하는 거지만 지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다보니 별 수 없는 거겠죠. 산오리님, 건강하세요~~~!!! ^^

  4. 부분적으로 글을 퍼가도 되는지요^^;ㅎ
    정말.. 전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상황이 이런식으로 흘러가다니 어이가 없네요..

  5. 츠보미/ 옙. 제 글은 언제든 어디서든 전부든 일부든 퍼가시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만 요즘은 어디 겁나서 글이라도 맘껏 퍼가겠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