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쩜셋을 기다리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돌격전을 펼치는 현직 관료들의 살신성인 저돌성은 드디어 노래방까지 점령했다. 문화의 질에 대한 고민같은 배부르고 등 따신 소리는 뒀다 하고, 오직 어떻게 하면 산업을 문화로 포장해서 돈방석에 앉아볼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는 문화부장관의 천박함은 이 어려운 경제현실 앞에서 잠시 용서하기로 하자. 하지만 그래미상과 빌보드차트를 껌으로 여길 정도로 뛰어난 시상과 차트를 만들어 내자고 사자후를 토하는 유인촌의 입에선 악성 구취가 풍긴다. 문화부 장관인지 산자부장관인지 지 주제파악도 못하고 있는 사람을 장관으로 모신 국민의 앞날엔 닥치고 "국민성공시대"?

까이꺼 기왕 노래방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바에야 그곳이 SM에서 운영하는 곳이건 어디건 무슨 상관이 있으랴? 천만다행으로 오밤중에 도우미들 나오는 노래방에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것에 박수를 보내야할 판인데, 특정업체와 유착 운운하는 시건방진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자. 장관도 나름대로 다 뜻이 있었을테니 SM노래방에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겠나? 하지만 어째 노래방에서 빌보드차트를 뛰어넘는 권위있는 음악차트를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하게 되었는지는 무척 궁금하다. 차트 만들기 전에 노래방 규모부터 국제수준으로 확장해야할 판인지도 모르겠다. 소녀시대 한무리만 들어가도 뛰어놀기 힘든 규모의 방에 기자 100여명을 낑궈넣는 수준에서 빌보드 이야기하기엔 좀 궁상맞지 않나?

다 용서할 수 있다. 글루미상을 만들던 길보드차트를 만들던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 그래, 문화산업을 키워서 로또대박 한 번 터뜨려보자는 그 순수성을 조낸 믿어주기로 한다.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송출했건 두개골 안쪽을 순두부로 채워놨건 간에 백보 아니라 만보까지 이해해주기로 한다. 그래도 어째 기분 찝찝하다. 한 쪽에서는 재개발 지역 철거민이 5명 죽고 이 와중에 용역깡패로 지위격하를 당한 경찰공무원이 상관 하나 잘못만나 유명을 달리했다. 다른 한 쪽에서는 경기 서남부 일대를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탕으로 설설 끓여버린 희대의 싸이코 패스 사건이 연일 언론을 달구고 있다. 뭐 이래 저래 난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판에 노래방에서 그래미, 빌보드 운운하면서 문화산업진흥을 위한 기자회견? 뭘 해도 좀 때와 장소를 가려줬음 싶다. 양촌리 이장댁 둘째아들 가오가 있지... 하긴 뭐 이 판국에 월드컵 다시 유치하겠다고 생쑈를 하고 있는 닭들도 천지다만...

그런데 사실 오늘의 뉴스들을 훑어보면서 받는 이러저러한 충격들 중 유인촌의 노래방 부르스는 그닥 큰 이슈가 아니다. 이 따땃한 입춘에 기운이 좍좍 빠지도록 만드는 뉴스는 민주당 원혜영 대표의 본회의 연설이다.

이명박 정권 1년에 대한 날선 비판과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원혜영의 발언은 죄다 그럴싸 하다. 그러나 뭔가가 하나 빠졌다. 이젠 국민스포츠가 되어버린 이명박 때리기나 츄잉껌이 되어버린 한나라당 씹기는 원혜영 아니라도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아닌 말로 요즘 이명박이나 한나라당, 어디 제대로 사람들에게 비판이라도 받던가? 온라인에 글 좀 올린다는 사람들 치고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진지하게 비판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는다. 대부분의 경우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비판의 대상도 아니고 그저 희화화의 대상이다. 한마디로 웃기는 것들이라는 얘기다. 물론 일부 개독들과 신념에 불타는 애국애족단체들은 제외지만.

적어도 이 대목에서 원혜영은 이명박 정부에게 이러저러하게 해야한다고 주문을 하기 전에 자아비판부터 했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온갖 추태들이 사실은 죄다 민주당 혹은 구 열우당 일파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라는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하는 거다.

좌측깜빡이 켜고 우회전 하면서 "좌파신자유주의자"의 길을 걷다보니 나라 꼬라지가 우습게 되었습니다. 이거 이렇게 만든 원죄가 민주당에게 있습니다. 지난날 노무현과 탄돌이들이 주축이 되어 벌였던 삽질의 결과가 오늘날 이런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밑거름이라는 것을 자책합니다. 지난날 우리의 과오를 겸허히 반성하고 이제 완전 환골탈태해서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이런 반성문 한쪼가리라도 들고 나와서 읽어주고 난 다음에 명박이가 미워요, 한나라당 나빠요 하고 욕을 하던가 말던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다. 참세상 기사에도 났던데, 아닌 말로 지금 서울 경기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각종 재개발 관련 사업들, 뉴타운이니 뭐니 하는 것들, 그 밑바닥엔 참여정부 당시 제대로 대책하나 세워놓지 못했던 원죄가 있지 않나? 물론 참여정부 때에만 나온 얘기는 아니다만, 순환재개발이니, 동절기 강제철거 금지니, 용역깡패 단속이니, 원주민 정주보장정책 수립이니 하는 거, 이거 그렇게 수많은 철거민들이 요청을 했고 재개발 사업지구에서 난리가 날 때마다 불거져 나왔던 이야긴데, 민주당, 아니 열우당은 그 때 뭐했나?

한미 FTA가 그렇고 비정규직법이 그렇고 이라크 파병이 그렇고, 이게 다 누가 했던 짓이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이명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상황에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해 삿대질을 하고 욕을 하면 지들 책임은 걍 과거를 묻지 마세요 하고 흘러가는 한강물에 실려 제3한강교 밑을 빠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소위 MB악법이라고 하는 거 막겠다고 설치면서 어영부영 외부동력을 이용하려고 용산참사 현장을 기웃거린다는 욕을  처먹고 싶지 않다면, 민주당이 반성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 그걸 왜 우리한테 그러냐? 사고는 노무현이하고 열우당이 다 쳤는데... 이런 택도 없는 변명일랑 아예 하지 말고 말이다. 무슨 정당이 섞어찌개도 아니고 겉으로는 국민대통합 운운하면서 개나 소나 다 긁어모아 난장판을 만든 주제에 그 전신에서 나온 새끼들이 누굴 따로 탓할 수 있겠나?

어느 일본 공무원처럼 백배 사죄하면서 "할복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까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나마 규모 있는 야당인 민주당이 정적에 대해 비판을 하려면 지들부터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것이 순리다. 지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고, 이런 구태를 못벗어나는 한 한나라당에 등돌린 사람들이 민주당에 기대지는 않는다. 이걸로 끝나면 모르겠는데, 그렇게 등 돌린 사람들, 정치권을 우스게거리로 만드는데는 신경을 써도 나중에 투표하러 나오지 않게 된다. 쉬운 말로 니들만 죽으면 되지 다른 넘들까지 같이 죽어넘어지게 하진 말라는 거다. 니들이 물귀신이냐?

유인촌이나 김석기나 이명박이나... 원혜영도 마찬가지고... 어찌 되었든 일단 잘못한 거부터 빌고 시작하면 안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