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의 저격수는 조갑제?

첨바왐바의 노래였던가?

 

장군의 가슴에 훈장이 달리고 있을 때 이등병은 철조망 위에 걸레가 되어 널려 있었다는...

 

걸레는 아니고 시체였던가? 암튼 뭐 그게 그건데. 이역만리 넘어 한국땅 뒷골목 양아치들의 노래 중에도 이런 대목이 있었더랬다.

 

소령중령대령은 호텔방에서

소위중위대위는 여관방에서

하사중사상사는 여인숙에서

불쌍하다 이등병은 마루바닥에...

 

노래 가사에 장성이 출현하지 않는 걸 보면 장성들은 어디 안가(安家) 같은데 들어가 있었나보다. 아! 장성들은 청와대로 갔구나...

 

어쨌거나 이걸 보면 동서양 불문 고금을 막론하고 군대라는 건... 참 좆같은 거다. 국방의 신성한 의무? 그건 걸레가 되서 철조망에 널려져 있기 전까지, 총구를 적진 앞으로 내밀고 똥줄타는 침묵의 공포를 목구멍으로 꿀떡꿀떡 넘기고 있을 때까지, 이들 쫄따구들의 공포를 달래주는 일종의 당의정 이상의 의미가 아니다.

 

조국과 민족, 자유와 평화, 이런 숭고한 가치를 위해서 총을 들어야 할 때도 있을지 모르겠다. 스파르타쿠스가 로마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그런 전쟁. 문제는 그 전쟁을 수행한 당사자들이 결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차출된 병사들이 아니었다는 것. 국방을 위해 징병된 병사들을 총알받이로 앞세워 수행되는 모든 전쟁은 결코 신성할 수가 없다.

 

아닌 말로 "조국과 민족"의 권력을 장악한 자들이 깝죽거리지 않는다면, "자유와 평화"가 괜히 심심해서 몸살을 앓겠는가? 입에 침을 튀기며 "조국과 민족" 앤드 그리고 "자유와 평화"를 외쳤던 넘들이, 그 비장한 개드립 선동 덕분에 피떡이 되고 걸레가 되어 철조망에 얹힌 이름모를 병사들에게 해 준 건 충혼탑 건립 정도? 그나마 히틀러는 제 손으로 제 머리통을 날렸고 무솔리니는 불고기가 되었다만, 이런 정도라도 지 몸까지 날려버리면서 선전선동한 넘들이 얼마나 되나?

 

어차피 죽어 넘어가는 것은 빽 없이 끌려가 영문도 모른 채 서로 총질을 해대던 무명의 용사들. 월남전때 베트콩의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 남긴 파월용사들의 비명은 "빽~!"이었다던가... 살아 있을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신성한 의무"는 이제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크리넥스 티슈 한 장 정도의 의미로 남게 된다. 여러분의 자식 덕분에 티슈가 생산될 수 있었다는 "신성한 의무"?

 

문제는 언제나 현실이다. 그넘의 현실이는 어디 가지도 않는다. 그 현실은 이 목숨을 담보로 하는 허무한 게임에 신성함을 부여하면서 철조망에 걸릴 예비 시체들을 찾는다. 그걸 거부하기도 어렵다. 또는 이미 그 신성함을 DNA에 각인한 개인들은 자발적으로 그 신성함의 주체가 되길 원하기도 한다. 더 나가서는 추상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신성함을 신계로 부터 인간계로 끌어올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객관적으로 보기엔 영락없는 똘추지만 주관적으로는 신성함과 숭고함으로 무장한 채 악다구니늘 쓰는 사람도 있는 거다.

 

그 대표적인 분이 바로 갑제옹 되시겠다. 이분은 항상 그렇지만 오늘도 행인으로 하여금 삶에 대한 가벼운 고뇌를 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자칫 식어버릴 수 있었던 뻥구라닷컴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신다. 이쯤 되면, 뻥구라닷컴은 결국 조갑제닷컴의 기생물이 되어 버리는 것일까... 여튼.

 

이분이 또 한 말씀 하셨다. 이번에 타겟의 영광을 안은 사람은 이명박과 정운찬. 문제의 핵심은 군대도 안 간 것들이 무슨 대통령에 총리질이냐는 거. 숭고함과 비장미를 인색의 철칙으로 삼고 있는 갑제옹은 그 문장 역시 웅혼한 품격을 지니고 있다. 그 맛을 잠시 보면

 

20代 초반에 2~3년간 軍 복무를 하면서 총을 손에 잡고 主敵을 凝視(응시)해본다는 것은 평생 이어지는 인격적 영향을 끼친다.
 
 1. 안보의 중요성을 體感한다.
 2. 애국심을 실천한다.
 3. 조직의 중요성을 體得한다.
 4. 敵과 同志를 알게 된다.
 5. 大義를 위한 희생을 重視하는 公的 마인드를 갖게 된다.
 6. 人格이 망가지는 경험을 통하여 강인해지고 겸손해진다.

 

어떤가? 일단 "총을 손에 잡고 주적을 응시"하는 최전방 병사의 장엄한 모습을 상상해본다. 밀리터리 폐인들의 가슴은 콩닥콩닥 뛸 것이며, 예비역들은 '아 쒸바,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라는 아련한 추억에 잠길 것이나... 현역들의 생각은 뉘미 지금 누구 놀리나? 이제 막 신검 마친 넘들은 후덜덜... 뭐 이런 거 아닐지... 암튼 그런데, 이렇게 눈까뤼가 빠질 정도로 적들을 꼬나보면서 팔다리가 굳을 정도로 사격태세를 계속 갖추고 있어야 하는 생활을 통해 얻어지는 인격적 영향은 위 1~6번 까지다.

 

일일이 분석할 필요도 없다만, 맨 마지막 항목에서 결국 뿜고 말았다. 또 모니터 닦아야 한다.


이명박이나 정운찬이 군대 안 갔다 왔다는 것을 잘했다고 할 생각은 없다. 아닌 말로 행인 역시 조뺑이란 걸 겪어본 입장에서 본전 생각 안 날리가 없는 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격이 망가지는 경험"이 사람을 강인하고 겸손하게 만든다고 주장할 정도로 뻔뻔스럽지는 못하다. 적어도 군대에서 "인격이 망가지는 경험"을 한 덕에 이 군대라는 것이 참 좆같은 거구나 하는 걸 알게 된 입장에서는 그렇다.

 

정운찬의 총리지명을 놓고 민주당이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고 설레발이 치는 걸 보면서 꽤 웃었더랬다. 지들이 한 때는 대권주자로까지 끌어오려고 했던 사람인데, 그 때는 검증도 안했다는 건가? 하여튼 요샌 지네 집 안방으로 온 몸에 폭탄 두르고 뛰어드는 넘들 많다. 그 과정에서 극우의 브레인이자 국수주의 바이블의 제조자인 갑제옹의 활약은 눈이 부시다 못해 깜놀 휘꺼덕 할 지경이다. 민주당은 갑제옹을 고문으로 모셔야 한다.

 

이미 국가의 적을 처단하기 위해 암살단을 조직하여 운용해야 한다는 탁월한 제안을 한 갑제옹은 조만간 암살단으로 모자라 전국토의 요새화, 전국민의 간부화, 전군의 현대화를 주장할지 모르겠다. 가만... 이건 수령님의 발상이었는데... 그렇다면 결국 갑제옹은 수령님과 같은 레벨이라는 거 아닌가?

 

아무튼 모니터에 튀긴 분비물들을 닦으며 이명박 정운찬의 병역기피와 "인격의 망가짐"과 국방의 "신성한 의무"와 세계평화에 대해 잠깐 고민해봐야 겠다. 어쨌거나 갑제옹은 행인에게 밥이라도 한 끼 사야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이렇게 충실하게 갑제옹의 글들을 소개 분석 해설해주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진중권 이래 이정도로 갑제옹에게 충실한 네뤼즌도 몇 안 되리라고 본다.

 

물론 갑제옹이 밥 한끼 사겠다고 하면 거만하게 거절할 거다. 내가 니 밥을 왜 먹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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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1 16:25 2009/09/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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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밌는 얘기긴 하지만... 음 @_@ 군대 시러, 병역거부 당연하자나? 등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군대"를 이용해서 (대게 군대 안 가따오는, 혹은 자식들은 군대 안 가게 하는...) 족속들을 공격하는 건 좀 안타까운거 같아요 흑 ㅠ_ㅠ (제가 그렇다는 이야기 @_@)

    •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ㅎㅎ

      다만, 병역의 "의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을 수인하겠다는 것이 적어도 "평등"이라는 전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죠.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자에 대해선 언제나 끊임없는 존경을 표합니다. 제 자신이 하지 못했던, 아니 할 생각마저 안 했던 일을 하는 분들이니까요.

      하지만 이분들과는 별개로, 그러한 신념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혹은 자신의 배경을 이용해서 "평등"이라는 전제를 깨버리는 것은 비난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용납하기도 힘든 것 같네요. 이건 병역거부가 아니라 병역 기피죠.

      군대 가는 넘이 븅딱이라는 관념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이야기하는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그건 갑제사마의 수준과 같은 수준의 코메디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2. 행인님의 글을 재밌게 읽는 사람중에 한 사람인데요. 음.. 머 좀 뜬금없는 얘기일수 있지만 조갑제 등을 비롯한 극우 맹동주의자들의 발호를 우습게만 볼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실제로 역사를 돌이켜보면 저들이 정말 '행동'해서 좌익, 민주세력이 타격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까요..

    • 쩜님이 말씀하시는 그 우려가 오늘 뻥구라닷컴에 갑제사마 같은 분들의 근황을 주기적으로 체크해서 올리게 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분들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님이 표현한 "맹동주의자" 또는 반동들이라고 확인되지만, "극우"라는 표현이 적절한지조차 분간이 가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극우"라고 하면 적어도 "우右" 비스무리한 삘이 나야 되는데, 갑제옹이나 DJ 무덤 파겠다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 할배들 같은 경우 이런 분들이 과연 "우" 삘이 나는 분들인지 저는 도통 모르겠더라구요.

      어쨌든 저도 우려하는 것은,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 시대가 도래할 때 가장 힘을 받는 부류가 바로 이런 분들이라는 거죠. 왜냐하면 어차피 이 분들은 그렇지 않은 시기에조차 미래라는 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분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따라서 한치 앞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시기에 가장 적절한 생존능력을 가진 분들이 이분들이죠.

      이런 분들이 완장까지 차게 되면 그 땐 속수무책입니다. 지금은 한줌도 안 되는 무리이나 완장질은 필연적으로 추종자들의 숫자를 복복리로 늘려놓는 특징이 있죠. 그 날을 대비해서 뻥구라닷컴은 오늘도 이 부류의 사람들을 철저히 파헤쳐 완전 개코메디로 전락시켜버리려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하여 "조갑제"라는 이름만 들어도 갑자기 뻥구라닷컴에서 봤던 그 개코메디가 연상되어 괜히 사람들이 실실 웃게 되는 그날이 오면, 이런 맹동(반동)분자들의 발호 자체가 개코메디가 되어버리는 아름다운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행인은... 앞으로도 계속 이분들의 업적을 심심할 때마다 찾아다닐라고 합니다. ㅋ

  3. 군생활을 통해 인격이 망가지는 경험이 과연 사람을 겸손하게?

    ..."겪은 고통이 인간의 가치를 재는 척도가 되지는 못해. 고통은 인간을 고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비열하게도 만드니까..."

    - 사람아 아 사람아 中 -

    • 인격 자체를 잃어버린 사람은 겸손이 아니라 굴종의 삶을 살게 되겠고, 인격의 상실에 공포를 느꼈던 사람은 타인의 인격을 짓밟음으로써 다시는 그 공포를 맛보지 않으려 하겠고, 그 와중에 적어도 내가 당한 인격의 파괴를 타인에겐 전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러나 근본적으로 남는 문제는 행위의 주체가 겪은 인격의 파괴죠. 그걸 어떻게 누가 보상해 줄까요? 하여튼 저분들의 발상을 보면 이게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발상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4. 앵고가 하하하 웃다가 한마디로 정리하는군요. "미친거 아냐?"
    그래도 저는 밥을 산다면 먹겠습니다. 적의 재정을 줄어는 행위는 올바릅니다. 어르신들이 자시는 비싼 술을 사게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 박노인님은 물론 옆지기님까지도 한줄요약, 촌철살인의 대가들이시군요.... ㅎㄷㄷㄷㄷ

      그나저나 밥 한 끼 뺏아먹는다고 갑제옹의 재정이 줄어들지는 모르겠구요, 오히려 밥 한 끼 사놓고 불순분자 한 마리를 생명의 길로 인도했다고 개구라나 치지 않을까 걱정되어요. ㅎㅎ

  5. 특히 현역들끼리 병역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거 좀 참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용
    어차피 "곧 죽을 자들"이라는 운명에서 오는 중압감은 똑같은데 뭘 아웅다웅하는지... -_-;;;
    물론 현실적으로 전방이나 접적해역에서 근무하던 사람들, 전투병과 근무자들이 갖는 부담이 더 큰 건 인정하고 있지만
    "106mm 꼬질대로 맞았냐", "야삽으로 맞았냐" "IBS 노(Paddle)로 맞았냐" 뭐 이런 수준의 "빡센" 군생활 내기는 좀 그만 두었음 좋겠심당...
    뭐 자랑스럽거나 향수에 젖을 일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 지들끼리 모여 앉은 곳에서 향수에 젖던 자랑질을 하던 그거야 뭐라고 하겠습니까? 문제는 전혀 그런 이야기를 듣고싶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떠들어대면서 자신의 과거에 동조를 보내주길 바라는 거죠. 때론 안스럽기까지 하지만, 갑제할배의 말을 보니 그게 군대에서 겪은 인격의 파괴때문은 아닐지 모르겠더군요.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