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언 발에 오줌누기만...

이번 3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관련한 금융감독기관 및 정부의 대응방안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근본적인 대책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고, 과거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온 방안과 비슷하거나 강도만 약간 높여놓은 것에 불과하다.

지난 10년 간 벌어졌던 굵직한 개인정보 유출사건만 일별해도 그동안 국민들이 입은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8년 옥션 사건으로 18백만 명, 같은 해 하나로 텔레콤 6백만 명, 같은 해 가을 GS칼텍스 11백만 명, 2010년 인터넷 쇼핑몰 8백만 명, 2011년 네이트 35백만 명, 같은 해 넥슨 13백만 명, 2012년 EBS 4백만 명, 같은 해 KT 8백만 명 등 그 숫자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이 사건들만 하더라도 1억 1천만 명 이상의 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그 외에 규모는 작지만 훨씬 잦은 규모로 발생한 사건들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이보다 2배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 전 국민이 평균 4회 이상 자신의 개인정보를 ‘털린’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주목할 것은 2013년 6월 25일, 새누리당원 250만 명, 군장병 30만 명, 청와대 홈페이지 회원 10만 명, 주한미군 4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소위 ‘6·25 사이버 테러’이다. 정치적 성향 및 병역과 국방관계 개인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정보로 분류된다. 이처럼 중대한 개인정보가 순식간에 외부로 새나간 것이다.

더 기가 막힌 사건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당원명부가 유출된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가 220만 명의 당원정보를 빼돌려 판 것이다. 이 관계자가 먹은 커미션이 한 건당 기껏 1원이었다. 자당의 당원정보가 ‘1원 짜리’로 전락했던 사건은 어찌된 일인지 범법자들을 처벌하는 선에서 일단락되었다.

각 사건들은 전산망 해킹에 의한 것도 있었지만, 관리업무 소홀이나 내부자의 유출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일어났다. 결국 어떠한 안전망을 구축한다고 할지라도 정보유출의 가능성은 상존하며 그 가능성을 모두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 사건과 관련되어 나온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재발방지대책"의 문제는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무거운 판단이 전제되었다기보다는 일단 논란이 되고 있으니 대충 가라앉히자는 내용으로 꽉 찼다는 것이다. 나온 대책들은 대부분 표면적으로는 강력하나 구조적으로는 현재의 구성을 그대로 두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쎄게 때리겠다고 하지만 그 돈 도대체 누구한테 준다는 걸까?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 구제책은 기껏 카드 바꿔달라고 하면 빨리 처리해주겠다는 수준에 불과하다.

오래 전부터 정보인권 활동가들이 굉장히 고생하면서 제안했던 정책들이 아직 수두룩 빽빽하게 쌓여 있다. 지금 이 진보넷 사이트 내부만 쭉 돌아봐도 당장 쓸만한 정책들이 널려 있다. 도대체 돈 빨아먹을 때는 아귀같이 덤비는 것들이 책임져야 할 일 생기면 발빼기 바쁘고, 금융권 입맛에 맞추느라 이렇게 깔려 있는 쓸모 있는 정책들은 다 내팽개치고 있으니 뭐 되는 것이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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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2 18:42 2014/01/2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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