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상품이다.

꽤 오래 전에, 어느 그룹의 총수가 "요새 대학생들 수준이 낮다. 채용해서 일 시켜보면 할 줄 아는 일이 없다. 이건 AS도 안 된다. 대학교육 문제있다. 실용적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한 마디 한 적이 있다. 그 금과옥조같은 말씀 한 마디가 있자 온 나라가 들끓었다. 수준도 되지 않는 학생들을 졸업시켰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각급학교는 산학협동의 깃발 높이들고 각개약진을 시작했고, 졸업할 때 일정한 수준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기껏 한다는 짓이 영어점수 채워야 졸업시켜주겠다는 혁신적인 계획들을 발표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 그룹총수가 앞에 보이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조까~!" 뭐 더 필요한 말이 있겠나? 이 딱 한마디면 끝나는 것을. 기본적으로 그 회장나으리의 발상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그의 태도는 모든 걸 "날로 먹겠다"는 심뽀 그 이상이 아니다. 이윤극대화를 위해서는 사원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조차도 최소화 해야겠다는 무한한 욕심의 표현일 뿐인 것이다. 학교가 왜 AS를 해줘야 하나? 지들이 신입사원교육 제대로 못한 것은 생각 않고 말이다.

 

학생이 학교 문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기업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일사분란하게 하길 원한다면, 기업은 자신들이 거두는 이윤의 상당부분을 학교에 투자할 일이다. 그리하여 학생들이 최신의 기술을 교육받고, 최신의 문물을 습득하고, 세계에 대한 최신의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지들은 그거 쥐뿔 할 생각도 않으면서, 학생들보고 그런 엄청난 능력을 다 갖추고 교문 밖으로 나오라는 것은, 고로 학생과 그 부모들에게 뼈가 빠지게 돈 벌어서 기업이 필요한 모든 것을 다 배우라고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

 

어디 기업만 이런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겠는가? 한국의 대학교들, 인재로 키울 생각들은 하지 않고, 검증된 시험기계들만을 데려가려고 한다. 서열로 늘어선 대학들은 서열순서와 거의 같은 순서로 수능 점수 고득점자부터 자기 학교로 데려간다. 그러면서 맨 상위의 서열을 유지하고 있는 학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대학이 일류 대학이여~!" 이렇게 쪽팔린지도 모르고 자기 자랑하는 학교에 대해서 해줄 수 있는 말 딱 하나 있다. "조까~!"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너무 간단해서 이상한가??

 

대한민국에는 "수능 1등 대학교"는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류대학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일류대학"이라고 자부하기 위해서는 자기 학교가 어떤 분야에 강하며 그 분야에 내로라 하는 수준을 갖춘 연구의 업적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어떤 대학교가 특정분야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가? 죄다 백화점이다. 특정분야의 내로라 하는 업적을 가지고 있는가? 쥐뿔이다. 이공계열 학과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내놓고는 있다고 하나, 법학, 철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등 문과사회계열에서는 세계적인 학문적 업적이란 게 존재하질 않는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한다. 각급 학교가 신입생 유치를 위해서 소요하는 자원과 시간과 인력은 어마어마한데, 학교 운영하는 모습은 완전 구멍가게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기껏 점수 높은 학생들 받아놓고 한다는 짓거리가 등록금 올릴 궁리나 하고, 교수들은 그 알량한 학교 교정 안에서 밥그릇 싸움을 한다. 학생들은 고시원으로 해외연수로 지들이 알아서 지들 능력을 키운다고 법석인데, 학교는 그닥 내실있는 계획실행을 하지 못한다. 외형은 엄청나게 늘어나는데 안쪽은 썩어가고 있는 거다.

 

대학이 붕괴되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겠지만 이 두 가지로도 얼추 그 원인의 단초를 알 수 있다. 대학에 대한 기업적 요청이 돈벌이 수단으로서의 역할에 머물러 있다는 것과 대학이 초중등 학교에 요구하는 수준이 기업의 사고방식의 수준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 다시 말해 학교 교육을 그저 돈벌이와 관련된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현상이 오늘날의 대학교육을 이렇게 왜곡시킨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하긴 진보적이라고 자임하는 교수들조차 전문대학원체제 도입해서 학제 부풀리기를 하는 것을 교육정상화의 한 방편이라고 합리화하는 마당인데 뭘 바라겠는가 만은...

 

이번에는 또 김진표란다. 세무업무와 재경업무에 달통한 장관출신 열우당의원. 노무현은 이 사람을 교육부총리로 찜하고 있단다. 이준기 사태 당시에 노무현, 대학교육도 상품이라는 말을 버젓이 한 바 있으므로 오늘날 김진표에게 눈길을 주는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그 마인드로는 결코 교육의 정상화, 이루어낼 수 없다. 돈놀이 꽃놀이가 대학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한 우리 교육은 단 한치도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세상 사는데 하등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한 시기다.

 

피에쑤 : 그나 저나 교육현장에 있는 분들, 이런 저런 사람 있다고 하지만 마시고 직접 언론작업이라도 하면 어떨까? 교육부 장관(제발 교육인적자원이라는 말 좀 쓰지 말았으면 한다. 이게 사람을 무슨 미네랄로 알고...) 적임자 리스트라도 좀 발표들 하시고... 숨은 인재들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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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7 18:23 2005/01/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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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5/01/30 02:47

    * 이 글은 행인님의 [모든 것은 상품이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내가 트랙백해온 이 글은 교육이 상품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개탄 쯤 되겠지만, 이 글을 읽으며 가장 뇌리에 박힌 말은

    • Tracked from
    • At 2005/02/01 17:41

    * 이 글은 행인의 [모든 것은 상품이다.]라는 글하고 얼핏 상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앞의 글에서 이미 지적한 바가 있거니와, 교육은 자본논리로 바라볼 수 없는 측면이 존재한다. 자꾸 돈놀이

  1. 오마이에서 났던 기사가 생각나는데 놈현대통령의 교육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 교육부장관은 그나물에 그밥이 아닐런지...

  2. 교육의 공공성 확보는 고사하고...한참 뒤로 물러서서 따져보더라도 최소한 교육이 '사회화'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놈현 행정부는 그것마저도 세계화에 팔아 넘기는 것 같네요...

  3.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이적'을 통일부총리로 기용해서 김진표와 함께 '패닉' 내각을 만드는 것도..^_^;;

  4. 음 저말 지금 대한상공회의소 맡고 있는 박용성이가 한 말이 아닌가 싶네여

  5. hand/ㅋㅋㅋ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다뉘...
    bto/ 그 때 무슨 그룹 회장인가 그랬는데....

  6. 고등학교를 벗어난지 얼마 안 된 학생으로서 참 마음에 와닿네요. 수능 1등 대학교를 가기 위해, 수능을 위해 준비된 학생을 만들어가는 과정.. 고등학교 3년 내내 수능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다가, 단 하루에 지난 3년이 평가되어 버리는 입시 구조. 에, 교육이란 참 어렵군요.;

  7. 한때 장관물망에 올랐던 장상이 그랬드랬죠. '돈 없는 자여, 이화를 떠나라!'라고.-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