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신고

"한국의 기자들은 죽었다!"

연로한 원로기자께서 한국 기자들의 사망을 선포하신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기자들, 졸지에 살아있으되 살은 자가 아니라 강시나부랭이로 전락해버린다. 기자들, 욕을 태배기로 먹어도 시원찮을 인간들이 여럿 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도매급으로 사망신고서 작성할 정도는 아닐텐데, 원로기자께서 보기에 그토록 절망적이고 안타까웠나보다.

 

이 원로, 함자는 "조갑제"라 한다. 상당한 기간 동안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들던 그분이다. 이 냥반, 워낙 뜬금없는 소리를 잘 하는지라 이번엔 또 뭐 때문에 이런 비명을 다 지르시나 궁금했다. 봤더니 역시 생뚱맞은 소리를 한 거다. 지율스님 100일 단식을 그대로 보도한 기자들, 죄다 죽일 놈들이라는 거다. 재밌는 현상이다. 경기를 일으켜야할 부분에서는 침묵하다가 정작 쓸데 없는데서 목청을 높이는 이 원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경질이 나게 만든다.

 

"지율이 100일 단식하는 거 니들이 봤냐?" 이게 조갑제 원로의 질책이다. 조갑제 원로, 항상 단짝이 되어 붙어다니는 예배당 목사님들에게 성경공부 좀 해야겠다. 예수님이 이런 원로 생길까봐 "안 보고 믿는 자가 진복자니라"라는 말씀을 하셨던 거 아닌가? 예수가 아니라 제자가 했던 말인가? 어쨌든 조갑제, IRA 포로가 60여일 단식하다 사망한 사실은 믿는지 모르겠다. 대처 당시에 있었던 일인데, 조갑제 원로, 이런 거 비교하면서 혹시 지율이 기네스북에 오를까봐 겁이 났나? 대영제국의 기록을 깰까봐?

 

어느 사이트에 갔더니 한 네티즌이 "지율이 간장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더라, 그게 무슨 단식이냐?"고 난리를 치더라. 그 네티즌이 올린 글 밑에 다른 네티즌이 이런 답글을 올렸다. "건건이가 없잖아, 건건이가..." 절묘한 댓글이다. 뭐 건건이가 없더라도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음료를 마셨다면 그건 좀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서도, 간장 물타먹고, 생으로 커피만 살짝 탄 물을 마셨다면 그거가지고 굶었닌 안 굶었니 하기는 쬠 남사스럽다. 조갑제 원로, 니가 한 번 간장 물타마시고 커피 살짝 탄 물만 마시고 보름만 견뎌봐라.

 

사실, 지율이 며칠 굶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율이 왜 그런 무모한 일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지율의 단식은 우리 사회에서 이제 더 이상 환경을 도외시한 개발정책은 강행할 수 없다는 확고한 기준을 남긴 중요한 사건이다. 조갑제는 이게 싫은 거다. 무조건 개발 계속 해서 자본에게 이윤을 팍팍 밀어주어야 하는데, 일개 비구니가 이걸 가로막은 이 사태, 이게 조갑제는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조갑제의 머리 속에 각인된 영웅, 박정희의 유업은 어떠한 고난에도 멈추지 않는 불굴의 개척정신인데, 그나마 박정희의 정신 중에 최고 정점인 개발정신마저 이제 중단의 위기에 봉착해버리고 말았다. 조갑제 원로, 어찌 속이 쓰라리지 않겠는가?

 

조갑제 원로의 쓰라린 마음 이해는 하겠지만, 그 쓰라린 마음이 영 허접한 것임에는 비웃음이 절로 난다. 많이 쓰라리시기 바란다. 신물이 넘어오도록 쓰라리시라. 그리하여 동작동 국립묘지에 왕능처럼 버티고 드러누운 박정희의 봉분이라도 부여잡고 하염없이 대성통곡이라도 하시라. 옆에서 배꼽 빠지게 웃어드리겠다. 쓰잘데기 없이 엄한 기자들 사망선고 내리시는 짓은 하지 마시고. 멀쩡히 살아있는 기자들이 조갑제 원로 부고장 쓰고싶어 안달이 났단다.

 

덧붙여서 하나 이야기하자면, 조갑제 원로, '중'과 '스님'의 차이를 모르고 있다. "눈 앞에 없을 때는 '중', 눈 앞에 있으면 '스님'"되겠다. 이걸 아직까지 모르고 있다보니 기자들이 지율'스님'이라고 쓴 거에 대해 열불이 터지나보다. 그래서 "여승 지율", 내지는 "비구니 지율"이렇게 쓰지 않은 기자들에게 '정도'를 벗어났다고 훈계하고 자빠졌다. 지가 가는 길이 '정도'인줄 알고 있는 조갑제 원로, 사실은 그게 '정도'가 아니라 저승길 가는 '망도'다. 결국 이렇게 조갑제 원로, 남의 이름을 빌어 자기 자신의 사망을 선고한다.

 

"한국 조갑제는 죽었다아아아아~~~!!"

극락왕생 원왕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2/07 19:56 2005/02/07 19:56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