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돌아왔숨돠~!

드뎌 돌아오고 말았군요.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 영 서글프지만은 않지만 좀 아쉬운 것은 많이 남네요. 그래도 새로운 마음으로 충전 잘 한 것 같아 힘이 납니다.

 

뱅쿠버에 있었습니다. 몇 년 만의 이상기온이라고 하던데 지내는 동안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햇살이 무척 따가왔습니다. 그런데 공기는 진짜 맑더만요. 청량하고. 좀 덥다 싶으면 그늘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또 시원해지죠. 좀 썰렁하다 싶으면 양지로 나옵니다. 그러면 따땃하더라구요. 꼭 시골에 와 있는 느낌... 공기도 좋고 하늘도 맑고 하여튼 기후 하나는 맘에 쏙 들었는데, 이게 이상기온의 덕분이라니 좀 아쉽더군요.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거 같습니다. 일단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여유라는 것이 넘쳐 흐르더군요. 급한 것도 없는 것 같고. 서울의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더군요. 그러나 뒷골목에서는 번화가 한 복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약에 취해 몸을 못 가누는 사람들 하며, 계속 욕지거리를 하는 사람들, 구걸하는 사람들, 노숙하는 사람들... 어딜 가도 양아치들은 존재하는 거고...

 

새벽 5시면 온통 날이 훤하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해가 떨어집니다. 섬머타임이 실시되고 있어서기도 하지만 낮이 무진장 길다보니 하루가 진짜 깁니다. 밤엔 좀 썰렁하더군요. 거리도 조용하고 사람도 별로 없고, 술집도 잘 보이지 않고... 그러나 한국사람이나 캐나다 사람이나 주당들이 술집찾는 것은 마찬가지고 어딘가에는 문을 연 술집들이 있죠.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거리 곳곳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젊은 사람들 중에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젊은 여성이나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주로 조깅을 하더군요. 어디나 뛸 곳이 있고 어디나 길이 좋습니다. 두어블럭 간격으로 커다란 공원(park)이 있고, 잘 가꾸어진 잔디구장이 있고 인조잔디로 시설을 마련해 놓은 큰 운동장도 여럿 있습니다.

 

얼핏 보면 이사람들 일은 하지 않고 이렇게 놀기만 하나 싶은데, 당연히 일들은 열심히 하겠죠. 하지만 매우 자유롭게 일들을 하고 있고 개인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는 듯 했습니다. 부러운 일이죠. 일에 채여 사는 한국의 사람들을 보다가 이런 모습을 보니까 한편 부럽기도 하고 한편 약도 오르고 뭐 그렇습니다. 다운타운 내에는 고층건물들도 많이 있고 사람들도 많이 돌아다니던데 중심가를 좀 벗어난 외곽지대에는 말 그대로 그림책에서 보던 그런 집들이 동네를 형성하고 있더군요. 가만히 보니 이쪽도 부자들이 사는 곳과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 보입니다. 하긴 곳곳에 빈 터에는 노숙하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이구요. 쓰레기통에서 기어나오는 사람을 봤다는 한국 여행객의 말도 들었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줄기차게 이어지는 포럼에 참여를 하느라 시간이 많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자본'이 부족한 관계로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는 못했습니다. 뭐 며칠 본다고 해서 그곳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요. 숙소는 다운타운 동쪽편 차이나타운 바로 아래에 있는 유스호스텔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었는데 아무튼 지내기에는 별로 불편함이 없었고, 다만 차이나타운 방면으로 좀 위험한 동네여서 주의를 해야했죠.

 

아, 귀국 인사를 하려고 한 건데 이래 저래 말이 많아졌습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평화포럼(World Peace Forum)에 참석해서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많이 공부해야겠다, 국제연대가 필요하다, 할 일이 정말 많다 뭐 이런 것들입니다. 앞으로 또 포스팅을 하면서 그 느낌들을 공유하겠습니다. 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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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3 10:26 2006/07/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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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다녀오셨군요. 국제회의를 다녀오면 항상 국제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만빵 충전이 되어갖고 오는데 ^^ 지내다보면 역시 한국 내에서는 더 할일이 많다..이렇게 되어 버리죠. ㅎㅎ 하지만 이런 국제회의에 참석하는게 배낭여행(해본적은 없지만 ㅠ.ㅠ)으로는 얻을 수 없는 더 많은 것들을 얻어오는 것 같아요. 나중에 자세한 얘기해줘여~

  2. 오!! 무사귀환 축하!! 선물은?

  3. 저도 열심히 배워서 국제회의 같은데 가보고 싶군요 >_< (근데 국제회의 가서 바디랭귀지 하면...;;; ) 크 >_< 여튼 무사귀환을 축하드립니다 >_<

  4. 안굶고 잘 있다 왔다니 다행이오..난, 혹시 행인이 굶기라도 할까봐 은행계좌라도 물어 볼까 했소만...그래도 선물은 있지 않을까? 헤헤~

  5. 차이나타운이 위험하다고 해도 그건 거기 사람들 감각에나 위험한거지.. 우리 생각에는 아무렇지도 않을꺼에요. ㅎㅎ

  6. antiropy/ 결론은 누구나 항상 똑같은가 보네요. ㅎㅎ 쉬엄 쉬엄 포스팅을 하겠습니다요.

    azrael/ 무사귀환이 선물임... ㅡ.ㅡ+

    에밀리오/ 배워서 국제회의 가실 것이 아니라 국제회의 가셔서 배우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자주 뵙져.

    머프/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은행계좌 알려줘봐야 외환은행찾기도 어렵고... 선물은 역시 무사귀환이 선물임돠. ㅎㅎ

    NeoScrum/ 가보니 우리 생각에도 위험합디다... ㅜㅜ 캐나다였기 망정이지 미국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만요. 그래도 그거 역시 그 동네의 모습이고 그 나름대로 뭔가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있더군요. 그건 또 나중에 이야기를 함 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