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쩜셋을 기다리며...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제3세계 여성과 전쟁에 대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어야 하나...

뱅쿠버 다운타운에 위치한 "여성센터"에서 오전 9:30~12:00에 제3국 여성들을 이주노동자로 내모는 폭력에 대한 주제, 14:00~17:00 군국주의와 여성에 대한 주제로 포럼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허겁지겁 밥을 먹고 20여분을 걸어 낯선 길을 여기 저기 두리번 거리며 눈이 풀리도록 마리화나를 빨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 여성센터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간 순간...

남성은 아예 입장이 금지된다네요...

사정을 해봤지만 절대 안 된다고 하고...

자료집이라도 달라고 했더니 자료집은 없다고 그러고...

난감해하니 관계자도 미안한지 여자가발을 쓰고 여자옷을 입고 몰래 오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농담을 하더만요... 어디 가서 빌릴 곳도 없고...

이럭저럭 하루를 공치게 된 판이라 뭘 할까 하다가 마침 한국 : 스위스 축구도 있고 해서(여기선 대낮 12시에 방영) 그거 한 번 보겠다고 테레비전 찾아 뱅쿠버 일대를 돌고(맘 편히 볼만한 곳이 없더만요...) 한국식당 찾아서 후반전부터 보고...

뭐 나중에 포스팅을 하겠지만(하지 말까부다...) 언제나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던 아드복. 결국 결정적 삽질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채 경기를 완전히 망쳐버렸더군요. 눈에 띌 정도로 편파적인 심판의 질낮은 경기운영도 한 몫 했지만 전반적으로 스위스의 강력한 공격력과 체력에 대비하는 전술구성에서부터 완전히 딴 짓을 한 아드복이었습니다.

암튼 그럭 저럭 경기도 끝나고 기분도 싱숭생숭한데 마땅히 갈 곳도 없어 다시 여기 피씨방에 와서 여기 저기 들락거리다가 이렇게 포스팅... 낼부텀은 잘 진행되겠거니 하면서 믿고 다시 시작해봐야겠습니다.

덧말 : 아, 축구를 보고 있는데 후반 초반 스위스가 골대를 맞추더군요.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들(한국사람들입져 당근)이 환호를 하며 "골대 맞췄다, 우리가 이긴다" 하더군요. 그러나 2006년 월드컵 본선 조별 리그에서 나타난 새로운 징크스는 기존 "골포스트를 맞추는 팀은 진다"라는 징크스와 완전히 반대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분들은 몰랐나 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골대 맞춘 팀이 패배하지 않았다는 징크스가 나오는데요...(물론 서로 골대 맞추다가 한 팀 지기도 하고 그러기는 합니다만...) 암튼 이렇게 새로운 징크스가 생기는 2006월드컵의 열풍도 이제 한 물 갈 듯 하네요. 선수들은 나름대로 수고했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즐길만큼 즐겼고, 이제 뭔가 좀 필요한 이야기들이 활발하게 솟구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이 덥네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