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라의 진상4 - 이와쿠니(岩國)의 투쟁

행인님의 [개구라의 진상 3] 에 관련된 글.

평택 대추리가 초토화되고 있는 과정에서 항간에 나돌았던 이야기 중 하나는 일본이 미국과 짝짜꿍이 되어 미일안보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성공적으로 일본 내 미군기지 재배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평택미군기지확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투쟁을 비난하는 측에서는 이 이야기를 거론하면서 일본은 잘 하고 있는데 일본보다 더 위험한 한국에서 왜 반대질을 하느냐며 욕지거리를 한 바 있다.

 

이 사람들,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찌라시보도나 국정홍보처발 "대한 뉘우스" 기사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순둥이들이거나 아니면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거짓 선전작업을 펼친 사람들이거나. 일본 내에서는 미군기지 반대운동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에 비하면 오히려 한국의 경우는 용산이나 평택과 같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었던 지역을 제외하고는 미군기지 철거 또는 확장반대운동이 대규모로 벌어지지도 않고 있다.

 

간단한 몇 가지 사례만으로도 한국보다는 오히려 일본에서 미군기지반대운동이 더 넓게, 게다가 더욱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이 한국 내에서는 정 반대로 알려지면서 마치 미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국에만 존재하고 있으며 매우 정신나간 사람들인 것처럼 호도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개구라는 절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리고 개구라질을 했던 사람들은 반드시 그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군기지 확장반대 운동의 면면들을 살펴보는 것은 이 대목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일본 이와쿠니(岩國)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군기지 확장저지운동의 모습을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① 이와쿠니

 

일본 서남단 야마구치현 지역의 동쪽편에 위치한 작은 도시 이와쿠니. "세토내해(瀨戶內海)" 연안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원폭이 투하되었던 히로시마에서 서남방향으로 약 35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② 미군기지


이 작은 도시 안에는 약 570만㎡에 달하는 미 해병대 전투공격기부대의 기지가 있다. 이 기지는 6.25 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이라크전쟁 등 미국이 진행한 전쟁에는 언제나 기지 내 병력을 출동시켰다. 역사적으로도 원폭을 당한 히로시마 바로 옆에 있는 도시로서 가지는 과거의 악몽이 있었고, 국제적 전쟁이 있을 때마다 미군이 출동하는 기지가 있는 이 도시의 주민들은 그동안 미군으로 인한 심적 물리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③ 기지확장

 

그런데 일본정부가 2009년 완성을 예정으로 현재의 기지규모를 1.4배 확장하는 기지증설공사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이 기지확장공사가 완료되면 일본 내에서 3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미군기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기지확장의 목적은 미군재편계획에 따라 이동되는 항공모함 탑재기 부대를 이곳으로 옮기기 위해서이다. 계획대로라면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전투기 59기와 이를 위한 병력 1900명이 확장된 기지로 오게 되며, 동시에 공중급유기 12기가 함께 배치되게 된다.

 

기지확장 이후 이동되는 미군기와 현재 보유 중인 미군기를 합치면 모두 120기의 미군기가 배치되게 되어 아시아 최대의 미군기 항공기지가 된다고 한다. 또한 해병대와 해군의 통합으로 공격기능의 강화 및 효율화를 도모하는 미군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기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3500명 규모의 해병대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0명에 달하는 병력이 합쳐지게 되는 것도 지역사회에 상당한 문제를 안겨줄 수 있는 부분이다.

 

④ 시민들의 반발

 

이와쿠니시민들은 이에 대해 강력한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이와쿠니시의 이하라(井原)시장은 2005년 6월 시 의회에서 함재기의 이와쿠니 이주는 "기지의 성격을 완전히 변경하는 것으로, 이로 인한 시민의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면서 반대의사를 명확하게 하였다. 이에 동의해 이와쿠니 시의회도 반대를 결의하였다. 시민들은 단체간 연대를 도모했고, 서명운동을 전개해서 시민 과반수의 반대서명을 모았다.

 

⑤ 정부의 농간

 

한국이나 일본이나 미국의 시다바리 역할을 자청하는 모습은 거의 같은 듯 싶다. 일본 정부는 이와쿠니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군기지확장 반대투쟁이 심각한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게다가 미군훈련 등으로 인한 폭음피해와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던 히로시마 등 주변 지역에서까지 이와쿠니지역의 미군기지확장을 반대하는 여론이 비등하게 되자 일본정부는 반대투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일본정부와 자민당은 야마구치현 지사에게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이와쿠니시의회 내의 다수파 그룹을 선동하는 한편, 지역 경제계 인사 및 주변 마을(町村)의 인심을 동요시키기에 이른다. 정부와 자민당의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기지확장 및 미군 항공모함 탑재기 이전을 수용하는 대신 다른 이익을 도모하자는 내용으로 소위 '조건부 투쟁'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⑥ 주민투표의 실시

 

이와쿠니시의 시장인 이하라는 주민의 여론이 갈리면서 반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한다. 실제 여론이 설왕설래하는 모습이 계속 보이고 반목의 골이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문제해결을 위한 작업은 진척을 보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이하라시장은 "시민의 의사를 확실하게 판단하겠다"고 하면서 2006년 3월 12일 기지확장 및 함재기 이전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한다.

 

⑦ 기지확장반대투쟁단체의 대응

 

기지확장 및 함재기 이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곧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교원노동조합, 노동조합, 민주단체, 일본공산당 등 반대투쟁을 위해 모인 연대단위들은 "함재기 진입 반대에 ○를 하는 모임"이라는 연대체를 결성했다. 이 단체는 주민들에게 주민투표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주민들에게 어떤 의사를 가진 사람이던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라고 요청했다. 즉, 기지의 존재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이건 또는 미군재편계획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에 상관 없이 일단 주민투표를 통해 서로의 의사를 확인해보자고 주장한 것이다. 이들은 대량의 선전물을 만들어 살포하였고 곳곳에서 주민투표 참가독려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였으며 '대화운동'이라고 칭해지는 선전작업을 진행했다.

 

⑧ 반대파의 준동

 

한편, 정부와 여당의 입장에 동조하는 세력 역시 가만 있지는 않았다. 이들, 즉 이전 승인 및 조건부 투쟁파는 "(국가)방위는 국가의 전관사항"이라고 하면서 이 사업이 원천적으로 주민의 의사여부와 관계 없는 사업이라는 것을 주장하거나 또는 "반대만으로는 돈을 받을 수 없다"면서 일단 정부가 원하는 것을 들어 주되 그 반대급부로 지역사회를 위한 무언가를 받아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식의 여론전을 펼쳤다.

 

이 여론전의 목적은 주민투표 보이콧이었다. 이들은 위와 같은 주장을 펼치면서 아예 주민투표를 무산시킴으로서 소기의 목적, 즉 미군기지확장 및 미군재편을 받아들이기 원했던 것이다.

 

⑨ 시민들의 반응

 

주민투표를 앞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주민이) 입을 다물고 있으면 끝없이 국가가 지들 좋을 대로 한다"라는 의식이 번지게 되었다.

 

2006년 3월 12일, 주민투표는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총 투표자의 87%가 미군기지확장 및 함재기 이전에 대해 반대를 표시했다. 이 숫자는 전체 유권자로 따지면 51%에 달하는 숫자다. 58.7%의 참여율을 보인 이날 주민투표에서 43,433명이 반대를 표시한 것이다. 찬성을 표시한 사람은 5,369명에 불과했다.

 

⑩ 시장선거

 

이와쿠니시는 3월 20일에 시장선거를 치뤄야 했다. 이 시장선거는 미군기지확장 및 함재기 이전사업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치뤄진 것이다. 기지확장 및 미군재편에 반대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던 이하라 시장이 출마를 했고, 그 반대편에서 미군기지확장 등이 "지역진흥"을 위한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후보로 출마했다. 비록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반대의사표시가 있었다고는 하나 지역의 책임자인 시장이 바뀌게 될 경우 반대투쟁의 진행이 위축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이하라의 압승. 득표율 69%에 달하는 말 그대로 압승이었다. 상대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현실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호소했으나 그 호소는 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자민당이 추천한 후보였다. 주민투표에 이어 시장선거에서 기지확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확연히 드러나게 되었지만 정부는 이 사업의 철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⑪ 전망

 

이와쿠니 시민들의 의식은 한 마디로 "더 이상의 기지강화는 참을 수 없다"라는 것이다. 물론 이 시민들 사이에서도 미군기지를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들과 기지의 존재자체는 인정하는 사람들 간에 인식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간에 그동안 너무 참고 살아왔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기지를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내역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업과 관련하여 소음과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정부의 그동안 입장에 기대와 협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책이 묘연하다는데 대하여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시민 중에서조차도 "일본이 마치 미국의 식민지같다"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고 한다.

 

"함재기 진입 반대에 ○를 하는 모임"은 주민투표와 시장선거 이후 여기서 보여진 시민의식에 의거한 투쟁을 진행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주민투표를 힘으로 하는 모임"으로 조직을 재정비 하였으며 새로운 투쟁을 진행시키고 있다.

 

⑫ 투쟁에 대한 시민들의 관점

 

시민들은 정부가 아직도 시장을 협박하고 있으며, 시민들 사이에 반대투쟁에 대한 부정적 시각 및 체념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돈을 뿌리면서 감언이설과 압력을 행사하는데 분노하고 있다. 시민들은 미군재편에 따른 기지의 강화는 사상과 입장의 차이에 관계 없이 모든 시민의 생활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시민들은 그래서 미군기지확장과 함재기이전에 반대하는 이 투쟁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생활을 요구하는 압도적 다수의 시민 또는 국민과 일부 반동적인 대미종속세력과의 투쟁으로 이 투쟁을 규정하고 있다.

 

⑬ 한국정부와 일본정부의 차이

 

이와쿠니시에서 벌어진 미군기지 반대운동은 주민투표와 시장선거를 거치는 과정에서 일견 큰 물리적 충돌 없이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 역시 주민투표와 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뤘던 평택의 경우 대추리에 군경용역의 합동작전이 진행되면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와쿠니라고 해서 기지를 둘러싸거나 철조망을 뜯거나 정부기관에 항의를 하는 등의 물리적인 투쟁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를 막는다는 빌미로 전경대를 보내거나 군인을 보내는 등의 짓은 하지 않았다. 이와쿠니 뿐만 아니라 해상시위 및 조사사업방해활동을 했던 여타 다른 지역에서 역시 일본 정부는 군인 커녕 시위진압대조차 보내지 않았다.

 

한국정부는?

 

잘들 아실 것이다. 무슨 짓을 했는지. 폭력진압, 강제철거, 여론조작, 대중선동, 인권활동가 및 대책위원장 구속... 거기에 더해 외국의 사례까지 거짓말로 떡칠을 해서 국민을 우롱했다. 잘 하는 짓이다. 장하다, 대~한민국~!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개구라는 오래 못간다. 그리고 철저하게 그 개구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그 개구라에 대한 책임을 질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니들 우짤라고 그러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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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8 22:17 2006/07/0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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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 정부도 한국처럼 강압적으로 일 처리를 진행하든가, 말만 돌려가며 시민들 뒤통수를 치려 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의 언론의 소설과는 달리 일본 시민들 또한 상당히 적극적입니다.

    전경이 시민들 대가리를 곤봉으로 깬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한 나라다 보니 당연히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이 개입되지는 않지요. 게다가 울며불며에 몸에 기름까지 부어도 난 몰라 하는 한국 정부와는 달리 국민이 목숨에 조금이라도 지장이 가는 시위를 하면 거기는 일단은 다 스톱하고 봅니다.

    정부랑 언론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되는 개구라를 치는걸까요. 어린 시절부터 일본은 이런데 우리는.. 하는 식의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이상적인 모델로서의 일본'이 여전히 국민들에게 약발먹히는 카드라서 그런걸까요.

    암튼 구라 중에서도 개구라, 아니 구라 중에서도 가장 악질인 썅구라라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요샌 너무 노골적으로 뻔뻔스레 구라를 쳐 대니 화도 못 내겠드라구요 ㅡ.,ㅡ

  2. 에휴... ㅠ.ㅠ 하여튼 이놈의 나라는 ㅠ.ㅠ

  3. 고이즈미/ "가상의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어내는데는 천부적 재질을 가진 한국의 찌라시들과 정부관료들. 이들이 펼쳐내는 개구라들을 까발리는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에밀리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