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 법치 혹은 법의 지배

* 격월간 "사람"에서 좌담회 진행한다는데 패널로 참석하게 되었다. 주제는 이명박 시대의 "법치주의"라고나 할까...

패널의 면면이 죄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좌담회가 별로 재밌을 거 같지는 않다만, 이 핑계로 간단하게 법치 혹은 법의 지배에 대해 메모를 해봐야 겠다. 가뜩이나 머리 속에서만 뱅뱅 돌고 시작하지를 못하고 있는 논문의 방향을 아예 이쪽으로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각설...

 

 

1. MB정권 "법치"에 대한 진단과 평가

- "법치" 혹은 "법의 지배" : 근대 이후 법의 지배는 "법"으로 사회구성원이 승인한 범위 내로 정부(로 대표되는 통치기구 일반)의 행동을 규제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음. 이것은 정부의 성격 및 정부가 가지는 권위가 어디에 근원하는가와 결합된 문제. 존 로크의 표현을 빌자면 대중의 합의에 기초하지 않은 정부의 행위는 무효라는 것. 여기서 출발할 때, 법은 소위 "계약"의 원리에 의해 형성된 국가사회의 구성원들의 합의이며, 이 합의에 의한 행위를 할 때만 정부의 권위가 발생하게 됨.

 

- 법치를 위한 요건 : 무엇보다도 법이 인민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지배할 것. 즉 법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정부의 지배를 합리화 하는 것은 법치가 아니라 전체주의일 뿐임. 세부적인 법치의 요건으로는 보편타당성, 법적 안정성, 집행의 투명성 및 효율성과 시의성, 정의에 대한 복종, 예측가능성의 제공, 합리적 과정을 통한 법 변화 등

 

- MB 정부 1년의 법치 평가 :  "왕정복고"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음. 법치의 원래 의미에 따르면 법치는 "인치(人治)"의 반대말임. 앙시앙레짐을 전복한 구대륙의 시민혁명(물론 그 이전에 있었던 영국의 마그나카르타까지 포함하야)의 제도적 성과가 바로 인치, 혹은 왕치를 극복한 법치에 있었음. 그러나 현재 MB 정부의 경우, 이 정부가 주장하는 "법질서"확립의 형태는 온전하게 정부의 자의적 법해석과 법적용으로 전개되고 있음. 이것은 전형적인 근대 이전의 법질서 회귀상황임. 따라서 MB 정부의 "법치"라는 것은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법치조차도 되지 못하는 중세의 왕정체제로 퇴행하는 것임 (예 : 명박산성, 촛불집회 탄압, 불매운동 형사처벌, 공안사건 획책, 미네르바 구속, 용산참사, 집시법 개악, 사이버모욕죄 등 온라인 탄압, 기타 소위 MB 악법 추진 등)

 

 

2. 법치와 정치 vs 정치와 법치

- 기본적으로 이 소주제에서는 뭘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좌담기획취지에 맞춰 생각해 보면

 

- 법치와 정치의 상호성 : 법치는 협의로 생각할 때 실정법(성문법은 물론 관습법까지 포함)의 집행과 이 실정법에 따른 사법처리로 한정할 수 있으나, 넓은 의미에서는 입법은 물론 법현실과 관련한 행정행위 일체를 포함하는 개념이 될 것임. 따라서 올바른 의미의 법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입법과정에서부터 실질적 법치에 가능한 법률을 제정하는 일이 필요함. 그러나 행정부의 권한과 전문성이 대단히 높아진 현실에서는 입법과정에서 행정부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되는 현상이 벌어짐. 이 과정에서 입법부, 즉 정치집단은 정치행위를 통한 법의 생산과 법집행의 감시가 아니라 통법부로서 법의 생산과 행정부의 스피커로 전락. 이러한 현상이 심화될 수록 애초 정부의 행동을 제한하고 견제하기 위해 구성되었던 법치의 본래 정신은 퇴색하게 됨.

 

- 법치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 :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과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의 구분이 필요. 정치는 그 성질 상 대립과 갈등의 양상으로 행위를 전개할 수밖에 없으며, 바로 그러한 행위과정을 조정과 타협으로 정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임. 이러한 행위는 실정법(성문법은 물론 관습법을 포함한)의 집행을 통해 이루어지는 협의의 법치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임. 정치의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모든 조정과 타협을 법률의 형태로 조립할 수는 없음. 이것은 사회의 도덕률을 모두 법률로 만들어버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임. 그럼에도 정치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집행부(행정부)나 사법부의 판단으로 넘겨버릴 경우 정치의 본래 목적은 사라져버림.

 

 

3. 신자유주의와 법치

- MB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살리기"와 관련된 법들에 대한 관점 :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자를 비롯한 자본가, 즉 부르주아들은 "법치"의 신봉자일 수밖에 없음. 바로 이 점에서 "법치"에 대해 주의 깊게 접근해야할 필요 있음. 애초 근대 시민혁명의 주도자들은 바로 시민, 즉 부르주아였음. 이들이 왕치에 대해 반발했던 근원적인 이유 중에는 자신들의 소유권, 즉 재산권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음.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야기되는 법치에서 그 요건으로 "재산권" 혹은 "경제권"의 보장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음.

 

특히 신자유주의자들의 경우 정부개입 자체를 죄악시함. 예를 들어 하이에크가 주장하는 소위 "정의로운 법"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시장질서에 정부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것 자체를 반대함. 이 논리에서 신자유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법치는 바로 자본의 이동과 시장의 자유를 해치는 모든 것을 제거하는 법집행일 뿐임. 논리적 귀결로서 신자유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법률이나 반대급부를 요구하지 않는 사회보장정책은 정부의 부당한 시장개입에 불과함. 결국 신자유주의에서 말하는 법치는 법률을 수단으로 사회 양극화를 실현하는 결과를 야기함.

 

이렇게 볼 때, MB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위 "경제살리기" 관련법들의 성격이 명확하게 확인됨. 법률로써 명확하게 시장절대주의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제반구조를 확보한 후 바로 그 법률을 이용하여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려 하는 것임. 따라서 MB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경제살리기" 관련법들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법치"의 구조적 완결을 위한 기초작업임. 이러한 사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각종 규제완화(사실은 규제철폐) 및 선진화 관련 MB 법안들의 내용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음

 

 

4. 인권운동의 방향과 대안

- 인권운동의 한 분야로서 악법철폐운동 혹은 법치를 요구하는 운동 : 글쎄... 이건 좀 생각이 더 필요할 듯. 당연히 해야 하고 계속 되어야 할 것으로 봄(소위 민중운동이나 변혁운동이라면 악법철폐운동이 아니라 체제전복 운동을 해야겠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인권운동이라는 것이 그런 성격은 아닐 것 같고). 다만 좀 영악해졌으면 좋겠음. 예컨대 2004년 있었던 국가보안법 철폐투쟁 같은 경우, 그 의미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건 거의 한나라당을 기사회생시켜 준 희대의 묘약이 되어버렸음. 기타 등등 블라블라...

 

 

* 대충 이 정도로 요약되는데... 좌담회의 취지에 따르자면 4번 소주제가 가장 핵심일 듯한데, 사실 별로 할 말은 없다. 안 할 수도 없는 거고, 하자니 계속 저들이 만들어 놓은 아젠다에 끌려다니는 형국이 되어 버리고...

어쨌거나 이 주제와 관련해서 좀 더 파고 싶은 내용들은 1) 법치(법의 지배)의 연원과 역사, 2) 법치의 내용, 3) 신자유주의와 법치의 관계, 4) 한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이 전개한 법치의 결과(또는 연혁), 5) 신자유주의(혹은 더 나가서 자본주의 자체)자들이 주장하는 법치에 대응하는 법치이론의 구성 가능성 등(이건 뭐 이미 결론이 나 있는 건가?).

재미있는 주제일 거 같긴 하나 왠지 식상할 듯이 보여서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2/05 21:38 2009/02/05 21:38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1135
  1. 특히 4. "좀 영악해졌으면 좋겠음" 라는 부분에 깊이 공감합니다... 고민 가치만으로 대중, 혹은 시민들의 잠든 감수성을 깨우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흥미 가치, 흥미 요소를 그 고민 가치에 위치시키는 방법론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 인권운동분야만 그런 거는 아니겠죠. 오히려 인권운동이야말로 원칙에 입각한 사람들이다보니 황소처럼 밀고 나가는 것도 있겠구요. 정당은 더 심한데, 이건 걍패스합니다. ^^

  2. 사실 요새 같은 시기에 민주노총이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엉뚱한 걸로 뭔가(?!)를 보여주더군요.
    어떤 조직이든 간에 성폭력(내지는 미수) 사건이 일어날 수는 있는데, 문제는 이걸 덮으려고 하다가 일이 커진 일 말입니다.
    정말 지금의 용산참사 사건에 찬물을 확 끼얹는 일이 될 것 같은데, 도대체 이 멍청이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사는지 모르겠네요...

    • 너무 화가 나서 아예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구요... 왠만해야 뭘 따지고 나무라고 할텐데, 이건 그런 수준도 안 되는 상황이라서... 망할 조직은 확 망해주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되려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깁니다. ㅠㅠ

  3. 입법뿐만 아니라 사법도 행정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 지금은 완전히 경제계엄상황입니다. 이명박은 계엄사령관 노릇을 하고 있구요. 3권이 거의 마비상태로 가고 있다고 보일 정도죠. 그런데 과연 이런 "위기상황"의 조장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뭐 쟤들이 언제는 제정신이었습니까만은... 쩝...

  4. 행인♡

    일에 치여 살고 있는 와중에 오늘 백토가 너무 블록버스터라

    우물 밖을 갈구하는 사다코처럼 기어나왔어.

    나 오랜만이지? 안부전하러 왔어. 건강하게 잘 지내? 우리 꽃사슴?

  5. g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