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세

* 행인[노령화사회의 해법] 과 쬐끔 관계가 있을만한 글임.

 

며칠 전에 LG 경제연구원에서 한 연구원이 '저출산 시대의 경제 트랜드와 극복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단다. 출산율저하를 막아 인구감소를 억제하고 이를 경제활성화로 연결짓겠다는 야심찬 의도에서 만들어진 보고서라고 한다.

 

야심이 지나쳤는지 이보고서에서는 '독신세'라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겠다고 한다. 물론 이런 방법 이외에도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대학 재학 중에 결혼하는 여성에게 장학금을 주고, 공무원 채용 시 자녀를 가진 여성들을 우선채용하는 것 등의 방법이다.

 

독신이든 미혼이든 간에 혼자 산다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다. 혼자사는 사람들, 뭐 지금까지 특별한 혜택은 커녕 오히려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보다 대우를 못받았으면 못받았지 중뿔나게 뭐 하나 받아먹은 것도 없다.

 

그런데 세금이라뉘... 지금도 대한민국 인구 적은 것이 아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인구가 감소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이 뭘까?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래도 내수시장의 축소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판로가 개척되지 않으므로 인해 물건 팔아먹는데 애로사항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현대가 자동차산업에 뛰어들겠다고 나섰을 때 이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여러 원인 중에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내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인구가 적어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최소한의 시장규모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왠걸,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은 이제 선진국 수준이다. 왜?

 

어차피 돈이 뎀비면 인구가 문제가 아니다. 비싼 거 만들어 팔아 이윤 남기면 되는 거고, 돈 있어 주체를 못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신차 뽑게 되어 있다. 세상에 우리나라처럼 자동차 개비하는 주기가 빠르고 핸드폰 갈아치우는 주기가 빠른 나라가 어딨나? 이게 그거 할 정도의 돈은 주머니에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핸드폰의 교환주기가 상당히 느려졌단다. 그건 그만큼 쓸 돈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반적으로 소비에 대한 심리가 위축되어 있고, 그 결과 "움직이면 돈이다"라는 절세고금의 진리를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거다. 애를 왜 안 낳느냐? 뭘로 키울 건데?

 

게다가 웃기는 거는 독신세라는 것이 전형적인 혼인중심 및 혈연 중심의 가족관계를 정상적인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거다. 그럼 결혼 했지만 애 않낳고 사는 집은 어떻게 할 건가? 무자녀세를 신설할 건가? 반대로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애는 키우고 있는 사람은 어쩔건데? 더 나가 혼인은 하고싶지 않지만 애는 키우고 싶은 비혼자들에 대해서는 우짤긴데? 웃기는 소리다.

 

결혼을 하건 애를 낳건 그건 개인의 결정이 문제다. 내가 결혼하지 않음으로써 공동체에 어떤 위해를 가하고 있는가? 나의 독신을 위해 공동체 차원의 어떤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혼자 사는 것이 세금을 내야할 만큼 다른 측면에서 의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가만, 이거 좀 이상하다. LG 경제연구원이라... 혼수품으로 가전제품이 많이 팔리는 상황인데, 독신자가 늘어나면 가전제품이 대량으로 판매될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겠지? 이거 혹시 독신세를 신설해 혼인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혼수용 전자제품 판매고가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한 LG 전자의 작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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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0 15:58 2005/05/10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