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 옆 샌드위치집

뭐 간단하게 때울 꺼리가 없을까 고민하다보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차가운 샌드위치조각 먹게된다. 거기다가 우유 한 팩 정도 같이 먹다보면 그럭 저럭 뱃속은 채워지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 감출 수 없다. 울 엄니가 해주시던 된장찌게 생각난다...

 

먹을 거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냥 숟가락이나 젓가락 같은 연장 필요없이 대충 먹어도 괜찮은 먹거리 참 드물다. 그렇다고 허구헌 날 뻥튀기 먹으면서 살 수는 없고.

 

자주 가는 샌드위치집이 있다.

당사 바로 앞 건물 1층의 샌드위치 집이다.

 

오늘도 갔다.

이젠 아주머니가 아는 척을 한다.

맘씨 좋게 둥글둥글하게 생긴 분인데, 화장끼가 없다.

바로 그것이 거기 가는 이유 중의 하나다.



샌드위치 장사하는 사람들 중에 특히 젊은 사람들 있는 집은 잘 안간다.

샌드위치에서 화장품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샌드위치집에 이쁜 사람들 얼굴보러 가는 넘들도 간혹 있는지 모르겠지만 샌드위치집은 샌드위치 먹으러 가는 거다. 파는 사람 얼굴이 아무리 얼짱이라도 샌드위치에서 화장품 냄새 나면 절대 못먹는다.

 

원래 행인이 음식 가리지는 않지만 혀의 감각은 또 남다른 바가 있다.

돈 많은 집에서 태어났으면 아마 먹는 거 가지고 꽤나 까탈을 부렸을 수도 있다.

 

어쨌든 오늘도 갔다.

싱글벙글 하고 있으니까 뭐 좋은 일이 있냐고 아주머니가 물으신다.

뭐가 좋은 일이 있어서 웃겠냐, 아무리 괴로워도 그저 웃고 살아야지.

그래서 그냥 항상 이렇게 웃는다고 이야기하자 아주머니 엉뚱하게 교회다니라는 말씀을 하신다.

허거덩...

 

암튼 교회얘기는 대충 얼버무리고, 샌드위치 하나 시켰다.

이 집의 특징은 우선 샌드위치를 바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먹는 것처럼 차갑질 않고, 둘째로 내용물이 풍부하면서 신선하다는 것과, 셋째로 옅은 원두커피가 무한리필된다는 것이다.

 

주로 먹는 샌드위치의 종류는 에그후레쉬샌드위치, 참치후레쉬 샌드위치다. 값은 2700원인데, 왠만한 식당 밥 한끼값에 준하지만 먹고나면 아깝질 않다. 그만큼 값어치를 한다.

 

아주머니가 샌드위치 장사를 시작한 것은 암에푸 때문이란다.

아저씨가 어느 대학에서 상당한 기간 교직원 생활을 했는데, 그거 그만 두고 나와서 뭔가 하려는 때에 암에푸가 터졌단다. 그래서 이 장사를 시작한 것인데, 그 전까지 아주머니는 집에서 살림만 했다고 한다. 첨엔 어렵고 힘들었는데, 이젠 다른 사람들에게 장사비법까지 전수해주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했다.

 

교회다니라는 말에는 쬠 당황했지만서두 아주머니의 신심이 참 견결하다.

25살이라는 딸 자랑에 여념이 없는 아주머니...

 

아, 이 아주머니가 행인더러 "혹시 방송계통에 일하냐?"고 물으셨다.

ㅋㅋㅋ... 물론 행인이 한 인물 한다만 아주머니께서 영 번짓수를 잘 못 짚으셨다...

암튼 주변 먹거리 중에 행인이 추천하는 집이다.

여의도 오시면 한 번씩 들려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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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1 23:40 2004/07/21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