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은 석방되었나?

송두율 석방~~!!

 

송두율 교수가 석방되었다. 이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근대 이후 형법은 증거 제일주의 원칙을 절대불멸의 가치로 여겼으며, 피의자의 범죄 있음은 당연히 피의자를 기소한 측에서 입증해야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송두율 교수의 1심 선고가 가지고 있었던 치명적 오류는 바로 이러한 원칙을 폐기했다는 데에 있으며, 심증과 정황만으로 유죄판결을 내린, 한국 사법사상 최악의 오판으로 인정될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송두율이 북한 노동당 서열 23위의 고위간부가 되었다는 주장은 정황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은 정황일 뿐인 것이다. 정황만으로는 법정에서 죄를 인정할 수 없다. 그 정황이 실제 그러했다는 증거로 확정되어야만 죄를 물을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송교수가 북한에서 활동했던 구체적인 자료, 구체적인 물증을 찾아내야 한다. 물론 남북대치상황에서 검찰이 북한의 노동당으로 가서 "증거 좀 주세요..." 이럴 수는 없는 것이고 따라서 증거확보가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증거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정황이 확증으로 인정된다면 대한민국 형법은 그 순간 자기 가치를 잃어버린다. 누구나 정황만으로 죄를 뒤집어 쓰는 사회는 이미 법치주의 국가가 아니다. 형벌의 자의적 적용이 일어나게 됨으로써 사회의 근간으로서 법률구조는 형해화 된다.



 

당연히 송두율 교수의 이번 석방은 오히려 구차스러운 것이다.

무죄가 아니었다. 유죄는 인정되되 집행유예로 풀어준 것이니까. 풀려난 것과 유죄가 인정된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뭐가 이리 복잡한가???

 

 

불쌍한 내 동생들...

 

연전에 아끼던 동생이 둘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한 명은 1심에서, 다른 한 명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역시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그대로 인정된 것이다. 게다가 이넘들은 국보만 가지고 걸린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잡범을 만들었다. 사상범으로 달려들어가서 잡범이 되어 나오는 이 꼴같잖은 세상이라니...

 

이런 전차가 있는 상황에서 송교수의 이번 판결은 한 편으로는 기쁨을, 다른 한 편으로는 섭섭함을 남긴다. 도대체 국가보안법이 뭔가? 연전에 후배들 때문에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어떤 노인네가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빨갱이 쳐들어오는데 국가보안법 없음 어쩌라는겨?" 하고 노발대발한 적이 있다.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인듯 하나 이게 논리적으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그럼 쳐들어온 빨갱이를 법전으로 막냐??? 국가보안법 들이밀면 총들고 내려온 빨갱이가 갑자기 개과천선을 하냐, 날아오던 미사일이 방향을 트냐? 새카맣게 떨어지던 장사포탄이 갑자기 빗방울로 변하냐?

 

책 몇 권 읽은 넘이 국가보안법으로 떡이 되는 세상에 북한 가서 반국가단체 수괴와 손 잡은 사람이 국가보안법에 주어 터지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도대체 이게 왜 당연해야하나??

그나마 울 동생들,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었다. 여기 저기서 시위에 동참을 해주었고, 학교단위에서 걸린 피래미들 치고는 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다. 물론 송교수에게 달라붙었던 것만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이래 저래 국가보안법으로 터지더라도 유명짜해야 때깔이 나는 법인가 보다.

 

어쨌든 불쌍한 내 동생들, 아직 상고심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지리한 싸움을 하고 있고, 이것은 아마 송교수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검찰이 즉시 상고했다. 당연하다. 이넘들이 가만 있을리가 없다.

 

 

국가보안법 철폐!!

 

그래, 뭔 말이 필요하겠냐?

국가보안법 철폐하자.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까지도 원시인 맘모스 때려잡던 시대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나?

쪽팔리지도 않나?

우리가 원시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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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1 22:40 2004/07/21 2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