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올림픽 핸드볼 결승전 경기... 한국과 덴마크의 피를 말리는 혈투... 2차 연장전까지 가서도 승부를 보지 못하고 결국 페널티 드로우로 격돌. 4대2로 패배...

 

결과를 놓고 보면 진 경기였다. 물론 석연치 않은 심판의 판정이 결정적일 때마다 터지는 바람에 마음이 아프긴 하다. 후반적 종료 직전과 2차 연장전 후반 종료 직전의 심판판정...

 

관중석을 가득 메운 덴마크 응원단의 함성. 스탠드 한 귀퉁이에서 응원을 하던 한국 응원단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꽹과리 소리는 들렸지만서두...

 

은메달. 위로 차원에서 "값진 은메달"이라는 휘황한 용어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 여자 핸드볼 선수들, 위로 받아야할 사람들이 아니라 사실은 기적을 일으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행인의 생각으로는 이 한국 여자 핸드볼 선수들이 결승까지 올라갔다는 그 자체가 사실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올림픽이 쇼비니즘의 축제로 전락한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의 비판이 제기된다. 물론 행인도 그 비판론자들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경기일정 중에 놓치지 않고 보는 경기 중 하나가 핸드볼이다. 일단 재밌다. 경기장에 가서 직접 볼 수는 없어도 핸드볼은 상당히 재미있는 경기임에 분명하다. 농구와 럭비와 축구를 섞어 놓은 듯한 경기내용이 특히 박진감 넘치고 즐겁다.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 여자선수들의 그 놀라운 저력이다. 이건 국적 여부를 떠나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리그도 거의 사멸되었고, 소속팀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들이 있다. 올림픽 같은 큰 경기라도 있어야 선수촌에 들어가 마음놓고 운동을 할 수 있다. 팬도 거의 없다. 경기장 썰렁하다. 핸드볼 좋아하는 행인도 아주 관심을 가지고 경기일정을 살피지 않는 한 언제 경기가 열리는지조차 알 수 없다. 어느 언론도 핸드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도 없다. 축구국가대표팀에게 지원되는 돈의 1/10만 투자를 해도 선수들 운동하는 것이 조금은 낳아질텐데...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을 하는 한국선수들과는 대조적으로 오늘 결승에서 맞붙은 덴마크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누르고 올라왔던 스페인, 프랑스 이런 팀들, 자국 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가지고 있고 리그도 활성화되어 있다. 부족할 것이 없는 처지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올림픽 본선에서 한국 선수들은 누가 보아도 중과부적이어야 마땅한 경기들을 눈부시게 헤쳐나오면서 승리를 만들어 냈다. 결승전에서는 석연치 않은 심판의 판정까지도 감내해가면서 싸워야 했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 결승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희한한 일이다. 그래서 비록 우승을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해도 아쉬움보다는 경이로움으로 핸드볼 선수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축구 4강까지 올라갔던 이라크 선수들에게서 느껴졌던 경이로움. 그것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경이로움을 느낀다. 힘찬 갈채를 보낸다.

 

아, 다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상하게 판정을 내렸던 폴란드 심판들, 정정당당이라는 스포츠 정신을 아주 쬐끔은 갉아먹어버린 것 같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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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9 19:04 2004/08/2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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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8/01/20 22:59

    행인님의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에 관련된 글. 임순례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꼭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은 단순한 이유였다. 걍 의무감 같은 거였다. "그 경기"를 봤던 사람으로써, 그리고 다시 없는 희열과 감동을 맛봤던 사람으로써 반드시 봐줘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던 것 뿐이다. "와이키키브라더스"를 보고서 영화란 게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함으로써 행인으

  1. 그러게요! 제가 보기엔 폴란드 심판 아주 치밀하게 경기를 운영하더군요. 중요하지 않은 순간은 한국에 약간 유리하게 결정적일때는 덴마크의 손을 들어주고......여하튼 저도 모르게 손이 불끈불끈 올라가는게 핸드볼의 참맛을 느낄수있어 좋았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