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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남의 아픔에 일정 정도 무심해져야 의사가 될 수 있다.

 

이건 사실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정상적(?)인 의대-수련의-전공의 과정을 거치다보면 자연스레 습득되는 기술이다. 물론 특별히 예민한 사람들도 있더라마는...

 

요즘 수술한 귀가 자꾸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어 수소문 끝에 여기 연수와 계시는 ENT 선생님 한 분을 소개받았다. 수술 후 1년 지나면 자연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고 걱정하지 말란다. 다행...... 하지만, 어쨌든 답답한 느낌, 그리고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청력, 그치지 않는 이명 현상에 대해 호소했더니... 뭐 그냥 잊어버리란다....

 

어떻게 잊어버리냐구 ㅜ.ㅜ ...

 

나중에 재수술 한 번 하면 괜찮아 질거란다. 재수술..... 엉엉...

 

 

수술하려고 입원했던 날, 밤 11시가 넘어 주치의가 동의서를 받는다고 불러냈다.

새벽부터 드레싱에, 수술방 준비에, 하루 종일 수술방.. 그리고 저녁 회진까지.. 힘들었겠지.. 허나, 이 양반... 다짜고짜 "선생님, 다 아시죠?" 하더니 나보구 싸인하랜다.

학생 때 ENT 공부 열심히 안 해서 잘 모르니 설명 좀 해보라고 했더니만... 하기는, 자기도 공부 하나도 안 해서 전공의 시작하고 엄청 힘들었다는 둥.. 실컷 농담 따먹기하다 결국 수술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을 안 해줬다. 수술하고 나서도 머리를 칭칭 동여매놔 귀도 안 들리는데다,  안경도 못 써서 눈도 안 보이는 준 헬렌켈러 상태가 되었는데 이 주치의 양반, 이 김에 좀 쉬세요.. 그러면서 천하태평이다. 뭐가 들리고 보여야 놀던 말던 하지...

 

미국으로 떠난다고 마련된 환송회 자리에서 이비인후과 전공의로 있던 근영이에게, 영 청력이 좋아지는 거 같지 않다고 걱정을 늘어놓았다. "어허..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데, 그 수술은 염증 제거가 1차 목표지, 청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예요. 6개월 지나서 좀 나아지면 다행이고 뭐 아니여도  할 수 없고.... 누나도 참 알면서...."

 

수술해 준 집도의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다. "거 참 수술 깨끗하게 잘 되었네...." "선생님, 근데 청력은 어찌 될까요?" "글쎄, 한 2년 기다려 보구 재수술할 수도 있고, 뭐 정 안 되면 뭐 보청기 써야지"  보/청/기/요? 흑....

 

어찌 이리들 무심하단 말이냐....

 

귀만 보지 말고, 제발 사람 좀 봐달란 말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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