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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사건!

꼭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할 일.

사진이 없는게 그저 안타까울 뿐...

 

일전에 로웰 대학 산업보건팀과 세미나를 할 때 우연찮게(?) 낚시 이야기가 나와서 언제 한 번 바다로 뜨자. 의기투합을 했었더랬다.

드뎌 Craig 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일행 Cape Ann 이라는 보스턴 동북쪽 해안으로 바다 낚시를 떠나게 되었으니 그게 그저께의 일이다.

원래 아침 8시 배를 타려고 했는데 날씨가 어찌나 비바람이 몰아치는지... 바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 사람들이 모두 까페에 모여 앉아 하릴 없이 수다떨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스 박스가 하나밖에 없는데 그게 넘치면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요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등어가 잡히면 소금에 절여두었다가 조림을 해먹자, 자반으로 구워먹자... 매운탕 양념에는 뭐가 들어가냐... 누구 회 뜰 줄 아는 사람 있느냐 등등등....도시락으로 가져간 삶은 달걀도 까먹으면서.....

이 때 사진찍는다고 수선 떨다가 카메라를 떨어뜨려 렌즈 통이 휘어버렸다. 카메라 작동 불능 상태.... 월척을 낚고도 사진을 못 찍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긴 했으나..... 할 수 없는 일...

아침에 혹시나 배멀미를 할까봐 약을 한 알 먹었더니 11시가 넘으니까 어찌나 잠이 오는지 걷다가 쓰러질 뻔 했다.

 

드뎌, 오후 한 시.... 배를 타고 드 넓은 대서양으로 ......................

43불을 내면 반나절 배 삯과 낚시대, 미끼가 제공되고 낚시에 문제가 생기면 선원 아저씨들이 와서 도와주기도 한다. 서비스는 괜찮은 듯...   배에 오르는 선착장에는 "여기서부터 알콜 반입 금지"라고 써붙여 있다. 집에 있는 팩소주를 가져올까 고민하다가 안 들고 왔는데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배가 출발하여 망망대해로 나아가니 정말 기분이..... 시원한 바람, 뜨거운 태양.. 오전의 그 비구름은 다 어데로 사라졌는지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다.

드뎌 첫 정착지에서 닻을 내리고 첨으로 낚시대를 바다에 던지는데.... 아무래도 처음이다보니 미끼 끼우는 거부터 릴을 풀어주고 당기는게 쉽지가 않더라... 기술이 없어서 그런지 힘도 들고....

근데 시작한지 불과 5분만에... 갑자기 줄이 당겨지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이게 뭐가 물린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있나. 일단 줄을 감는데... 어...  저항이 장난 아니다.

옆에 있던 Craig 가 와서 도와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뭐가 낚인 거 같단다.

오매 이럴 수가.. 이렇게 금방?

 

영차, 영차.. 죽을 힘을 다해 (기술 부족 ㅡ.ㅡ ) 끌어올리니...

우와 ~~~~~~~ 70-80cm 정도 되는 대구(cod)가 따라 올라왔다.

배 위에 올라와서도 요동 치는 것을 Craig 가 붙들어서 탁상우 샘이 가져온 아이스 박스에 담아주었다.

 

어안이 벙벙해서.......

Craig 는 나보구 fishing girl 이라 그러구, 크자님은 "낚시 영재"라고 불러주셨다. 

잠시 으쓱하기도 했으나.. 좀 지나고 생각해보니 사실은 그 물고기가 진짜 어리버리했던 거다. 어째 나같은 초보한테.... 

 

하여간, 이날  시작은 좋았으나 작황은 별로 안 좋았다. CY 선생님이 이전 거보다 약간 작은 대구 두 마리를 낚은 거 빼놓으면 다들 한 마리도 낚아올리지 못했다. 물론 잔챙이들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건 놓아줘야 하니까...

선장 아저씨도 민망했는지, 여기저기 계속 물고기들을 쫓아 댕기며 "unfortunately", "sorry" 를 연발한다.

뭐 결과랑 관계없이 넓은 바다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가끔 따뜻한 보온병 커피도 한 잔씩 마시는게 기분은 최고였다.

끝나고는 선원 아저씨가 생선을 다듬어주는데, 그 귀중한 생선 대가리를 물어보지도 않고 휙 바다로 던져버려서 좀 실망했다. 날쌘돌이 갈매기들이 쫓아와서 냉큼 낚아채기는 했다만... 어두일미라는 말도 있는데.... 대가리가 없는 매운탕이라니.... ㅜ.ㅜ

 

어쨌든 생선을 다듬어 돌아와 크자님께서 끓여주신 매운탕 (우리 손으로, 대서양에서 잡은!!!) 해먹고, 나머지는 필레 형태로 냉동 보관 중이다.

 

 

그 머리 나쁜 대구랑 같이 사진 한 방 찍어두었어야 하는데.. 아까버라...

나중에 보니까 그 놈 잡는다고 낚싯대랑 사투를 벌이는 바람에  손목 안쪽이 온통 긁히고 멍이 들었다. 어찌나 유난도 떨었는지... 남들이 보면 웃겼겠지만, 워낙 어리버리한 낚시꾼이라...

 

요리도 잘하고, 낚시도 잘하고.....

공부만 빼고 뭐든지 잘 하는게 아닐까?

 

 

참, 중간에 배  뒷편에 뭐 있나 구경가보니... 아저씨들.. 시원한 버드와이저를 마시고 있다. 뭐야.. 알콜 금지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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