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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 인생

기대했던 방문 이벤트는 실패로 끝나고..

 

이상하게도 나에게 길을 묻는 사람이 많다.

서울 살 때는 물론이요, 대전에 내려가서도 이틀(?)만인가 길을 묻는 사람이 있었다.

심지어 영국(2주)과 미국(3주)에 잠깐 교육받으러 갔을 때에도 다가와 길을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뿐인가. 하루는 다른 학교에 세미나를 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당시에 후배와 이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한테만 길을 물어봐... 왜 그럴까 어쩌구저쩌구... 그 때 심상찮게 보이는 행인이 우리에게 다가와서는 나를 콕 찝어서 길을 물어보는게 아닌가. 일행 모두 쓰러질 뻔했다.

여기 캠브리지에 오고 나서도 물론 이런 기이한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첫 주에는 한 할머니가 옷가게 (GAP)를 물어왔는데 잘못 가르쳐주기도 했다. 위치도 모르지, 영어도 못하지.. 할머니는 계속 버티고 서있지... 대략 기억을 떠올려 주절주절 설명했는데 나중에 보니 아니더라.

 

프랑스 작가가 쓴 "표절"이라는 소설이 있다. 작가 이름은 물론 까먹었는데... 거기 주인공인 작중 화자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 자기한테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결국 자신이 길거리의 안내표지판처럼 무미건조하게 생겨서 그렇더라는 것이다.

 

오늘 저녁, 발걸음을 재촉해서 영어학원에 가는 길에.. 웬 승용차가 한 대 슬금슬금 다가와 내 앞에 서더니만 Kendall square 에 어떻게 가야하냐고 묻는다. 왜 하필 나야..  하지만... 표지판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친절하게(손짓발짓) 설명해주었다.

 

오늘 저녁,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위대한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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