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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만들기

는 정말 힘들다.

 

1. 계란 말이

광화문, 구세군 회관 앞 육교 건너편 골목 입구에 자유인이라는 허름한 술집이 하나 있다. 거기 계란말이는 정말 맛이 있다. 문득 그 생각이 떠올라서 지난 주말에 도전했다.

양파, 당근, 파를 "송송" 썰어넣고, 소금간을 맞추고... 나한테는 "송송"만큼 어려운 단어가 없다. 가끔 "착착착착" 리듬감 있는 소리를 내면서 무언가를 써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마저 든다. 하여간... 근데 문제는.. 도대체 달걀이 말아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한쪽을 뒤집개로 말면 다른 쪽이 무너져내리고.. 결국 계란을 말았다기보다 은근슬쩍 밀고 뭉개서 비스무레한 모양을 만들고 말았다. 나물이 홈피에 보면 김밥 마는 대나무 발에 싸서 썰면 모양이 예쁘다고 해서 그걸로라도 모양을 좀 만회해볼까 했지만.. 결국 가느다란 발 사이에 끼인 계란하고 야채 파내느라(ㅜ.ㅜ) 설겆이만 힘들었다. 뒤집개의 크기가 작아서일까, 아님 야채를 너무 크게 썰어서일까? 순식간에 일주일 분량인 계란을 네 개나 축냈지만(비율을 맞추다보니..) 결국 내가 찾던 그 모양과 그 맛을 내지 못했다. 얼만큼의 수련이 더 필요한 것일까..

 

2. 오징어채

일전에 미국에 다녀가신 선생님께서 오징어채를 한 봉지 주고 가셨다.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왕 있는거니 이걸로 밑반찬이나 만들어보자. 갸륵한 생각을 했다. 역시 나물이 요리책을 찾아본 즉.. 설탕을 많이 넣으면 너무 딱딱해진다고 주의사항이 써 있다. 워낙 단 것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해서 설탕은 안 넣고, 그냥 써있는대로 물엿만 넣었다. 그런데... 우리집 레인지는 가스불꽃이 아니고 전기코일로 가열이 되는데.. 가열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지만 빨랑 식지를 않는다. 그래서... 순식간에.. 어찌 손써볼 사이도 없이 오징어채가 심하게 그을러버렸다. 고추장 양념에 물엿을 뒤집어  쓴 오징어채의 화상은 참혹했다. 일단 가장 문제는... 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 밥 먹을 때마다 한 가락씩 떼어내는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 반만 하고 나머지 반 봉지를 남겨놓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3. 오이김치

매번 손이 가지 않으면서 신선한 야채를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고민하던 중, 마침 "크자"님이 오이 김치에 대한 정보를 주셨다. 오이, 부추, 양파, 파, 마늘, 고추, 고춧가루 등등등... 뭐 엄마가 해주던만큼의 깊은 맛은 없지만 작은 유리통에 담겨서 냉장고 선반에 얌전히 앉아 있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절로 흐뭇해진다. 최소 1주일 동안은 반찬 걱정을 안 해도 되는구나...

 

다음달 중순에 펠로우 저녁 모임을 우리 집에서 하기로 했다. Korean dinner 를 준비하겠다고 이야기는 해 놓았는데... 뭘 하는게 좋을까.. 더구나 두 명은 채식주의자들... 가장 간단한 고기 구워 상추쌈 싸먹는게 불가능한 상황...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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