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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3대 사찰 기행..

원래 반야봉의 낙조 감상으로 2010년 마무리를 하고자 했으나

예상치 못한 폭설로 난데없는 지리산 3대사찰 기행...

하마터면 불가에 귀의할 뻔했음.. ㅡ.ㅡ

 

구례에 내려가는 길, 기차 안에서 내다본 풍경은 저랬다. 기온은 영하 10도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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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쌍산재의 다른 손님들이 폭설 때문에 모두 예약 취소...

우리끼리 그 아름다운 풍광 즐김.

방바닥 구들은 절절 끓었지만 외풍 때문에 오똑한 콧부리는 냉동과 해동 반복 ㅜ.ㅜ

그저 내 코가 높아서 벌어진 일이라 자책하며 괴로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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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맑은 날 다시 찍은 대문 앞 정경...

장수의 비결이라는 당몰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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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까운 화엄사부터....

쌍산재 주인장께서 유일한 손님인 우리를 절 입구까지 태워다 주심..

우리는 그곳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설경을 보았음.

마당쓰는 스님말고는 경내에서 아무도 못 만남...

 

귀찮아 디카를 안 가져가는 바람에 아이폰으로 찍느라 손가락 얼어 떨어지는 줄 알았음.

덜덜 떨어서 똑같은 사진이 연속 몇 장으로 찍히기도 함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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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에서 따뜻한 모과차에, 고구마랑 떡은 덤으로 얻어먹고 (너무 불쌍한 행색 때문???)

따뜻한 찻집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후덜덜...

진정 제가 저 눈길을 헤치고 여기에 왔단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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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데, 내려오는 길은 6km 넘는 거리...

택시를 부를까 하다가 그냥 눈길을 걸었음.

가로등 없는 길은 나보다 버티기 내공이 약한 주먹도끼가 아이폰 손전등기능을 ON!

얼어 죽는줄 알았지만, 마을로 돌아와 '주부가든'에서

콩나물백반 만찬을 즐기면서 모든 고통은 잊었음 ㅋㅋ

부쩍 맑아진 밤하늘을 보며 소장님이 선물해주신 sky walk 의 위용을 시험해보려 했으나

손이 너무너무 시려워서 미션 임파서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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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없는 숙소에 Wi-Fi는 어찌나 잘 터지는지

지인들한테 자랑질 사진 열심히 날리고,

주먹도끼는 옆에서 We Farm, We Rule 하며 열심히 세금걷고 매직 브로콜리 심고

(그녀는 악덕 세리에 가난한 농사꾼!!! 내가 그녀몰래 양팔고 개 두마리 들여놨음 ㅋㅋ)

나는 보네거트의 소설을 읽으며 잠들었음.

 

담날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천은사 가려했으나

길이 모두 얼어서 차량통제...

어차피 반야봉에 눈이 많이 쌓여 우리는 가기도 어렵다 한 터에... 이런 시련이...

할수 없이 조금 따뜻할 것으로 예상된 하동 쌍계사로 이동...

역시 이 곳도 방문객이 적어 너무도 고즈넉한 경내...

날씨는 더할나위 없이 맑고 추웠음... 칼바람이...

역시 아이폰으로 사진찍느라 개고생....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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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화센터에서 맛난 하동차 얻어마시고, 부모님 드릴 작은 티백셋트 구입..

하동차는 야생차라 특히 맛이 좋다는 설명도 들었음. 발효차 첨 마셔봄.

하동이 이렇게 춥고 눈이 많이 온건 정말 드문 일이라네...

날도 참 잘 잡았쓰... ㅡ.ㅡ

 

차문화센터에 걸려있는 차의 일곱가지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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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하동과 구례 사이를 오가는 길은 정말 너무너무너무 아름다웠음

햇볕이 쏟아지는 섬진강 잔잔한 물결과 차가운 눈, 얼음...

아마도 봄이오면 산수유, 매화, 벚꽃을 피울 사연많아 보이는 나뭇가지들.....

봄에 다시 찾기로 대결심!!!

 

구례로 돌아와 맛난 대통밥으로 저녁먹고 이번에 식당 주인장께서 숙소로 태워다주심

역시 밤에 주먹도끼는 세금걷고 나는 책읽고...

근데, 밤마다 주먹도끼는 나의 음악취향을 너무나 비난함.

느끼한 노래만 좋아한다고.... 아니, 넬, 스위트피, 브로콜리가 느끼해???

이승열, 김광석은 자기도 좋아하면서?

 

어쨌든 2010년의 마지막 밤을 맥주와 함께 보내고 또다시 깊은 잠...

담날 아침, 천은사에 걸어서 가기로 결심...

중간까지 택시를 불러서 갈까도 했으나

어제 읍내에서 들어올 때 택시기사분이 한 30분만 걸으면 된다고 해서리...

물론 그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시간이면 닿을 줄 알았음...

 

칼바람 맞으며 한 시간 반을 꼬박 걸어서 천은사에 도착함..

길에 사람 아무도 안 다님.. ㅜ.ㅜ

정말 아무런 방패도 없는 들판에 마파람 맞느라 두피가 1cm 은 뒤로 밀린 듯...

그래도.... 나는 보았쓰...

뚫린 얼음장 사이로 나와 잽싸게 물고기를 낚아채고 사라지는 수달의 모습을!!!

역시 차로 움직일 때와는 다른 아름다운 눈높이 풍광....

기온이 영하 5도만 되었어도 우리는 즐거워 만세를 불렀겠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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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삼거리에서 천은사 입구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차량통제...

그 언덕길을 걸어올라 산에 도착하니,

거지꼴이 다 된 우리에게 매표소 직원분이 '학생이세요?"라는 망발을...

호호호 하며 좋아죽는 주먹도끼 너머로 내가 알려주었음.

"뭔 소리세요. 우리 경로할인 해주세요!"

 

무슨 대단한 업적이라도 이룬양 의기양양하며 매표소를 지나니

노고단 차량 통제표지판과 함께 '속세와 이별' 이라는 찻집 간판

여기서 차 마시고, 또 고구마랑 부침개랑 잔뜩 얻어먹고 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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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을 숨기고 있다 하여 천은사...

단청 없는 절 건물들이 어찌나 맘에 드는지...

햇볕은 더할나위 없이 따뜻하고,

마~악 녹아내려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모습과 소리가 잊히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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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쏘다니느라 고생한 내 등산화...

이제 미끄러지는 것도 모자라 물도 들어와... ㅡ.ㅡ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 그래도 그동안 수고많았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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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갔고,

2011년은 왔고,

이제 2012년을 향해 가고 있어....

 

3대 사찰 돌며 호연지기는 한 5갑자 늘어난 것 같고,

이성의 정신줄은 눈밭에 좀 흘리고 온 것 같음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으며 2011년을 시작했다는 것은 뭔가 상서로운 징조?

올해도 스스로 즐겁게, 행복하게,

길바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리고, 함께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좀더 앞으로, 좀더 왼쪽으로....

 

방문하시는 블로거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2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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