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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도마뱀과 기이한 경제학자

내 소중한 뇌의 시냅스들이 빠찌직 거리며 타들어가고 있다........................ㅡ.ㅡ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일정 속에 지하철 독서시간에만, 나는 자유인일세... ㅜ.ㅜ

 

#. 기묘한 도마뱀이 벌인 떠들썩한 소동 이야기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크리스토퍼 무어
푸른숲, 2010

 

웃겨 죽어......ㅋㅋㅋ

이 황당무계한 소동극은 대체 어쩌란 말여......(하지만 은근히 '사상자'는 많아...)

발랄한 상상력과, 그에 걸맞는 또 발랄한 문체에 반했음.

짜임새도 좋고, 보네거트 할배만큼 시니컬하지는 않지만 과학적 사실들은 은근 정교하고 시선은 냉철...

다른 책도 빌려봐야겠쓰.... 이런 책은 뇌에 주는 선물....

 

#. 가장 재미난 경제학  이야기

 

세속의 철학자들 -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의 생애, 시대와 아이디어
세속의 철학자들 -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의 생애, 시대와 아이디어
로버트 하일브로너
이마고, 2008

 

원래 껍데기가 저렇게 요란 뻑쩍지근하게 생겼구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회색 하드커버만 남아 있어서... 원....

뭐 경제관련 책은 별로 읽어본 것도 없긴 하지만... 이렇게 재미난 책은 처음!!!

 

칼 폴라니가 오늘날과 같은 시장 질서가 유구한 전통을 가진 것이 아님을 강조했듯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윤 추구의 동기는 겨우 현대인과 함께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지적으로부터 글을 시작...

 

하일브로너는 대표적인 경제학자들의 생애와 그들 사상의 핵심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개괄하며

경제학이란 학문의 본성과 진화를 논하고 있다.

경제사상사라고 분류되지만, 말하자면 이론들에 대한 이론 - 메타적 접근이라고 보면 되겠다.

각 이론들이 옳았냐, 혹은 본인이 동의하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역사적 맥락에서 그러한 사상이 진화했고

그것이 당대에 혹은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보면 엄청 어렵고 딱딱할 것 같은 이 내용들을

너무너무 재미있고 눈에 쏙쏙 들어오게 썼더란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건 이런 거다.

현재의 시각으로 완결된 구성물을 이러니 저러니 논평하는게 아니라,

당대의 문제의식 속에서 왜 그러한 사상이 출현했고,

또 그게 당시로서는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거....

지금 보면, 누구나 다 아는 것 같고 혹은 결함투성이의 주장일지라도

그 배경과 속내를 알고 나면 '우와' 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것들이 많다.

 

인물에 대한 뒷얘기라면...

 

 

케인즈 잘난 거 소문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엄청 잘난 인간...

아침에 침대에서 30분씩 투자해서 완전 부자된데다, 가문도 좋아, 예술에도 조예가 깊어..

인품도 훌륭해, 수학도 잘해....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제일 황당했던 건 케인즈 자신의 표현

"경제학을 연구하는 데는 전문화된 고도의 재능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참 쉬운 분야인데도 잘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참 쉬운 분야래.............. 참 쉬운 분야...............

이 한마디로 전세계 수천명의 수재들을 바보 만들었어..... ㅋㅋㅋㅋㅋ

 

공상적 사회주의자들로 오언, 생시몽, 푸리에, 밀 등을 한 챕터에 묶어놓았는데,

생시몽은 공상적 사회주의자 수준이 아니라 완전 사이코같애... ㅡ.ㅡ

가장 지적인 동물 비버가 인간의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을 고민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일브로너는 이야기한다

"그들이 주목받아야 할 이유는 그들의 괴벽도 아니고

그들이 제시한 환상의 다채로움가 매력도 아니다.

우리의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의 용기다.

그들의 용기를 올바로 평가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지적인 풍토를 파악하고 이해해야만 한다."

그러게.... 막 웃어버리기는 뭐한데... 그래도 비버의 충격은... ㅡ.ㅡ

JS 밀의 아버지 제임스 밀은 아들을 엄청 쪼아대며 공부를 시켰는데,

그래서 1806년에 태어난 JS 밀은 "1809년 (1819년이 아니라)부터 " 그리스어를 배우고

일곱살에는 플라톤을 읽은데다 고전들을 다 떼고 열 두살에는 홉스의 저작들을,

열세살에는 정치경제학의 모든 저작들을 다 읽었단다...

그래서 하일브로너의 논평은 "밀이 훗날 위대한 저서를 저술한 것이 기적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어쨌든 심각한 인격장애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마르크스에 대한 마지막 문장들은 이렇다.

" 마르크스는 그를 향해 바쳐진 모든 우상숭배에도 불구하고 분명 무오류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피할 수 없는 어떤 존재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즉 자신이 발견한 사회사상의 대륙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위대한 탐험가인 것이다. 마르크스의 발견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이 대륙을 더 깊숙이 탐험하길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류를 위해 처음으로 팻말을 꽂은 그 사람에게 존경을 표해야 마땅할 것이다."

 

제목이 '겅제사상사'가 아니라 '세속의 철학자들'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자본주의 태동 이전에는 경제학이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할 필요가 없었고)

사회를 읽어내는 새로운 체계이던 '정치경제학'은 (그래서 '세속의 철학')

빅토리아 시대를 거치면서 '경제학'이 되었고 점점 더 강단으로 이동하여

엄밀한 과학 중심주의로 변해간다.

그리고 1, 2차 대전과 대공황, 세계혁명의 갈등 와중에

이러한 문제에는 아랑곳 없이 (심지어 조절과 균형 이론을 꽃피우며)

강단 경제학은 이상적 가정과 수학적 복잡성 속에서 점점 더 고고하게 '발전'해나간다.

당대의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해결하려던 노력이었던 경제학은 어디로................

 

미국민중사에도 등장하는 아수라 지옥 자본축적기에 벌어진 일들은

참 다시 봐도 믿어지지 않을 지경인데 (이를테면 철도 지배권을 두고 양측 자본가들이 기관차 몰고 서로 돌진하여 승부를 가리는... ㅜ.ㅜ)

이 대혼란의 시대에

"이 모든 것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생각한 게 별로 없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자신을 가르친 유럽 선생들의 발자취를 따라갔고, 미국 사회를 전혀 맞지 않은 틀에 강제로 집어넣었다. 피비린내 나는 돈싸움의 환상적인 게임을 두고 '검약과 축적'의 과정이라고 표현했고, 명백한 사기행위를 '사업'이라 했으며, 그 시대의 금빛 나는 사치를 아무 색깔 없이 '소비'라고 묘사했다."  ---- 

이 구절을 읽으면서 오늘날 한국사회를 떠올리면 내가 오바인가?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 선생들의 발자취를 따라.. 한국 사회에 맞지 않는 틀에.........

 

하일브로너는 경제학을 과학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는 것에 환호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두 가지 들었다. 첫째는,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과 달리 인간의 행위를 다룬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의지를 가진 인간, 사고하는 인간, 선택하는 인간, 기쁨과 고통을 느끼는 인간들이 존재한다. 두번째는 이런 맥락에서, 인간의 사회생활이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는 것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학 - 아니 세속 철학의 유용성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몇 세기 동안 적어도 몇몇 자본주의가  가능한 한 안전하게 나아가는 데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비전으로나마 도움을 주는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재탄생하는 세속철학이 가장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자본주의의 사회적 측면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추가 독서 안내글에서 "훌륭한 교과서를 몇 권 독파하려면 낙타와 같은 지구력과 성자와 같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썼지만, 이 책을 읽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손목의 근력, 인간세상에 대한 호기심만 있으면 충분....

적절한 타이밍에 웃고, 분노하고, 깜짝 놀라며 맞장구 쳐 줄수 있는 센스가 있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연정이가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하는데 (뭘 알고 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음 ㅋㅋ)

대학에 합격하면 꼭 사주고 싶은 책이다... 

참, 이 책이 사무엘슨의 [경제학] 이래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네....

하일브로너 자신도, 기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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