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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통계 수식들

오늘 오후에 센터에서 초청 특강이 있었다. 제목은 "Tactical Prevention of Suicide Bombing in Israel"

도대체 넘 궁금하지 않은가. 무슨 소리를 할지...

내가 예상했던 것은... 이스라엘의 어떤 특정 정책, 혹은 이-팔 간의 정치적 환경 변화, 하다못해 propaganda 의 영향... 중 어떤 것들이 갈등을 완화시키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 뭐 이런 것이었다.

그러나... 슬라이드가 한 장씩 올라갈 때마다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으니...

 

발표자는 텍사스 대학의 정치학 교수고, 이 연구과제로 국제정치학 분야의 distinguished researcher 어쩌구 이런 기금도 받고 있단다. 세계 각지에서 자살폭탄테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counter measure 가 어떤게 있을지 찾아보고자 했고, 샘플 사이즈가 가장 충분하고(3년간 120건의 자살폭탄이 있었단다 ㅜ.ㅜ) 자료의 질이 높기 때문에 (이를테면 자살공격단의 비디오, 가담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조직 현황 등등) 이스라엘의 경우를 대상으로 삼았단다.

 

그럼 어떻게 분석을 했느냐...........

 

- 결과변수 : 월별 자살폭탄 발생 건수

- 영향요인(예방전략) : 1) "targeted hit", 2) arrest

- 통계 : poisson distribution 가정 하에 regression analysis, likelihood fuction - 시점의 영향을 고려하기 위해 sensitivity analysis 병행

 

여기서 targeted hit 이란 이스라엘군의 "테러 분자만을(!) 대상으로 한 정확한 반격"을 말한다. arrest 란 정보기관의 공작 등을 통해 사건 발생 전에 주모자나 가담자를 체포해버리는 것이다. 똑같은 폭탄 공격인데, 한쪽은 suicide "bombing"이고 다른 하나는 왜 targeted "hit"이라고 부르냐 물어봤더니만, 질문 자체를 신기해했다 (ㅜ.ㅜ)

 

beta coefficient, theta coefficient, constant, likelihood, p-value....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엇길래 저런 황당무개한 수식을 봐야하나...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렇담 결과는 무엇?

그렇게 3년 자료 분석해보니, targeted hit은 오히려 자살공격을 유의하게(!) 증가시키고, arrest는 유의하게 공격을 감소시킨단다....... 아....... 정말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태연자약, 나도 그 방식 그대로, 다른 요인들(이를테면 정치적 환경의 변화, 새로운 정책 등등)을 "보정"했는지 점잖게 물어봤다. 그랬더니만, 그 3년 동안 별 일이 없었단다. 젠장할, 별 일이 없긴... 너네가 금긋고 벽 쌓았잖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나중에 덧붙이길, 벽을 쌓고 나서 벽이 없는 지역(텔아비브, 예루살렘 등)의 공격이 더 늘어난게 문제란다. 그러면서 이게 결코 WALL 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기둥만 콘크리트 WALL이고 나머지는 그냥 FENCE란다. 근데, 그 "그냥" 펜스에 고압전기가 흐른단다. (이 인간이 누구 약올리나)

 

누구에게나 목숨은 소중한 법인데, 왜 자살까지 결심하게 되었을까, 무엇이 사람들을 이 상황으로 몰고 갔을까.. 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눈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 현란한 수식 어디에도 인간의 온기는 흐르지 않았다.

심지어 decision analysis의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개인의 성향을 집어넣으면 얼마나 suicide bomber 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패턴을 확인하는 소프트웨어까지 만들었다고 시연도 해보였다.

 

눈이 있어도 못 본척, 귀가 있어도 못 들은척.. 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 눈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이게 미국사회 "주류학문"의 존재방식이고, 그 "과학성"을 무기로 전세계에서 강력한 프로퍼갠더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질 듯하다. 내가 이럴진데...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어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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