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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주는 책들

#1. 인간은 어떻게 유전자를 조종할 수 있을까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 후성유전학이 바꾸는 우리의 삶, 그리고 미래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 후성유전학이 바꾸는 우리의 삶, 그리고 미래
페터 슈포르크
갈매나무, 2013

 

요즘 잘 나가는 아이템인 후성유전학에 대한 대중적 개론서.... 이쪽 방면 공부에 손 놓은지 너무 오래된지라, 대강 분위기를 파악해보고자 읽었는데 상당히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술적 디테일에 치중하지 않되 필요한 부분은 간결하게 설명해주고, 또 이런 종류의 대중서들이 빠지기 쉬운 환상적 낙관주의에 대한 경계도 나름 충분한 편이라서 개론서로서는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성유전학이란 DNA 염기 서열의 변화에서 기인하지는 않지만, 세포에서 딸세포로 유전되는 유잔자 기능의 모든 변화를 다루는 학문 분야이다. 그리고 DNA methylation, histone acetylation, microRNA 이 세가지가 gene-environmental interaction 의 신비를 풀어줄 핵심 기제라는 것은 좀 외워두어야겠다 ㅋㅋ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유전학의 대전제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 어쩌면 라마르크의 가설이 조금은 진실을 담고 있을 수도 있었다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사회와 건강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는 생물학적 경로라는 점일 것이다. 특히나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콘라드 웨딩턴의 후성유전학적 지형 epigenetic landscape 개념은 생애과정 관점으로 건강, 건강불평등의 궤적을 이해하는데 매우 도움이 될 만하다. 

 

또한 향후 약물이든, 사회 정책이든 무언가 중재를 개발하는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임은 분명한데, 사실 이렇게 유전(물질)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이 좀 무섭기도 하다...  하긴 지구 탄생 45억년의 역사를 무시하지는 말자구.... ㅡ.ㅡ 

 

 그나저나 우려스러운 것은, 이 책의 저자가 보이는 태도처럼, 이렇게 유전(물질)이 중요하고 자녀 심지어 손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니 이들에게 건강을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의 행동거지를 바르게 하자는 교훈이다.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지 않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지 못하고, 그래서 후손들에게까지 민폐를 끼치는 것이 과연 온전히 개인의 책임인가  말이다. 소위 '맞춤형' 예방의학 담론들은 거의 예외없이 개인 수준의 건강행태와 치료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이미 많은 사례들에서 보여주고 있듯,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초래한 것은 '사회적 삶'들이다. 만일 이러한 관점을 놓치게 된다면, 후성유전학의 성과들은 한차원 높은 개인책임론과 사회적 불평등의 강화에 기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맥락을 거세한 과학 발전이 가진 일반적 위험성이 여기라고 다른 건 아니지 않나...

이 분야는 조금 더 추적해서 흐름을 따라가볼 필요가 있겠다. 

 

참, '역학자'를 반복적으로 '유행병학자'라고 번역한 것에 대해서는, 그냥 역학이 변방의 학문이라 이 분야 전공자가 아니고는 이름조차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 Body Economic: why austerity kills (2013)

 

 

킨들로 읽은 것은 어째 정리하기가 애매하다... 

 

내용은 훌륭하고 분석도 시의적절한데, 아 이 뭔가 찜찜함....ㅡ.ㅡ

 

결국 이 책에 소개된 근거, 그리고 그밖에 많은 증거들이 일관되게 시사하는 바는 긴축이 건강과 생명에 부정적 댓가를 초래한다는 것인데, 여기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선동적인 자료 제시방식과 논거에 흠칫 놀랐다고나 할까???

 

저자들은, 긴축 지향의 구조조정을 추구하는 경제학자들이 정책의 건강영향, body economic 에 대한  근거에 입각해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주구장창 주장하면서, 마치 과학적 증거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정책의 분명한 나침반인양 주장하고 있다.  정말 책 읽는 내내 실증주의의 12사도를 만난 듯한 느낌... ㅜ.ㅜ

"In God we trust; all others must bring data" 이거 너무 후덜덜하지 않나?

 

때로는 경험적 증거들이 불충분한 경우도 있고, 모든 근거들이 일관되게 한 방향으로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더군다나 가끔은 근거가 충분하기 전에도 어떤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증거 있으니 우리가 최고, 너네는 왜 근거도 없이 긴축정책을 하는 거야"라고 말한다면 이건 좀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말이다. 사실, 그 동안 보건학 영역에서는 너무나 많은 중요 예방정책들이 근거 부족을 이유로 미뤄지고, 또 비판받고는 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벤젠이, 담배가, '확실한' 증거 부족을 이유로 규제되지 못했던 사례는 그 중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과학적 근거의 생산 또한 정치경제적 과정이며, 데이터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마치 데이터에만 근거한다면 온갖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또다른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저자들이 조금만 유념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분명히, 긴축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 불황 시에 채택할 수도 있는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며, 그러한 잘못된 선택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 때로는 생과 사를 가르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보여주는 내용들은 매우 중요하다.  

 

 

#3. Why people die by suicide

 

 

 

 이건 도대체 언제 읽고 묵혀둔 책인지... ㅡ.ㅡ

책은 길지만 핵심 메시지는 세 가지.

 

첫째,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반복화된 학습 때문이든, 우연한 사고들의 연속에 의한 것이든) (capability to enact lethal self-injury)

둘째, 세상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고립감 (failed belongingness)

셋째,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인식(perceived burdensome)

이 세 가지가 결합할 때 자살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

 

개인 수준에서 매우 설득력 있는 논거이며 증거들도 풍부한데, 이것이 한국사회와 같이 인구집단 발생률의 증가로 나타날 때에는 어떻게 확장시켜야 할지 고민이다. 둘째와 셋째 요소는 쉽게 적용할 수 있는데, 첫째 요소는 특정 코호트나 집단 이외에 인구집단 수준에 확장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이러한 능력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그것을 뛰어넘을만큼 강력한 죽음에의 열망이 (그것도 집단 수준에서) 발달했다고 이해해야 하나??

이후 한국자료 분석할 때 참고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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