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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 영화제에 다녀와서...

오늘 Human Right Watch 국제 영화제가 보스턴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영화 [송환]을 비롯하야 5일에 걸쳐 12편의 영화들이 매일 한 두 차례 상영된다.

 

Boston Fine Art Museum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Born into brothel]을 보고 왔다. "brothel"은 홍등가, 집창촌... 영어사전을 보면 이보다 노골적으로 "매음굴"이라고 나온다. (영화를 보면 후자의 표현이 좀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 살아가는 아홉 명의 아이들에게 미국의 사진 작가는 수년간 그곳을 드나들며 사진을 가르쳐주었고, 아이들은 놀라운 재능을 보이며 자기 자신과 주변 세상의 "진실"을 찍어나간다. 그리고 또다른 다큐 작가는 이 과정들을 담담한(?) 화면에 담았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가슴이 정말 답답했다. "내 인생에 과연 희망이 있기나 한 건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의 낮은 목소리, 엄마가 포주에게 불에 타 죽질 않나, 아빠는 하루 종일 마약을 태우며 눈이 게슴츠레 풀려 있질 않나, 친척들은 빨리 일 나가라고 어린 소녀를 재촉해대고.... 그래도 깔깔거리며 사진찍기를 재밌어하는 아이들, 사진을 통해 이들에게 희망을 가르쳐줬을 뿐 아니라 동분서주 그들을 학교에까지 보내주었던 백인 여성 사진작가......

 뭐가 그리 불편했던가. 이 사진작가한테 잘못이 있느냐? 그건 아니다. 이 작가, 정말 최선을 다했다. 진심어린 애정과 신뢰를 읽을 수 있었다. 내가 느꼈던 불편함은... 이를테면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를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 극단적으로 어려운 환경, 작은 희망, "착한 사람들"의 선량한 의지, 절대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는 철저한 개인주의적 접근 .... 시놉시스에 보면 사진이 이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나와있는다. 아이들의 사진이 뉴욕에서 전시되고, 소더비 경매장에 나오고, 방송 인터뷰도 하고, 사진찍기 위해 멀리 여행을 가기도 하고...... 하지만 그 후 어떤 아이는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가출해버리고, 어떤 아이는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학교를 자퇴해버리고, 또 어떤 아이는 이전과 다름없이 계속 "그냥" 거기에서 살고 있다. 그럼 러브하우스에서처럼 어디서 장학금이라도 걷어다가 이 아이들을 모두 "구출"했어야 내 맘이 편할까? 그건 아니다. 아니면, 주민운동을 조직해서 근본적인 개혁 운동을 벌였어야? 이것도 아닌디...

 

영화는 중간중간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스틸화면으로 보여준다. 남루하기 그지없는, 하지만 색상은 무척이나 화려하고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그 동네의 구석구석과 사람들의 모습 말이다. 영화로 보는 우리에게는 이국적이고 생동감있지만(내셔널 지오그래픽스 류), 과연 저기 사는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까? 

 

모르겠다. 서구인의 눈에 비친 지지리도 가난한 동방의 어느 나라 이야기라는 설정이 기분나쁜건지, 짐승만도 못하게 살고 있는 여성과 아이들의 삶에 화가 나는 건지, 감동을 주는 영화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아이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이 어처구니 없는건지, 도대체 저 생지옥 같은 곳이 과연 바뀔 수 있기나 한건지 암울한 전망에 우울한 것인지.....

 

인간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공영방송(PBS)에서 제작한 만화에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한다고 생 난리를 치는 학부모들의 아이, 이스라엘의 "targeted hit"에 가족을 잃은 팔레스타인 아이, 새벽부터 술심부름을 하며 얇은 커튼 뒤에서 엄마가 "일"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 아이... 모두 똑같이 소중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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