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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어제 밤에 선거방송 본다고 논문도 안 읽어가서 수업시간에 횡설수설했다. 남의 나라 선거를 이렇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봐야하는 우리네 처지란....

울적한 마음에 (그렇다고 케리가 되었으면 좋아했을까도 의문이지만), 영화를 보러갔다. 극장은 멀쩡하게 생겼는데, 좌석번호가 없다. 손님은 달랑 네 명, 음질과 화면도 꽤나 훌륭한데.. 고맙기도 하지.

 

영화는 정말 재미(!)가 있었다. 시종일관 두 사람의 티격태격과 서로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그리고 아름다운 남미의 자연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

가장 가슴에 남는 장면은... 오토바이도 없이 추적거리며 사막(고원)을 걷다가 마주친 젊은 부부.. 그들은 공산주의 사상 때문에 추방당해서 일자리를 찾아 광산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들은 에르네스토와 알베르토에게도 일자리를 찾아 여행 중이냐고 묻는다. 이어지는 침묵... 우린 그냥 여행을 위해 여행하는 거다..... 그 당혹스러움이란.... 다음날 광산 입구 땡볕에 앉아 노동자로 뽑히기(!) 위해 죽치고 앉아있는 남루한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분명히 살아있는 사람이건만 삭막한 광산지대, 바위들 틈에 또다른 바위처럼 고정되어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생명있는 인간이 아닌 듯 싶었다. 체의  고민은 점점 깊어만 가는게 당연했다.

 

그러나, 에르네스토가 다른 점이 있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물 네 살의 고민을 스물 대여섯 살 혹은 서른살을 기념하여 (잔치는 끝났다고 장탄식을 하면서) 접어버리는 반면,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천식 때문에 고생하는 그 유약한 청년이 어떻게 게릴라 투쟁을 해나갈 수 있었는지....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휴머니스틱(!)한 장면들이 없지는 않았다. 죽어가는 환자 앞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음을 괴로워하는 예비의사의 갈등... 나환자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 어찌 보면 너무 진부한 모습이지만, 이게 미국식 영웅주의 모험담이 아니라 실존했던 청년의 이야기였음을 떠올린다면 결코 그렇게 폄훼할 수가 없다. 그걸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속물성이 오히려 부끄러울 지경이다. 더구나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실제 사진들을 보고나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영화 마지막, 알베르토 옹(ㅜ.ㅜ)의 현재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마음은 한량없이 무거워졌다. 

 

하필, 오늘 같은 날 이 영화를 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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