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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자고 다짐..?

  • 등록일
    2009/03/23 12:55
  • 수정일
    2009/03/23 12:55

토요일

뜻하지 않은 낯설은 감정들과 만났다.

일요일 내내

나의 비겁함에 무기력해졌다.

스스로는 아마 이것이 내가 얻은 것이고 얻어야 할 것이라는 배움이라고 정리했다.

 

나에게는 이성이라는 안식처와 감정이라는 통제 못할 괴물이 있다.

  

이성...

언제나 나의 삶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일들도

가급적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자는 당당함을 가져다 준다.

언제나 밝게 웃을 수 있도록 나를 훈련시켜주는

그래서 한치도 흔들리지 말고 주저앉지 말고 굳굳이 살아가자라는 주장을

나의 몸뚱아리에 철저히 인식시켜주는 일종의 나의 무기다.

 

감정....

어렸을때부터 도저히 통제되어지질 않는다.

한번 휘둘리면 끝장이 나는 너무나 두려운 놈이다.

나만이 아닌 나의 주위 사람들마저 감염시켜버리는 극악한 괴물이다.

절대 드러내지 말아야 하며

드러나는 순간 철저하게 나를 숨겨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 내가 잡아먹혀버릴지 모른다.

두렵고 공포스러워 한없이 도망가게 만드는 나의 또 다른 나이다.

 

..........

 

토요일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무실 컴퓨터 정리하는 일을 도와준다는 지인의 약속에

맘편이  쫄래쫄래 사무실에 나와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일이 취소되면서 뜻하지 않은 모임을 제안받았다.

 

단순이 참관하고 구경하고 오자는 선한 제안이었다.

잠깐의 망설임이 있었다.

한번쯤 그런 모임들에 가고 싶은 충동과 가면 안될것 같은 두려움이 교차했지만

함께 가기로 한 사람들의 좋은 모습에 나 또한 감염된 듯 가기로 하고 애써 두려움을 던져 버렸다.

 

주변이 깜깜해 졌을 때 모임장소에 도착을 했다.

오는 내내 밀려들기 시작한 불편함이 자꾸 나의 몸을 울리기 시작했고

이내 밀려오는 짜증....실은 애써 버려두고 오려했던 두려움이 몰려왔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두려움이다...

애써 피하려고만 했던 나의 감정들이다.

나의 두눈 앞에 그리고 처음 보는 낯선 만남들 앞에 나의 감정들을 잡아 끌어내야 한다는 두려움과     

그런 감정들을 누군가에게 내놓고 공유하고픈 마음이 교차하고 있었다.

못 이기는 척 내놓고 싶은 마음과 절대 내놓으면 안된다는 망설임속에서

점차 몸은 짜증으로 물들어 갔고 결국 예전의 나로 돌아가 버리는 순간적인 실수들이 이루어 졌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짓들을 저질렀다는 사실

그러면서도 애써 나를 외면하고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들에 점점 몸이 흥분되면서

아 !! 미칠것 같다는 감정들이 점차 나를 지배하고

그렇게 끝끝내 드러내지 말아야할 더러운 짓들이 드러나 버렸다.

남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곳에 가면 아마도 나의 감정들을 어떤 식으로든 드러낼 것이다. 그러니 가지 말자.

그러면서도 갔던 이유는 드러내고 싶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드러내고 그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었을 것이다.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전부 감정들을 드러내는 것도 아닌바에야

드러내지 않겠다고 스스로 강하게 버티기만 했었어도 충분이 모면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런데 조금의 짜증을 비치고도 선선이 드러내 놓았다.

어떤 이상한 충동이랄까......!1

 

드러내 놓는 순간 바로 몸에서 열이나고 식은 땀이 흐르고

그 땀에 나의 목소리, 나의 몸이 열병을 앓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감당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촛불처럼 나 스스로가 한없이 흔들리는 느낌들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이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나를 현실이라는 땅에서 끌어 올려

몽롱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럴때다

그럴때마다...내가 나의 감정들을 드러내고 흔들리때마다

나타나는 더러운 짓거리들이 나타난 것은 바로 그럴때다.

 

나의 것들이 드러나는 순간 나의 시선은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무엇인가를 보게되고

그러면서 철저하게 나를 감추고 남에게 상처를 주고 마는 것이다.

 

왜 나를 이런 모임에 초대했냐고 애처럼 푸념을 시작했다.

왜 내가 여기 왔을 까 하는 후회하는 마음을 감추고 싶은 거다.

 

드러나버린 남의 실수에 대하여 짜증을 부렸다.

실은 주체하지 못하는 나의 실수를 감추고 싶었던 거다.

 

무엇을 얻었냐고 다그친다.

실은 내가 가지게 된 감정...마음의 파장이 정리되지 않아 스스로 다그치고 있는 거다.

 

책임지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 과감히 그 극한까지 끌고가 파열시키라고 말했다.

실은 내가 일으켜야 할 극한의 파열들을 남에게 전가 시키는 거다.

 

그렇게 모임을 마치고 청주에 와서

간단하지 않은 뒷풀이에서 많은 말들로 나를 추스렸다.

아니 남에게 상처주면서 나 스스로를 보호하려 했던 듯하다.

 

일요일

내내 잤다.

일어나서 몸을 굴려야 함에도 내처 자지도 못하면서

하루종일 일어나지 않았다.

밤일을 나가면서 더 무거워진 몸뚱아리가

일하는 내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런거였다.

이번 모임에서 내가 얻어야 했던 것

그것은 애써 회피하고 무서워하고 두려워했던 나의 감정들을 해방시켜야 했던 것이다

그런 것을 기대하고 갔었던 것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핑계다. 솔직하지 못했던 거다

그래서 솔직하지 못한 나의 감정들이 누군가를 괴롭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것이다.

시샘이었던 거다

감정을 드러내고 그 드러냄 속에서도 자신들을 추스려가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는 시샘들이 몰려오자 곧 나도 모르는 공격성들이 나타나 버린 것이다.

 

돌아오는 내내 밀려오는 자괴감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뒷풀이 자리에서 잘난 척을 하는 또 다른 자괴감

그런 자괴감들의 연속이었다.

 

결국

감정이라는 괴물에게 내가 또다시 먹혀버린 것이다.

 

그렇게 일요일 내내 뒹굴거렸던 것이다.

 

그렇게 밤새 자괴감을 가지고 몸을 혹사 시켰다.

 

그런데

아침 새벽 일끝나고

잠시 눈을 붙이고 생협 사무실을 나와야 하겠기에

피곤한 몸을 찬물에 샤워시키면서

갑자기 몸이 깨운해짐을 느꼈다.

 

아 !...

이것이 내가 얻은 것이다 라는...생각이 몰려왔다.

다시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들이 몰려 왔다.

그래 !!

감정이라는 괴물을 드러내 놓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잡아 먹힐까 두려워 애써 피하려 했던 것들을 조금더 크게

나의 몸, 나의 목소리로 드러내야 겠다는 생각이다.

 

함깨 간 이가 해준

낭독의 힘이라는 것은

도저히 드러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굉장한 힘이 있었던 거다.

그것을 나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불러그질을 하는 이유는

결국 비겁하게 익명이라는 것에 숨어서라도

나의 감정들, 나의 몸뚱아리들을 드러내야 할 것 같은 충동들이 있었다는 것일텐데

그것이 익명성이 아닌 실제 공간에서

드러내놓기가 아직 까지는 힘들어 하는 구나 싶은 생각에 샤워하는 내내

차가워지는 몸뚱아리와는 반대로 몸속깊은 곳에서 뜨거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삼

나를 그 모임에 초대해준 이에게 한없이 죄스러워지고 미안해지고 낯뜨거워졌다.

그리고 다음 달에 다시 가자고 내가 먼저 제안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마음

이 감정들을 또 다시 어떻게 드러낼까 싶다가도

이렇게 안하면 감정이 괴물이 되는 것이 아나라

내가 괴물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무엇이라도 하자.

전화해줄까하는 생각을 했다 미안하다고.

하지만 못하겠다고 금방 정리해 버렸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드러내지 못하겠다고 정리했다

 

그래서 결국 내가 가장 편하게 하는 블러그에 쓰자라는 생각. 

나의 알몸을 보여주자 라는 결심에 이 글을 쓴다.

 

미안하다고

아직 내가 많이 서툴다고..

내가 이제까지 가지지 못한 수많은 사건과 경험들처럼

아직까지는 감정이라는 것에 당당하지 못하고 비겁하게 숨기 바쁘다고.

대신 이제부터라도 감정을 당당하게 들어내는 연습을 하겠다고.

제안해준 낭독을 나 스스로 끊임없이 수행해 봐야 겠다고.

용서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렇게 나의 낭독의 스승이 아니 길잡이가 되어달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용서해주리라 믿는 마음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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