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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난 24시간

  • 등록일
    2009/05/25 16:37
  • 수정일
    2009/05/25 16:37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잠에서 깼다.

간만에 많이 잔것 같은데도 정신이 없다.

일어나자 마자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물고 멍하니 밖을 본다.

자고 일어나면 잠을 깨기 위해 거의 습관적으로 담배를 물곤 하는 것이 요즘이다.

하지만 막상 담배를 입에 물고 있어도 정신이 돌아오거나

잠에서 깬 현실을 인식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몽롱해지곤 하는데도 눈 떠 보면 담배를 물고 있다.

그렇게 30분을 멍하니 있는다.

아니 몸울 움직일 힘들이 금방 채워지지 않는 다는 것이 맞겠지.

 

정신을 추스리기 힘겨워 한다....

 조금만 더 잘가 싶기도 하지만 실제로 누워있어봤자

한번 깬 잠은 다시 오질 않을 것이다.

그래서 힘겹게 움직여 본다.

 

11시 10분

서둘러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선다.

오늘은 산남동에서 두꺼비생명한마당이 있는 날이다.

서둘러 일하는 사람들 사무실에 들러 믹서기를 챙기고

폐의약품 전단지를 뽑았다.

그러고 보니 일요일에 사무실 나와서 밀린 일들을 정리한다던 종민샘은

일어나시기 힘든 것 같다.  아무 연락이 없는 것으로 봐서.......

 

다시 차를 타고 생협사무실로 향한다.

 

(믹서기와 전단지를 제외한 것들은 전부 생협사무실에 정리해 놨다.)

 

11시 40분

생협사무실...아직도 정신이 멍하다.

이리저리 짐들을 챙기니 다소 많아 보인다.

도저히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아서 결국 택시를 타기로 결심

두세번에 걸쳐 사무실에서 길가로 짐을 옮겨놓고 택시를 기다렸다가 탔다.

 

12시 10분

행사장 도착.

서둘러 홍보부스와 유기농 생과일쥬스 판매대를 설치하고

유기농 토마토와 딸기를 받으러 흙삶림 부스로 갔다.

(전날 주문해 놓았다.)

토마토만 있었다. 물어보니 오늘 아침에 딸기가 입하되지 않았단다.

다소 난감해지는 상항

서둘러 토마토를 생협 부스로 옮기고

터벅터벅 산남동 대형마트에 갔다. 딸기가 없다. 그래서 다른 마트를 갔다.

역시 없었다...짜증이 났다...

할수 없이 수곡동 재래시장까지 걸어서 갔다.

재래시장이 문닫있다. 물어보니 오늘 청주시내 재래시장 체육대회라서 오전에는 장사안한단다.

할수없이 과일가게 주인이 올때가지 무작정 기다려 보기로 했다.

날 찾는 전화는 계속오는데도 나는 딸기를 사가지고 간다는 이유로

계속 한쪽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2시

과일가게 아저씨가 왔다.

딸기를 샀다.

그리고고 행사장에 급히 돌아가서 쥬스판매대를 세팅해 놓고 한시름 놓았다

이어서 캠폐인 진행

혼자 했다. 조합원들은 쥬스판매대에 배치하고 그냥 저냥 뜨거운 햇살아래서

흐느적흐느적 캠폐인 전단지를 나누어 주며 이런 저런 고함을 질렀다.

너무 덥다고 느꼈고 몸이 한없이 깔아지는 것 같은 피곤함이 몰려 왔다.

 

두꺼비 생명한마당 행사장에 의료지원 오기로 한 의사 조합원 두분이 왔다.

다소 핀곤함에 대충대충 인사하고 진행본부에 안내해

자리를 잡게 해주고는 다시 캠폐인..

사람들은 모두 무신경하게 지나간다.

 

4시

쥬스판매대에서 부족한 것들...딸기 , 얼음, 우유를 사다 달라고 해서

또 터벅터벅 걸어서 이것저것들 챙겨다 주고

김밥 몇 줄과 햄버거 몇 가지를 챙겨다 주고는 다시 캠폐인 장소로 왔다.

더 진행할 힘도 없고 해서 캠폐인을 정리했다.

 

정리가 끝난 후

이 놈의 햇살...하며 투덜투덜 나무그늘에 가서 잠시 쉬며 담배 한모금

 

5시

쥬스 판매대를 정리하고

조합원들에게 감사인사 전하고

오늘 판매된 금액 정산해서 구룡상 땅한평사기 운동에 얼마를 기부하고

다시 차 있는 조합원에게 짐들을 인수하고

그렇게 오늘의 행사를 마무리 했다.

 

5시 30분

집.

서둘러 씻어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인지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멍하니 앉아 있던 시간만큼 급해져서

허겁지겁 저녁먹고 출근 준비.

 

6시 30분

밤 출근.

지난주 민원 사항, 새로 나온 곳 체크하고

일주일 근무표 확인하고

직장 동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

최군이 허리가 안좋은 듯 절뚝절뚝 거림

내심 보다 편한 수거코스로 가고 싶어하는 듯 보였으나 조정이 안됨

다들 피곤하니 선뜻 코스를 바구어 주지 않았다.

나라도 바구어 줄까 했지만 생각해 보니 오늘 수거 코스중 가장 힘든 코스라서

말하기 민망스러워졌다.

 

저녁 7시

음식물 쓰레기 수거 일 시작

날이 무척 더워졌는데 그만큼 쓰레기양도

올해들어서 가장 많은 듯 싶다.

일하는 속도가 상당이 늘어지고 힘도 두배는 드는 듯하다

낮에 쉬지 못한 탓인지 온 몸이 무기력하게 점차 활동량이 잦아진다.

아 !! 왜 이렇게 양이 많은 거야...^^;; 

 

새벽 1시

최군에게 짜증을 내다

 

동네 아주머니가 최근 몇 주동안 금요일마다 수거가 되지 않는다고 항의해 왔는데

최군이 오히려 더 방방거리며 화를 냄

 

최군은 분명이 치웠다고 주장하고 동네 아주머니는 안가져 갔다고 항의하고....

그렇게 한참을 골목에서 싸우고 있었음

 

순간 지겨보던 나도 화가 나서 최군에게 짜증을 부림

확인해보고 내일 전화드린다고 하면 될것을 왜 일하는 중간에

주민과 사우느냐고 내가 더 화를 냄

 

최군 약간은 황당한 듯 ...아니 나에게 서운한 듯

일하는 내내 입이 댓발은 나와서 일함.

 

아침 5시 30분

차고지 도착.

점검회의

밤에 있었던 수거원간의  이야기 점검

주민민원 대처 요령에 대하여 이야기 함

(나와 최군과의 일하다가 생긴 말썽에 대하여 논의

최군의 주민대처 방식도 문제지만

일하는 중간에 짜증내버린 나도 함께 문제지적 당하다.)

 

 

아침 6시

퇴근

배고파서 도형이형과 김밥을 먹다.

천원짜리 김밥 두줄에 나름 행복해 하다.

 

아침 7시

씻고 취침

거의 죽은 것 처럼 잠들었다.

너무 피곤하달까..

 

오전 10시

또 다른 하루 시작

어김없이 멍한 정신으로 눈이 떠진다.

겨우 세시간 남짓 잠들었던 것 같다.

피곤은 안가시지만

그럭저럭 버틸 체력은 약간 비축한 것 같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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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 놓고 보니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삶이다.

 

살아가는 것이 뭐 특별할 것이 있나 싶기도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면서 끌려다니는 삶이 약간 슬프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일들이 마지못해서 하는 양 기운없어 보인다는 거다

 

아무리 몸뚱아리로 먹고 산다고는 해도 뭔가

몸뚱아리를 일으켜 세울 힘찬 기운들이 필요한 요즘이다.

 

조금 더 진중하게 살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지내는 시간이라면

나름 활발하고 유의미하게

그리고 그런 의미들이 나의 삶의 행위들에 투영되어지기를 바래 본다.

 

앞으로 올 24시간에도 말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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