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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하지 않은 영화, Eros


[카에타노 벨로소. '미켈란제로 안토니오니']
-- 세편의 영화를 소개할때마다 각 감독의 영화이미지를 염두에 둔 일러스트와 음악이 흘렀다. 요게 제일 괜찮았다.

3명의 감독, 왕가위/스티븐 소더버그/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의 옴니버스 영화 에로스.
영화는 보고 나오면서 "뭐야..이거 이렇게 에로틱하지 않은 영화가 어딨어! 그냥 사랑에 관한 것이었어?" 황당했다.
왕가위의 영화가 그래도 기억에 남고...
그만 자버린 두번째 스티븐 소더버그의 마지막을 못봐서 마지막 장면이 괜찮다고 친구는 칭찬을..
감독이 자기 꼴리는 대로 만든 영화는 평범한 관객들이 보기에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재확인한 기회가 되어서 고맙다.



왕가위..지겹게도 이미지를 반복하는데 난 지겨우면서도 좋다.
고급콜걸인 공리의 재단사 장첸. 공리는 끊임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확인한다. 느린 화면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걷어올리면서 거울을 보는 장면은 너무 의도했다 싶을 정도로 이미지 그자체이다.

우리는 왕가위의 '그녀의 손길'을 보고 나서 두가지를 이야기 했다.
왕가위도 확실히 여성을 대상화 한다. 그렇지만 불편하거나 역겁지 않고, 정말 아름답게 그려낼 줄 안다는 것이다.(화양연화의 장만옥을 봐라. 오..그숨막히는 아름다움) 영화는 모든게 장첸의 시선을 따라가는데 그시선이 일반 남성의 시선이 아니라는 점. 왕가위의 영화 전반을 봐도 흐르는 그느낌이 분명 왕가위는 게이일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누구 맘대로..우리 맘대로..

다른 하나는 왕가위의 모든 영화는 60년대 홍콩의 정서에 대한 향수로 가득차 있다. 다른 두영화와 다른 감정을 갖게 만든 것은 그 왕가위가 그려낸 동양은 또한 우리 둘다 동양인이라는 것을 확연히 각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동경하는 대상에 대해 그리워 하지만 경외하면서 끊임없이 기다리는...그것...이게 단지 동양의 것이냐고 하겠지만 뭐랄까..하여튼 설명을 다할 수 없는 서양과 동양의 정서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장첸의 기다리는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황순원의 소나기가 떠올랐다.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은 소녀를 바라보는 소년...그 소년이 장첸 같았다.

우리는 이런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소나기2, 3버전(각자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술을 한잔했다. 영화는 그저그랬고 대화는 즐겁고 사는 것도 할만하다.

아참 보너스!! 영화보다 일러스트가 더 멋졌는데 로렌조 마토티라는 이탈리아 만화가의 작품이란다. 이 그림들이 흐르면서 카에타노 벨로소가 이영화를 위해 만든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라는 노래가 흐른다.(왕가위가 해피투게더 만들 때 카에타노 벨로소를 만날려고 브라질로 뛰어갔다더니...인맥은 중요하다!!!)
아래의 일러스트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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