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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뤼미에르

오늘은 아침부터 약간의 우울함이 있었습니다.

계절이 넘어가고, 바람이 틀려지면 나는 뭘하고 있나 괜스런 생각이 들거던요.

그런 마음 툴툴 털 기회는 언제나 옵니다. 친구를 만나 영화를 봤습니다. 아트시네마에서 대만뉴웨이브 영화제를 하고 있으니까요.

'비정성시', '카페 뤼미에르' 둘다 허우샤오시엔의 영화였습니다.

비정성시는 초반에 졸았고, 어쨌든 대작임에 틀림었었어요.

잠시 쉬면서 두번째 영화 카페 뤼미에르 보면서도 졸면 안되는데 화장실에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정신을 차렸어요.

 


'카페 뤼미에르'어땠냐구요?

졸기는 커녕..사로잡아버렸어요.

타인의 시선으로 타인의 공간과 타인을 바라보는 것.

조용히 좁은 공간에서 끈임없이 움직여요.

나도 내 좁은 방에서 혼자 지내면서 하루종일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물을 마시려고, 화장실을 가려고, 책을 뽑으려고, 음악을 틀려고..

또한 끈임없이 움직이는 지하철과 말없이 응시하는 시선..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한강철교를 넘어가던 지하철에서 반대편을 지나가는 지하철을 보던 기억이 났어요.

매일을 움직이는 것은 버라이어티한 동작이나 사건이 아니라 이동하고 바라보고 그런 것이 아닐까요.

남의 도시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이, 카메라의 속도는 일본에서 만든 일본의 영화보다 훨씬 느렸어요.그게 젤 맘에 들었어요.

 


무엇보다 아사노 타도노부의 따뜻한 시선..

지하철 소리를 녹음하느라 열심인 그가 아름다웠고, 그녀의 속깊은 이성 친구로 졸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슴 속 깊이 뜨끈뜨끈했답니다.

그를 아세요? 자토이치의 조용한 무사..그입니다.

 

 

영화는 끝나고 근처 포차에서 빈대떡과 청하한잔을 했습니다.

친절한 아주머니와 맛있는 빈대떡에 감동했지요.

우울한 기분은 멀리 날아갔고, 조용히 일상에 잠기고 싶었어요.

그냥 그렇게 사는 것 누가 뭐라해도 그게 좋아요.

오늘의 마무리는 이렇게도 퍼펙트하답니다.

 

ps: 아참..그녀의 방을 보고 내방 커튼에 대한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날씨도 맑아져서 미뤄뒀던 집안 꾸미기를 할 생각이었거든요.

마천 남은 것으로 속커튼을 만들고 겨울을 대비해서 붉은 체크무늬 천을 사서 밑단은 풀어서 올을 만들고 윗단은 박음질해서 그냥 슬슬 걸어놓을 것입니다.

아....그리고 부엌의 창문도 붉은 톤의 색지를 바르구요, 벽면도 살짝 페인트 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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