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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오이김치담구기

누구는 복(?)도 많아서 친정과 시댁에서 김치를 무한제공해주는 자가 있는 반면

나는 요리솜씨 별로 없는 두 엄마를 둔 덕에 (ㅎㅎ죄송 ^___^*)

김치구경은 거의 못하고 사는데,

안되면 말고, 있는 것으로 때우자는 주의를 갖고 있는 남편과 나는

복많은 후배네 어머님의 김치를 또 재분양 받아 얻어먹고 살았다.

뭐 주기로 한 날짜가 있는 것도 아니니 주면 고맙고, 한동안 안주면 ㅠㅠ 할수 없지.

 

혼자 집에서 점심 한끼는 반. 드. 시. 면으로 때우는 남편은

나보다 늘 더욱 김치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던 어느 여름 오이김치는 좀 쉽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오이김치 담구기를 시도했다.

부추도 함께...(부추 씻는 일은 아주 큰 일이지만...)

 

굳이 레시피도 필요없고, 계량컵도 필요없고,

오이를 썰어서 절인다음 (기양 맛보고 좀 짜다 싶으면 씻어 헹군다)

대충 집에 있는 고추가루 (분가할 때 시어머니가 싸주신 건지, 누구한테 얻은 건지 불분명한)와

마늘 (찧은 마늘은 시어머니가 항상 제공해주신다)  파 등등에다가

살짝 카나리액젖 (이건 왜,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다) 을 소심하게 뿌린 후

버무리고는 실온에서 하루는 놔둔 뒤에 냉장고에 넣었다. 

뿌듯하면서도 조마조마... 하게 하루를 더 기다렸다가 꺼내먹었더니 

우와~~~~ 대 성공!!! 우린 해냈어... 

 

첫번째 성공에 힘입어 한두달 후 다시 시도했다.

역시 대충 생각나는 대로 지난 번 기억을 살려 어찌구저찌구...

이번엔 부추 씻는 게 너무 구찮아서 오이만 담궜다.

이틀이 지난 후에 꺼냈더니 우엑~#$%^&!! 켁!!!

너무 짜다못해 쓰다... 지난 번 너무 소심했던 카나리 액젖을 너무 많이 부었다 싶었는데...

먹을 수 없는 오이김치를 바라보다 버리긴 너무 아까워서 고심하다

생각끝에 부추 두단을 사다가 (씻는데 목욕탕 전체가 부추들의 반란이었다) 넣었다.

그래도 들은 건 있어서 오래 묵히면 먹을만 하겠다는 생각에

한 일주일을 방치했다.

먹어볼까? 상의하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김치통을 열었다.

잉? 오이들은 속이 다 삭아서 껍데기만 남아있고, 이건 오로지 아주 푹 익은 부추김치이다.

뭐 어쩔 것이여... 버릴 수는 없고 그래도 먹어야지. 내가 한건데...

아끼고 아껴서(???) 두달만에 겨우 먹고는 일단 포기.

일년쯤 지나 또 한번의 시도가 있었으나 너무 조심해서 그런지 

특별한 문제는 없었으나 참으로 별 맛은 없는 오이김치

 

요즘들어 그 후배의 김치도 가뭄에 콩나듯 쪼끔씩만 전해지고 ㅠㅠ

시장 반찬가게에서 그나마 달지 않은 김치를 찾아 두번 사다 먹었다.

그러다가 김치 없이 일주일을 보낸 남편이 참다못해 항의한다. 김치먹고 싶어!!!

무지하게 더웠던 지난 일요일, 큰맘먹고 시장에 가서 오이를 샀다

뭐... 늘 조금씩 담구긴 했지만  한두번의 실패에 더 소심해져서 (그리고 까먹었다. 얼마나 담궜었는지)

오이 12개를 사다가 3개는 무쳐먹으려고 두고 9개를 잘라서 절였다.

이번엔 붉은 고추도 사다가 양파, 마늘이랑 같이 갈고, 고추가루, 액젖등을 넣어

온 집안과 온몸에 고추가루 범벅을 하면서 부추, 쪽파 등과 같이 넣어버무렸다.

하루를 밖에 두었다 냉장고에 넣어놓고 하루 지나면 먹기로 했다.

근데... 사실 남편도 나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아서 인지 깜빡... 한 것이다.

그렇게 4박 5일이 지나고는 오늘 아침을 먹으려다 갑자기,

아!! 오이김치 먹자!! 그러게... 먹어야 되는데...

꺼내서 기대반 의심반 딱 입에 넣었는데...

흠~~~ 이맛이야~~~ 처음 담궜던 바로 그맛... 성공,성공!!!

근데 좀 너무 익었다... 빨리 먹어치워야겠는데???

 

또다시 먹어치워야 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오이김치~~~ 우...우...우...

그래도 집에 김치가 있으니 걱정은 덜었다.  나는 이제 김치담구는 게 두렵지는 않아졌다... ㅎㅎㅎ

뭐... 또 담글라 치면 맛은 장담 못하겠지만,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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