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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오프 참가기

한심한 스머프...님의 [귀차니즘...그리고 태조산 번개..] 에 관련된 글.

벌써 1주일이 다 되간다.
진보블로그에 입성한 지 7개월 여. 드디어 나도 블로거 오프에 참가했다.
뻐꾸기가 초등학교 입학 전후한 아이들이 있는 블로거들을 초청했고, 나도 초청받았다. 어찌할까 망설이다 이번에는 가보자 하고 결정했다. 그렇게 해 지난 일요일 천안 태조산자연휴양림에서 있은 오프모임에 참석했다.

 

태조산휴양림 안에 있는 물썰매장. 겨울에는 눈썰매장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사실 난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노조 일 관련하여 현장 노동자나 관계자를 만날 땐 어느 때라도 앞뒤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노조나 당 등 익숙한 공간이 아닌 곳에서는 상당히 낯을 가리는 편이다. 접촉하는 것, 마찰하는 것을 의례 피하고 본다.

 

블로거 오프는 적어도 싸이버 세계에서 늘 마주보던 이들과의 만남이라 마냥 낯선 만남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얼굴을 마주한다는 건 기대되면서도 떨리는 일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다행이 내가 살고 있는 고양시에선 천안까지 가는 고속버스가 있다.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해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10시 40분, 12시 40분 이런 식으로 출발한다. 10시 40분 차는 너무 이르다. 반면 12시 40분 차는 너무 늦다. 약속시간이 2시니까 차라리 일찍 가서 놀자는 마음에 10시 40분 차를 탔다.

 

어린이 수영장에서 노는 아이들

 

성연이는 집을 나와서도 좋아한다. 다행이다. 이 녀석은 요즈음 아빠랑 노는 데 취미를 붙이고 있다. 목욕뿐만 아니라 외출, 바둑, 게임 등등을 아빠랑 함께 하고 싶어한다. 핑계지만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제대로 놀아주지 못 해서 미안할 뿐이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88도로는 한산하고 고속도로에서는 전용차선 덕택으로 막힘 없이 예정보다 15분이나 일찍 천안에 도착했다. 12시 10분이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우선 식당을 찾았다. 성연이 여행기분이 나게 성연이가 좋아하는 일본식 돈까스집에 갔다. 성연이는 히레까스를 난 생선까스를 먹었다. 가격은 비싸지만 맛은 솔직히 별로인데, 성연이는 그래도 좋아한다.

 

튀긴 음식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난 그 중에 부드러운 생선까스를 먹었지만, 속이 더부룩하다. (결국 탈이나 블로거들을 만났을 땐 얼굴에서 진땀이 날 정도였다.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편해졌지만...)

 

수영장에서 성연이

 

그래도 시간이 남아 서점에 들려 성연이 책을 사주고, 택시 타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도착하니 15분이 남아있다. 누군가 나타나겠지 하고 매표소 앞 나무그늘에서 성연이와 기다리는데 약속한 2시가 지나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어떻게 된 것일까.

 

그때 한 분이 아이를 데리고 매표소에 왔다. 뭔가 익숙하다. 그래도 처음 보는 얼굴이라 아는 체를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분이 이날 오프에 함께 참가한 블로거 '나무'이다. 역시 진보 페르몬도 무시 못할 정도로 강한가 보다.

 

어울려 노는 아이들

 

이윽고 썬그라스(?)를 쓴 스머프가 희연이를 데리고 매표소에 나타났다. 오프에선 처음 보지만 블로그에서 봤던 사진 덕분에 익숙하다. 스머프를 따라가 보니 뻐꾸기와 고깔, 뻐꾸기 친구, 친구의 친정 어머니 그리고 나무가 각각 아이들을 데리고 와 있었다.

 

처음 만남이라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데(^^;) 속이 탈나 진땀이 나고 힘들다. 이런 젠장.

 

성연이는 물썰매를 타고 다른 아이들은 풀장으로 갔다. 이날이 물썰매장 폐장일인데 3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뻐꾸기와 고깔은 차 트렁크 가득 음식과 술을 준비해왔고, 뻐꾸기 친구도 만만치 않게 준비해왔다. 태조산휴양림은 일요일임에도 한가한 편이었고, 길 옆 그늘에서 고기를 구어먹느라 피워대는 숯불은 15년 전 북한산 계곡을 연상시켰다. 우리도 한자리 차지했다.

 

술자리/ 음식을 잔뜩 먹고 난 후다.

 

화장실을 다녀온 덕에 속이 한결 편하고, 함께 나선 산책길엔 바람이 시원하다. 햇살은 여전히 뜨겁고, 나무 잎새들의 녹색은 여전히 짙지만 탱탱해진 감과 산수유 열매는 이미 가을이 와 있음을 느끼게 한다.

 

버너에 불을 붙이고, 고기를 굽고, 술잔을 돌린다. 뻐꾸기가 내놓은 녹차술은 인기가 좋아 두 병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아이들은 여전히 재잘대고, 때론 다투기도 하지만(주로 우리 성연이가 주범이었음. 이 자리를 빌어 애비로써 다시 한번 사과함.) 자기들 나름대로 놀이를 만들어낸다. 오래 전에 잊고 있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도 하고.

 

사는 얘기들이 오갔다. 특히 뻐꾸기 친구 어머니의 놀라울 정도로 열린 생각은 우리들을 감탄하게 했다. 때로 침묵이 있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다는 게 친구사이와 그렇지 않은 사이를 가르는 표식이라고 했던가.

 

이름 모를 들꽃/ 아름을 몰라도 아름다움은 떨어지지 않는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산모기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갈수록 모기 숫자가 늘어나 감당하기 어려울 즈음 고깔이 맥주와 모기향을 사왔다. 시계를 보니 이런, 벌써 막차 시간이 가까워져 있다. 아쉽다. 나는 서둘러 일어섰고, 뻐꾸기 친구는 택시를 불러줬다.

 

돌아오는 버스는 혼잡한 고속도로에서 전용차선도 밀려 꽤 시간이 더 걸렸다. 성연이는 내내 골아떨어졌고, 난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이번 오프 모임에 초대한 뻐꾸기와 고깔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한다. (고깔은 술 함께 먹고싶은 서글서글한 인상이다.) 뻐꾸기 친구와 그 어머니에게도 감사하다. 그리고 스머프와 나무, 그리고 아이들 모두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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