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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생일상 차리기

오늘은 아내 생일이다.

난 기념일에 대해 매우 무심한 편이다.

아내도 그런 편이었는데, 올핸 웬일인지 미역국이라도 끓여 달라고 하였다.

‘그까이꺼’ 하며 난 흔쾌히 ‘그러마’했다.



어제 저녁 회의 끝나고, 함께 저녁만 먹고, 지역의 술자리에서 연락이 오는데도 거절하고 집으로 갔다. 가는 도중 화정에서 내려 마트에서 장을 봤다.


‘밥만 해주는 건 뭔가 허전하지?’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래 조그만 선물이라도 하나 사자.’

뭘 살까 잠시 망설이다 목도리를 사기로 했다. 마침 아내는 목도리가 없다.

마트 옷 파는 코너를 가니 의외로 목도리를 파는 곳이 없다. 거리에는 목도리 두른 사람이 넘쳐나 목도리가 대 유행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닌가보다. 다행이 맘에 드는 목도리가 있었다.


이제는 식품코너. 아내가 생일인 오늘 저녁은 당 행사가 있어 아침만 함께 먹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미역국 말고 뭘 사지?’ 하고 고민하다 아내가 좋아하는 잡채를 하기로 했다. 당근을 사고, 노랑 피망(파브리카? 라고 써 있다.), 시금치는 할아버지 제사 때 썼던 것을 재활용하고, 버섯은 사려고 했는데 까먹고 못 샀다. 잡채용 고기를 사고, 미역국에는 고기 대신 아내가 좋아하는 바지락을 넣으려고 샀다. (케익은 이미 아내가 사다놨다고 문자가 왔다.)


이렇게만 사면 성연이가 삐지겠지. 뭘 살까 둘러보니 ‘치즈 안심 돈까스’를 늦은 시간이라 대폭 할인하여 판다. ‘옳거니’ 하고 난 그걸 골랐다.


집에 오니 성연이가 사 온 물건들을 모두 헤쳐 놓았다.


‘내 선물은 없어?’ 아내는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왜 없어!’ 자신 있게 대답하면서 난 목도리를 꺼내 주었다. 음~. 선물은 좋은 것 같다. 왜 지금껏 모르고 살았을까. 아내는 얼른 목도리를 목에 둘러본다. ‘돈이 어디서 났어?’ 밝게 물으면서 말이다.


아침을 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아내는 미덥지 못해서인지, 아님 꼭 해달라는 당부를 하고자 함인지 ‘정말 일어날 수 있겠어?’ 하고 거듭 묻는다. ‘난 할 수 있어’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간의 제약이 있다는 게 서두르게 되고, 익숙하지 못한 난 조금(?) 헤맸다.


미역국을 끓이는데, 별로 맛이 없다. 평소에 끓인 것보다도 더 맛이 없는 것 같다. ‘제길.’ 약한 불에 우려 바지락의 국물이 우러나오기만을 기다릴 뿐.


잡채를 하는데 도중에 아내가 나왔다. 막 볶으려고 후라이팬에 야채를 가득 담아놨는데, 아내는 야채도 순서대로 볶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야채보다 고기를 먼저 볶아야 하고. 이제 나는 주방장에서 조수로 전락했다. (이럴 땐 감비님의 선견지명이 부럽다.)


어쨌든 아침이 만들어졌다. 아내는 늦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준다. 특히 함께 만든 잡채는 굉장히 맛있다. 다행이다. 성연이 돈까스도 맛있다. 다행이다.


케익을 꺼내 촛불을 켜고, 드디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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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촐한 생일상과 생일기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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