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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럽다는 거...

오늘은 성연이와 송추로 등산 갔다.

아니, 등산이라기보다는 소풍이 가까웠을 것이다.

아내는 의정부에 문병가고, 문병가는 일행의 차를 얻어 따고 송추에 갔다.

 

송추 등산로 입구에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중국집이 있다.

산 속에서 핸드폰이 안 돼면 2시에 문병가는 일행과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미 단풍은 시작되었지만 가뭄으로 단풍이 메말라버렸다. 물이 가득하던 계곡도 저렇듯 물 하나 없고..

 

산 속으로 들어가니 핸드폰이 불통이다.

오래 된 가을 가뭄으로 계곡물은 바싹 말라 바닥이 모두 드러나 있다.

막 시작된 단풍도 화려한 빛깔을 내기도 전에 말라버린 것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핸드폰이 불통이라 2시까지 맞추려고 송추폭포까지도 올라가지 못 하고, 가지고 온 과자와 과일 그리고 물을 꺼내놓고 소풍분위기를 만끽했다.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하니 아이도 신이 난 것 같았다.

쉬지 않는 재잘거림... 그리고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퀴즈도 내고 또 풀고...

 

2시를 맞춰 내려오다가 전화를 하니 아직도 문병중이란다.

환자 상태가 이미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될 정도로 중태라고 했는데... 그래서 오래 문병하진 못 할 거라고 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그래도 2시까지는 아내 일행이 중국집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하고 성연이와 난 팍팍한 아스팔트 길을 내려왔다.

 

"이모가 우리 차 태워주면 좋을 텐데. 그치, 아빠."

 

나도 성연이 못지 않게 아스팔트길을 걷는 게 힘들었다. 그것도 여름햇살 버금가는 따가운 햇살 아래서 말이다.

 

중국집에 도착한 시간이 2시 5분.

 

"성연아, 우리 먼저 먹을까. 배도 고픈데."

"아니야. 배는 고프지만 같이 먹어야 의리지."

"그럼 중국집에 들어가서 기다리자."

"그래."

 

근데 왠걸. 중국집은 추석연휴로 휴무다.

아휴. 이 땡볕에 어디가서 기다린담.

 

우리는 길을 건너 하나로마트 옆 골목 그늘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뒷길을 헤메기도 하고,

쓰레기장이 곁에 있는 길가 그늘 옆에서 햋빛을 피하기도 했다.

그러다 주변의 작은 돌들을 모아놓고 구슬치기도 하고...

 

하여간 시간은 2시 30분이 넘었고, 40분이 넘었다. 이렇게 시간 만 갔다.

 

그러다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송추 거의 다 와간다는 거였다.

 

성연이가 막 화를 냈다.

 

"뭐야. 아직도 안 오고!"

"정말, 양심도 없다. 그치?"

"응. 정말 양심도 없어! 정말 어른스럽다."

 

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왠지 막 공감스러웠다. 양심이 없음과 어른스러움이 같은 뜻이라는 말이...

 

"성연아, 양심도 없는 게 어른스러운 거야?"

"크크. 짱구가 한 말이야~. 사실, 어른스럽지 못 하다고 해야 하는 건데... 캬캬."

 

어른스럽다는 건...

양심과 책임, 뭐 이런 것 하고 관계가 있을 터인데...

어찌돼었든, 참 힘들다. 어른스럽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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