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가을 샛강공원

오늘 출장길에 보니

논들은 추수가 끝나 텅 비어 있고,

단풍은 이제 거의 끝물이라 색감을 잃어가는 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단풍든 여의도 벗꽃나무 가로수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고, 저물어가는 석양이나 색감을 잃고 사라져가는 잎새처럼 소멸의 계절이기도 하다.

 

소멸.

소멸을 바라본다는 건 참 쓸쓸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다.

 

몇 걸음 내려서면 거짓말처럼 너무나 다른 세상이 나온다.


요즈음은 삶에서도 가을을 느낀다.

input에 따른 output을 늘 예상할 수 있었는데,

요즈음 얼마를 input해야 원하는 output이 나올지 잘 가늠이 안 된다.

 

샛강공원의 억새군락

 

어쩜 일시적인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심한 스트레스는 창의성을 갉아먹으니, 그런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몸이 적응된 대로 적당한 휴식, 적당한 이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 놀면서 일하자.

일을 잊고, 천천히 걸으며 샛강공원으로 갔다.

 

수련

 

샛강공원에는 아직 서리가 내리지 않았다.

억새도, 갈대도 잎새에 윤기 흐르는 노란색은 여전히 선명하다.

 

물론 꽃들도 제법 있다.

산국도 있고, 나팔꽃도 있고, 고들빼기, 개망초 등등

심지어 나비도 아직 있다.

 


산국

 

고들빼기

 

개망초

 

나비

 

샛강공원은 숲과 샛길과 연못과 도랑 등등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기 참 좋다.

 

이렇게 좋은데도, 사람이 바글거리는 여의도와 영등포 사이인데도

사람은 거의 없다.

 

연못

 

연못에 걸친 다리

 

샛강으로 내려보내는 지하수

 

맑은 지하수를 원수로 하는 연못이지만 그러나 물은 맑지 않다.

오염됐다기 보단 퇴적물에 섞이 유기물이 워낙 풍부해서 그럴 것이다.

 

물론 물이 맑지 않다고 물이 주는 편안함이 없다는 건 아니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연못가에서 오래, 아주 오래 머물고 싶다.

 

호젓한 샛길

 

언뜻 밀림처럼 느껴지는 숲

 

한모퉁이 돌면 논밭이 나올 것만 같은 저 길 끝에, 그러나 혼잡한 '일상'이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