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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든 북한산

지난 수요일 북한산에 올랐다. 지금쯤 단풍이 한창이겠지 하고 혼자 생각했었다. 정말 북한산 단풍이 막 절정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른 계곡을 가득 채운 단풍 가을 가뭄이 심해 올해 단풍이 시시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북한산 단풍은 참으로 예뻤다. 빨강에서 노랑까지 다양한 톤의 화려한 단풍잎들 화려한 발색(發色)을 바라보면서 그것이 또 다른 측면에서는 퇴색(退色)임을 생각하는 건... 희미하게 번지는 길어진 그림자 때문일까... 내 가슴까지 물들일 것 같은 단풍 나는 요즘 북한산을 갈 때 남들이 많이 가는 최고봉인 백운대 방향이 아니라 구기동으로 넘어가는 대남문 코스를 주로 택한다. 긴 산길... 정상에 이를 때까지 거의 같은 경사의 완만한 산길... 마치 산책을 해도 될 것 같기도 한 길이다... 노랑 단풍도 가득... 이 길은 능선에 거의 이를 때까지 냇물과 나란히 한다. 북한산의 물이 흐르는 계곡은 화강암의 희고 넓은 반석과 둥근 바위들, 그리고 보석처럼 푸르게 빛나는 맑은 물들이 너무나 좋다. 계곡물/ 가뭄이 심해 물이 많지 않다. 그래도 맑은 물과 송사리들이 즐겁다. 물론 가뭄 때문에 물이 적어 아쉬웠다. 더 아쉬운 건 제빛을 잃은 갈대다. 북한산 행궁터 근처엔 산속 답지 않게 갈대가 많다. 이 갈대밭은 사람들이 포토포인트로 삼는 등 나름 이름이 알려졌었다. 그런데 이번 가을 가뭄이 얼마나 심했는지 갈대들 이파리들은 노랑 단풍빛을 잃어버렸고, 갈대 꽃잎(씨앗)들은 짙은 회색빛으로 거칠게 흩어지고 있었다. 정겨운 산길... 능선에 오르니 뿌리기 시작한 이슬비는 산행을 마치고 나니 창밖으로 주룩주룩 소리를 내며 내렸다. 비는 다음날인 목요일에도 많이 내렸으니 아마도 계곡물은 제법 늘었을 것이고, 오랜만에 빛물에 번진 단풍은 더욱 투명하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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