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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철쭉과 11월 잠자리

지난 토요일(11. 7) 낮 노동자대회 전야제 가기 전에 올 가을 마지막 부로농원 모임을 했다. 단풍이 곱게 든 부로농원 골목길 모처럼 고구마도 굽고, 고기도 굽기로 했으니 사람들이 모이기 전에 잉걸이라도 만들어 놓으려고 좀 일찍 서둘렀다. 박씨 재실 앞을 지나는 순간 뭔가 이상했다. 돌아보니 철쭉이 피었다. 11월에 핀 철없는 철쭉 봄. 그것도 초봄이 아니라 한창 무르익는 봄에 필 철쭉이 겨울을 코앞에 둔 11월에 피었다. 철 모르고 피었으니 철없는 철쭉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옆에 있는 철쭉과 달리 올해 나온 이파리가 하나도 없다.(작은 이파리는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다.) 아하. 벌레에 이파리를 모두 뜯기고 남들보다 일찍 겨울잠으로 들었다가 춥고,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자 봄인 줄 알았구나... 단풍이 곱게 든 부로농원 들머리 부로농원에도 가을이 가고 있었다. 서리가 와 호박잎이 삶은 것처럼 뭉게져 있다. 한바퀴 들러보니 연못가에는 아직도 잠자리가 맴돌고 있다... 한뼘 남은 11월 여린 햇살에 겨우 얻은 온기로 힘겹게 힘겹게 날다가 돌 위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햇살이 비치는 돌 축대 위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11월 잠자리 그래도 같은 종이 오면 짝짖기를 하려는지, 아님 텃세를 하려는지 달려간다. 햇살은 언제까지 저들을 날게 할 수 있을까... 힘 잃은 메뚜기/ 가운데 갈잎 위에 마른풀색을 닮은 늙은 메뚜기가 힘겹게 앉아있다. 개인적 소회는 소회고, 사람들이 한둘 모여들고, 고기도 굽고, 고구마도 굽고, 술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세상 고통을 모두 잊은 듯 즐거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밭 언덕에서 기념사진(?) 플래시 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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