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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벌써 재작년이군요. [똥파리]라는 독립영화가 많은 관객들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았던 게요.

전 그때 그 영화를 못 봤습니다.

남들이 마구 몰려가 보면 오히려 잘 보지 않는 모난 성격 탓도 있지만, 그땐 이상하게 일정이 꼬여서 끝내 못 봤습니다.

 

어제 12시가 다 되어 케이블TV에서 똥파리를 상영했습니다.

저는 일찍 잠을 자고 싶어하는 아내의 구박을 무릅쓰고 소리를 최대한 줄인 채 이 영화를 봤습니다.

(그래서 대사 일부를 놓쳤습니다~ ㅎ 하지만 전체 맥락에는 지장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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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2008년 한국

감독 : 양익준

출연 : 양익준, 김꽃비, 이환, 정만직, 윤승 등

 



똥파리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밑바닥 사람들입니다.

따뜻한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따뜻한 기억도 별로 없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살면서 아무리 밑바닥 인생이라지만 어찌 따뜻한 기억이 없었겠습니다.

노란 옷을 입고 화사하게 웃으며 춤을 추는 엔딩 즈음의 꿈결같은 옛 기억처럼

분명 따뜻한 기억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따뜻한 기억은 검은 물감 속에 묻힌 작은 원색처럼 잔혹한 현실 속에서 존재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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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은 늘 다른 방향으로 엇나가고 있습니다.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따뜻한 사랑을 줄 줄도 못한다고 하나요.

감정표현은 거칠기만 합니다.

 

다른 사람(또는 다른 사람의 반은)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겠지요.

실물보다 아름답게 보여주는 거울이 없듯이, 이 세상은 이미 거친 나를 따뜻하게 받아줄 세상은 아니지요.

그러니 그들의 삶은 살려고 살려고 바둥치면 바둥칠수록 헤어나올 수 없는 곳으로 한없이 깊이 빠져드는 늪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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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이렇듯 여전히 엇나갑니다.

 

 

늪과 같은 삶은 대물림하면서 돌고 또 돕니다.

상훈이 똥파리처럼 죽어가면서 자신을 죽인 영재에게 '얼른 가'라고 하지만, 영재가 가더라도 늪을 벗어나진 못합니다.

 

아파도 아파하지 못하고, 사랑해도 사랑하지 못하는 삶.

참으로 아픈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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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따뜻하게 마주보는 시선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밑바닥 삶을, 거칠고 외면하고 싶은 삶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은, 그런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커다란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그런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애정은 상훈과 같은 밑바닥 사람들을 '사람의 범주'에서 제외시키는 폭력적인 우리 사회를 깨끝한 거울처럼 훤히 비춰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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