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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가

저희 남편처럼 억울하게 죽지 않게 도와주세요

성우기업 대표는 책임을 인정하고

남편과 저희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저희 남편은 어릴 때 병역특례부터 시작해서 조선소에서 이십 년 가까이 일했고, 그 대부분은 삼성중공업 협력업에서 일했습니다. 조선소 일이 힘들고, 또 직영이 아니고 협력업체에서 일하기는 했지만, 일 하나 만큼은 주변 동료들 누구라도 인정하는 기술자였고 또 그것이 큰 자부심이었습니다.

 

가족보다 회사 일이 우선이었던 남편

 

남편은 언제나 가족보다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족에게는 늘 미안해했습니다. 아침 6시 조금 넘어 출근해서 저녁 8시30분에 마치고 뒷정리까지 다하고 나면 매일 9시 30분이 돼서야 집에 들어왔습니다. 토요일은 항상 출근하다시피 했고, 일요일도 회사가 부르면 달려가 일을 했습니다. 십여 년 전에 형님이 먼저 돌아가셨는데, 일 때문에 형님 기일에도 제대로 찾아뵙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반장으로 반원들은 살뜰하게 챙겼습니다. 몇 차례 직장을 옮기려고 고민하다가도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반원들 때문에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남편의 소식을 듣고 찾아와 장례식장을 지켜준 반원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남편이 그렇게 애쓴 걸 사람들은 다 알아주는 구나 생각했습니다.

 

아이들과 캠핑 다녀온 것이 그렇게 큰 죄입니까

 

지난 5월 5일~8일 연휴기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거제문화관광농원으로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5월 5일은 출근해서 특근을 하고 퇴근해서 밤늦게 떠날 수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어디 나들이를 가도 거제를 벗어나 멀리 가 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회사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가까운 곳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가족이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감지덕지 했습니다.

 

그런데 캠핑 첫날부터 회사 직․반장들이 사용하는 단체카톡방에 올라온 글을 보고 남편은 마음 불편해 했습니다. 반장인 남편이 출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질책하는 내용이었고, 그걸 본 남편은 “월요일 출근하면 또 욕 들어 먹겠구나” 말했습니다. 저도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부서통합, 직책강등, 임금삭감, 전환배치...

 

그런데 5월 9일(월) 남편이 출근하자 성우기업은 남편에게 부당한 인사조치를 했습니다. 남편이 소속된 취부1반과 취부2반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취부1반 반장이던 남편은 물량팀을 관리하는 조장으로 쫓겨났습니다. 반장에서 조장이 되면 월급제에서 시급제로 바뀌면서 임금도 삭감됩니다. 휴일동안 출근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으로 너무 혹독했습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취부반에서 회사의 요구대로 이제껏 힘들게 일해 온 자존심이 짓밟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같은 부당한 인사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성우기업은 반장은 그대로 달아주겠다며 회사의 인사조치에 따라 물량팀 관리를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런 이야기에 남편은 더 큰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사람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회사로부터 농락당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퇴근할 때 사직서를 들고 온 남편은 회사에 사표를 내겠다고 했고, 저도 남편의 뜻에 찬성했습니다. 물론 세 아이와 먹고 사는 문제가 걱정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존심 하나로 모든 것보다 회사일을 우선했던 남편인데, 평소에 힘들 때면 그런 자신을 “개같이 일 한다”고 말하던 남편인데, 회사로부터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계속 일하라고 이야기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개같이 일하다 개같이 쫓겨나는구나”

 

다음날인 5월 10일(화) 남편은 조금 늦게 출근해 회사에 사표를 내고 낮에 일찍 집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회사로부터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끼고 회사를 그만둔 상실감을 느낄 남편을 위로해 주고 싶었습니다. 퇴직금과 마지막달 월급 나올 테니 당분간은 어떻게는 먹고 살 수 있을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조금 쉬면서 그 동안 못 놀아줘서 미안했던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면 되지 않겠냐고 위로했습니다. 몇 년 동안 제대로 기일을 챙기지도 못한 형님 묘소에 아이들과 함께 가 보자고도 했습니다. 요즘 흰머리가 부쩍 늘어났는데 기분전환도 할 겸 밝은 색으로 머리 염색도 하자고 해서 아는 미용실에 예약도 잡았습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저의 위로가 부족했나 봅니다. 성우기업의 부당한 인사조치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직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받은 배신감과 모멸감이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컸나봅니다. 저녁에 같이 일해 온 반원, 동료들과 마지막 회식을 하고 돌아와 세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하다 잠들었는데, 새벽에 본 남편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남편을 잃고 9살, 7살, 5살 아이들과 앞으로 홀로 살아가야 합니다. 큰 애한테는 아빠가 아프셔서 수술 받다가 돌아가셨다고 했지만, 둘째와 막내는 아직 어려서 아빠가 돌아가셨는지도 잘 모릅니다. 아이들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지금으로서는 막막하기만 할 뿐입니다.

 

죽어서도 억울한 남편의 한을 풀어주세요

 

그러나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남편의 억울함을 푸는 일입니다. 남편은 평소에도 반장 직책을 수행하느라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연휴 동안 아이들과 캠핑 다녀온 뒤 회사로부터 부당한 인사조치를 받고 사표를 내는 과정에서 얼마나 모멸감을 느끼고 배신감을 느꼈는지 저는 옆에서 다 지켜보았습니다. “개 같이 일하다, 개 같이 버려졌다”고 말하는 남편이 가능하면 마음의 상처를 덜 받았으면 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 알고 있습니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그런데도 성우기업은 거짓말을 합니다. 남편이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성우기업 회사 관계자가 남편이 죽은 첫날 장례식장에 찾아와서 한 말은 “미안하다”도 아니었고 “위로 드린다”는 말도아니었습니다. “밥그릇(장례물품) 가져다 드릴까요?”라는 얘기였습니다. 남편이 회사의 부당한 인사조치 때문에 받은 고통과 괴로움을 너무 잘 아는 제게 그렇게 뻔뻔스럽게 말해도 되는 것입니까.

 

또 성우기업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직책 강등은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취부반장에서 물량팀관리 반장으로 보냈다고 말입니다. 거짓말입니다. 취부반 반장에서 강등되어 물량팀관리 조장으로 보냈고, 남편이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손바닥 뒤집듯 다시 반장직책은 유지시켜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남편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더욱 심한 배신감과 농락당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성우기업 대표는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까. 비록 지금이라도 회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슬픔에 빠진 부모님과 저희에게 진정한 사과를 해 줄 수는 없는 건가요?

 

하루빨리 장례를 치르고 싶습니다

 

그 어느 누가 장례도 치르지 않고 남편을 병원 냉동고에 놔 둔 채 거리로 나오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야만 장례를 치를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야 세 아이들이 커서 나중에 아빠가 어떻게 돌아가셨냐고 물을 때도 떳떳하게 대답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정문 앞 빈소에 앉아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 하는 분들을 보면 남편이 생각납니다. 남편이 곁에 없고 영정 사진 속에 있다는 것이 실감나서 가슴이 한 쪽이 아프고 시려옵니다. 하루빨리 장례를 치르고 싶습니다. 하루빨리 남편을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삼성중공업에서 일하시는 여러분. 아침저녁 지나가시다가 마음으로라도 제 남편의 죽음을 위로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여러분과 오랜 시간을 함께 일한 동료의 일이라 생각하고 따뜻한 눈길, 따뜻한 마음 보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 성우기업 故정정수 반장의 아내, 남겨진 세 아이들의 엄마가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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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1 22:07 2016/05/2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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