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권리의 노예노동 간접고용실태보고서

2005/08/17 17:27

무권리의 노예노동, 간접고용실태보고서 | 곳간의 씨앗자루 2005/05/20 19:11
http://blog.naver.com/gusehwa/120013240065

 

'무권리의 노예노동, 간접고용실태보고서'

 

파견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

 

 

 


 

 

▲ 무권리의 노예노동에 대한 짧고 굵은 영상보고서(2004년2월작품)

 

 

 

울산 SK 공장에서의 작은 승전보

건설플랜트노조 투쟁의 긴박함이 한창인 때라서 그런지 최근 아주 반가운 소식임에도 묻히고 만 것이 있다. 바로 (주)SK의 위장계열사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했던 '아이캔' 노동자들 15명이 직접채용된 본사직원과 다를 바 없다는 판결이었다. 최근 울산지법에서 연달아 철저히 자본의 입김에 따라 판결을 냈던 것과 달리 서울지법에서 열린 1심재판은 아이캔 노동자들의 '승소'로 결론났다.

필자는 지극히 당연한 판결임에도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너무도 고무되었다. 아이캔 노동자들이 그동안 받아온 수모와 탄압 그리고 흔들림없는 투쟁을 벌써 몇년째 봐왔던 터라 더욱 큰 기쁨이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 그 어느때보다 일상적인 감시 속에 모멸감을 느껴야 했고 부당징계로 인해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껴왔었다. 비록 이번 판결 결과에 SK자본이 승복하지 않고 항소를 한다고 해도 새로운 힘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무권리의 노예노동?!

이번에 소개할 영상은 태준식이라는 걸출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2004년도에 발표한 24분짜리 짧은 다큐이다. 직전 작품이었던 방송사비정규직노조 주봉희 위원장을 다룬 다큐 <필승(必勝) version 1.0 주봉희>에 이은 '파견법 철폐' 연작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작품은 파견법 자체가 불법이든 합법이든 상관없이 노동자를 갉아먹는 악법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방송사에서 운전을 맡고 있는 파견노동자, 정규직과 똑같은 라인에서 똑같은 작업을 하는 현대자동차 하청노동자, 대성산소 정규직노조의 파업에 대비해 만들었던 용역업체의 비정규직 모두 간접고용이란 노예제도에 매여사는 이들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노조탄압 역시 이들 노동자들에게는 공통사항이다. 영상에 나오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의 평균시급과 실제 받는 시급의 차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또 매달 꼬박꼬박 업주이윤이 계산되는 것은 무엇인가. KBS에서 봉고를 모는 한 노동자는 인터뷰를 통해 말한다. "파견업자가 우리에게 해주는 게 무엇이 있나? 오히려 우리가 빼앗긴 것을 물어봐야지."




▲ 영상속 한장면, 파견법에 누구보다 앞장서 투쟁해온 방송사비정규직노조 주봉희 위원장


 

IMF 사태 이후 노사정합의(또는 야합)으로 출발

97년까지 모든 간접고용은 위법이었다. 그러나 IMF를 앞장세운 초국적자본과 노사정 야합은 정리해고와 파견법이라는 두가지 핵심사안을 넘기고 노조 정치활동보장과 전교조 합법화 등을 맞바꾸었다. 당시에는 정리해고라는 사안이 커보였을 뿐 파견법은 현재의 투쟁과는 사뭇 다르게 비중이 낮게 다루어졌다.

이미 파견노동자들이 존재하니 이들에 대한 권리가 보호될 근거를 만든다는 논리, 거기에 한술 더 떠서 파견법이 생겨 고용창출과 복지가 늘어날 것이라는 거짓 환상이 언론을 통해 대량 유포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파견법이란 노예사슬로 조여진 만신창이 노동자 삶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처럼 불법파견 판정을 받기(작년 9월과 12월)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노예노동이 있다. 그리고 2년마다 되풀이되는 계약해지, 또 다시 고용불안이 계속되면서 저임금으로 어쩔수 없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있다.

때문에 짧은 다큐를 보면서 내내 현재진행형으로 임시국회 때마다 되풀이되는 비정규직입법 개악저지 투쟁이 떠오른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란 단어에 이질감을, 노사정협상이란 말에 유독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부감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있다.

영상의 말미로 가면 '노란봉투'라는 비정규직 차별철폐 음반에 실린 노래가 흐른다. 그리고 침착한 나레이션이 이어진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전 산업으로 간접고용은 확대되고 있으며, 정규직이 정리해고되어 나간 자리에 파견노동자가 메우는 풍경은 더이상 낯선 것이 아니라는...

또 한 여성활동가의 인터뷰도 더해진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원상태의 정규직노동자가 되기란 판정받는 것 이상의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말. 바로 지금 우리가 발딛고 사는 울산땅에서 몸서리치게 겪고 있는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 감독_태준식 / 상영시간_24분 / 국가_한국
⊙ 구입문의 : 노동자뉴스제작단(02-888-5123)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265-6395)
⊙ 제작 : 방송사비정규직지부, 2004년 KBS 열린채널 방영작



"노란봉투"



"무권리의 노예노동,간접고용실태보고서" 삽입곡 - 비정규직차별철폐음반


1.늦은 밤 집에 돌아 와보니 야윈 아내 거칠은 손으로
편지가 왔노라고 내미는 노란 봉투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지 등줄기에선 식은 땀이 흘러
조심히 뜯어본 노란 봉투
" 귀하는 파견법에 의거 해고되었음을 통보합니다."

2. 병들어 누워계신 어머니 무슨 일이냐 물어오시네
한구석 겁에 질린 딸아이 얼굴이 샛노래지네

(후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창백한 형광등불빛
눈물이 흘러 가슴에 흘러
주먹이 불끈 떨리네

세상아 이 썩어빠진 세상아
맘놓고 일할 권리마저없는 세상아 이 미쳐버린 세상아
뒤집어 엎을 세상아






▲ 2000년 인권영화제, '인간의시간'으로 올해의 인권영화상을 수상하던 때의 태준식감독

 

 

출처 : 배문석 기자, 울산노동자뉴스, 2005. 5. 1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kmsy1953/trackback/131

Comments

What's on your mind?

댓글 입력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