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보호 법에 더 이상 속지 말자"

2005/08/18 13:11
비정규‘보호’법에 더 이상 속지 말자”
2005/03/31 오전 7:31 | 참세상 가꾸기

파견법 철폐 투쟁의 산 증인, 주봉희 씨 전주 강연
“IMF 직후 98년 노사정 합의를 통해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때만해도, 대량정리해고 사태를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했다. 그러나 2년 후 20년 넘게 일하던 사람들까지도 모두 파견법으로 해고됐다. 자본과 정권이 노동자들에게 사기를 친 것이다.”

노동계가 정부의 비정규보호입법안 국회통과를 반대하며 4월 1일 경고성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30일 전주를 방문해 비정규직 강연을 한 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주봉희 위원장의 말이다.

주 위원장은 파견법 철폐투쟁의 상징적 인물로 노동계에서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다. KBS에서 파견노동자(취재차량 운전)로 일한 그는 파견법 시행 2년을 앞둔 하루 전날 노란 봉투에 담긴 해고통보를 받았고 그 후 줄기차게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벌였다.

‘차별철폐’라는 글자를 머리에 염색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기 위해 여러 차례 진행된 전국순회투쟁에서 항상 선두에 섰던 그의 이야기를 한 독립영화감독은 <필승 주봉희>라는 다큐멘터리에 담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서 주 위원장은 자신의 해고에서부터 지난 몇년간 벌인 투쟁까지 생생한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파견철폐' 글자를 새긴 머리.
온몸에 고추장을 바르고 폭력진압을 일삼는 무장청경에 맞섰던 일. KBS가 방송사 앞 집회와 계란 투척을 금지하자 대신 메추리알을 던진 일. 방송사비정규직노조에 조합원이 위원장 한명밖에 없어서 다른 노조에서 사람을 꿔서 집회를 했던 일. 517일간 장기투쟁을 벌였지만 끝내 투쟁을 접은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이 건넨 ‘우리는 깃발을 내리지만 꼭 원직복직하라’는 격려에 부둥켜안고 울음바다가 됐던 때를 회상하며 그는 눈시울을 붉히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파견노동자의 어려움으로 꼽는 것은 정규직 절반 정도의 임금, 사내 차별대우를 넘어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노동조합 활동마저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다. 2년이 채 되지 않아 해고를 당하기 때문에 파견 노동자들은 노조 가입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주 위원장이 몇년간 홀로 고독한 투쟁을 감내해야 했던 이유다.

지난해 7월 주 위원장은 만 4년 30일 만에 KBS 자회사로 복직했다. 그러나 완전 정규직화는 이루지 못했고 방송사 안에는 아직도 수많은 파견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기에 비정규직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도 ‘정부 비정규보호입법안의 문제점과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보호입법안이 왜 ‘해고’가 아니라 ‘보호’입법안이라 불리느냐”고 되묻는다. 파견업종을 확대하고 파견근로기간을 연장해 파견노동자를 대량생산하고 기존의 불법파견을 합법화시켜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입법안을 ‘앵버리법’. ‘현대판 노예제도’라 칭하며, 4월 국회통과를 막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내가 받았던 노란 봉투를 모든 노동자들이 받게 되는 치욕적인 삶을 선택할 것인가. 모든 노동자들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말하며.


▲복직한 후에도 '파견법 철폐'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주봉희 위원장이 서있는 연단 한켠에는, 강제해고에 도교육청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북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피켓이 세워져 있었다.

 <출처 : 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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