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비정규법안 최종승부수 던져

2005/11/30 15:32
 
 
  한국노총, 비정규법안 최종승부수 던져
  '최종안' 제시에 비정규노조는 "미흡" 강력반발
  2005-11-30 오후 2:52:29
  한국노총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계류 중인 비정규법안과 관련해 '한국노총 최종안'을 공개했다.
  
  이 최종안은 노동계의 기존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으로 연내 비정규법 입법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노총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최종안에 대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사실상 양보안이라고 할 수 있는 '최종안'을 발표함에 따라 비정규법의 연내 입법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최종안, 기존안과 무엇이 다른가?
  
  최종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기간제 근로와 관련해 사유제한 도입 요구를 철회한 점이다. 노동계는 지금껏 예외적인 사유가 있을 때만 기간제 근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유제한 규정을 두어야만 기간제 근로 사용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종안에서는 이같은 '사유제한' 규정이 빠지고 대신 2년 간의 기간제 사용 후 고용보장을 위한 '고용의제' 조항을 삽입했다. 고용의제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를 사용했을 경우 해당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또한 파견법 개정안에서 논란이 됐던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과 같이 파견금지 업무의 경우 비정규직 사용이 적발되는 즉시 직접고용을 해야 하는 '고용의무' 조항이 도입되었고, 기간(2년) 초과 사용 시에는 '고용의제'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밖의 사안에 대해서는 노동계 기존안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예컨대 △차별금지 방식 △차별시정 청구주체 △차별입증 책임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기존안이 유지됐다. 또한 파견허용 업종과 관련해서도 △현행 포지티브 시스템이 유지됐다(아래 표 참조).
  
<비정규직법 최종안>
구 분
정부안
노동계
(4월 협상시 요구안)
경영계
최종안
검 토
차별
금지
차별
금지
방식
비정규 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금지
동등·유사한 기술,
작업수행 능력에 대한
동등처우
동등 직무·능력·성과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금지
동등·유사한 기술, 작업 수행능력에 대한 동등처우
"성과" 삭제
차별
시정
청구
주체
당사자
노조의 신청권 인정
당사자
당사자
노조
신청권
양보
차별입증
책임
당사자
사용자
(고평법 원용)
청구주체 당사자 로 할 경우 노동계 주장 수용가능
사용자
노동계 요구
관철
기간제
근로
사용기간
3년
1년+1년(사유제한)
3년
1안) 1년+1년
(사유제한)
기간
단축
 2안) 2년
기간
경과

고용
보장
해고제한
무기계약 간주
해고제한
1안) 고용의무
무기
계약
관철
 2안) 무기계약 간주
파견
근로
파견허용업종
네가티브
포지티브(현행유지)
포지티브 (확대·조정)
포지티브(조정)
현행
유지
허용업종규정
-
노사정합의(시행령)
정부가 노사의견
수렴후 결정 (법률)
노사정협의 (시행령)
휴지기간
3개월
6개월
삭제
(허용업종 연계논의)
삭제
현행
유지
사용기간
최장 3년
1년 또는 현행(2년)유지
4년
2년
현행
유지
사용기간 이후
고용보장
고용의무
고용의제(현행유지)
휴지기간 삭제시 노동계 주장 수용
고용의제
현행
유지
불법파견
고용의무
고용의제
고용의무·의제
모두 반대
고용의무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
파견
금지
특수
고용 노동자
논의 유보
노동기본권 보장
논의 반대
상반기 입법

  ◇ 노동계, 균열 조짐
  
  이같은 최종안이 제출된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노동계는 균열 양상을 뚜렷히 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어느 때보다 강한 공조의지를 보였던 민주노총 지도부마저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민주노총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국노총의 최종안 내용을 보고 (민주노총의) 간부 대부분은 아연실색했다"며 "절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비정규직 노조로 구성된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전비연)의 반발은 극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한국노총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기자회견 자체를 저지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국노총 간부들과 '욕설'을 주고받기도 했다. 구권서 전비연 의장은 "정권과 자본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최종안 도출 배경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30일 오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비정규법안에 대해 노총의 최종안을 공개했다. ⓒ프레시안  

  이처럼 노동계 내부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데도 한국노총이 노동계의 기존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최종안을 제출한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노총의 주요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기존안으로는 비정규법 입법 자체가 연내에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가장 주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한국노총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회 환노위, 열린우리당 등 정치권뿐만 아니라 경영계까지도 연내 입법처리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며 "연내 입법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총대를 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여러 차례 연내입법 방침을 밝혔지만, 사실은 노사 당사자 간 합의가 실패한 상황에서 굳이 정치권이 독자적으로 나서서 연내에 법안처리를 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 특히 비정규법안 처리 향배에 따라 노사 모두 반발할 것이 분명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굳이 정치권이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힐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년부터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과연 정치권이 비정규법 입법에 관심이나 갖겠냐는 우려도 한국노총의 이번 결단에 크게 작용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올해 입법이 되지 않으면 사실상 17대 국회에서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은 물건너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별개로 이제 노동계는 이제 해볼 만큼 다 해본 것 아니냐는 입장도 은연 중에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비정규법안이 입법예고된 후 양대노총은 강력한 공조체제를 구축하며 양 노총 위원장의 공동 단식, 총파업, 철야농성 등 실력투쟁을 전개했다. 또한 경영계, 정치권 등과도 끊임없이 협상을 시도했다. 요컨대 노동계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부의 원안을 저지한 만큼 비록 노동계의 기존안은 관철시키지 못하더라도 양보안이라도 제출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 연내 법안 처리 '파란불'
  
 
  한국노총이 이날 공개한 '최종안'은 노동계 기존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비정규노조로 구성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소속 노동자 2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노동 열사 영정등을 들고 노총 지도부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 ⓒ프레시안

  한국노총이 기존안에서 상당히 양보한 최종안을 들고 나옴에 따라 연내 법안처리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이론이 없다. 더구나 이날 제출된 최종안에 대해 열린우리당 쪽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내입법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한국노총의 최종안 그대로 입법이 관철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잠정합의를 했다가도 입법과정에서 뒤틀린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여전히 노동계가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최종안을 낸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만약 입법 과정에서 이날 제출된 최종안이 뒤틀리는 일이 발생할 경우 이용득 위원장을 비롯해 최종안 작성에 관여한 주요 인사들의 거취문제가 표면화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김경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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