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 사장 취임… "온몸으로 독립성 지킬 것"
오전 9시 지하주차장 출구로 출근…사내방송으로 취임사
2006년 11월 27일 (월) 10:25:07 서정은 기자 ( punda@mediatoday.co.kr)

지난 24일 임명된 KBS 정연주 사장이 27일 출근 저지에 나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진종철) 조합원들을 피해 출근을 단행했다. 또한 임직원들이 모이는 취임식 행사를 따로 하지 않고 사내방송을 통해 취임사를 발표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정연주 KBS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이날 정 사장은 서울 여의도 본관 사옥 주차장 입구에서 오전 7시부터 대기하고 있던 조합원들을 피해 9시경 주차장 출구 쪽으로 진입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지하 주차장과 연결된 본관 출입문을 통해 사장실로 올라갔다.

KBS본부 비대위 소속 조합원 15명은  규탄 시위를 열고 "낙하산 정연주는 KBS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진종철 본부장은 "떳떳하게 KBS에 입성하지 않고 입구가 아닌 출구로 들어온 정연주씨를 누가 국민 대표방송의 수장으로 인정할 수 있겠느냐"며 "투쟁은 오늘부터 시작이다. 현 집행부는 임기가 끝나는 12월31일까지 정연주씨와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취재 과정에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 일부 기자들의 카메라가 파손되는 등 청경들의 취재 방해 사태가 벌여져 기자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 사장은 이날 출근에 이어 오전 10시부터 30여분간 사내방송을 통해 그간의 소회와 KBS 운영계획 등을 담은 취임사를 발표했다.

이날 사내방송에서 정 사장은 "KBS를 떠난 지난 두달 동안 귀한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한국 사회는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단순한 이분법에서 나오는 극단주의는 교조주의에 빠지게 하고 이것은 다양성과 집단의 지혜, 합리성을 거부한다. 이 시점에서 공영방송 KBS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 KBS 노조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입구에서 지난 24일 공식 임명된 정연주 KBS 사장에게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 KBS 청원경찰이 정연주 사장의 출근을 취재하려던 사진기자들을 몸으로 막으며 끌어내자 취재진이 KBS 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정 사장은 "KBS는 정치와 자본 뿐 아니라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집단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의 기능을 해야 하고,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며 "갈등과 분열, 대립이 극심한 전환기에 사회적 통합을 이뤄내는 용광로 역할을 해야 하고, 선정적 상업주의와 다매체 환경에서 공영성을 지키는 마지막 파수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이어 "KBS는 각종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우리가 모두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해낼 수 있다. 사장인 내가 맨 앞에 서서 온 몸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고 제도적 물적 토대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KBS 위기와 관련 △공영방송에 대한 개념이나 법적 제도적 장치가 허술한 점 △25년째 월 2500원으로 동결돼 있는 수신료 문제 △3년마다 재허가 심사를 받아야 하는 현실 등을 열거한 뒤,  "이러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외 기능을 총괄할 특임본부장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사장은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게 조직의 문제점들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특히 회사 안팎에서 여러 지적이 있었던 팀제도 보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며 "팀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이완, 냉소적 분위기, 간부급의 사기 저하, 팀장의 업무 가중 등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 장점을 지키되 부작용과 문제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또한 사내 통합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 사장은 "출근 저지와 퇴진 등 정치투쟁으로 치달으면서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노조 집행부와 대화하기 참으로 힘들었다"며 "새로 구성될 노조 집행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상생의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마지막으로 KBS 개혁을 위한 5가지 플랜을 발표했다. 정 사장은 "우선 모든 권력으로부터 철저하게 독립성을 지켜내겠다"며 "KBS의 모든 조직과 역량을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와 고품격 프로그램이라는 공적 서비스를 다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직의 창의성과 효율적 증대 △재원 공영화 실현 △콘텐츠 종합매체로 발전 △지역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등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최초입력 : 2006-11-27 10:25:07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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