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비정규직 철폐투쟁,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인터뷰]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 후보
 
윤보중 기자    메일보내기  
 
 
 

  주봉희 후보는 십수년의 노동운동을 비정규직 문제에 헌신해왔다. 이미 그 자신이 비정규직 노동자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 바로 노동 3권을 옥죄어오는 자본과 노동계급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전쟁이기 때문이었다.
  
  70년대 전태일 열사가 외쳤던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은 단 한번도 두다리 펼 수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돌이켜볼때, 이미 전체 노동자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도 늦은 감이 있어보인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 후보 ⓒ민중의소리 김철수기자

  
  "2004년과 2006년,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공식 추천 후보를 내고 민주노총 상층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확산하기 위한 방책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은 번번히 좌절되면서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주봉희 후보는 2006년 선거에서 전비연 공식후보였던 이남신 후보가 낙선되자 "되지도 않는 억지"를 써가며 재검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재검표 결과가 현실을 뒤바꿔주지는 않았다.
  
  "정파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민주노조 운동은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와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전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도,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부위원장 자격을 얻는 것은 거대한 벽과 마주하는 문제였습니다. 올해 전비연은 공식적인 후보를 추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욕심으로 출마한 것은 아닙니다. 오직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민주노총 내에서 풀어보고자 하는 결심으로 이번 선거에 뛰어든 것입니다"
  
  주봉희 후보가 선거에 참여하자 반신반의 하던 전비연 소속 동지들도 "다소 놀랐던지" 지난 5일 이후 주봉희 후보는 그들을 만나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한번 해보겠다"는 그를 만류하는 사람은 없지만 늦게나마 "그를 공식후보로 추천하자"는 목소리도 후일담 쯤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비정규직 투쟁 현안은 특수고용노동자와 노동악법 폐기 투쟁"
  
  "2007년도에 민주노총에 어떤 집행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싸울 것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가 결심하고 지켜내려 했던 현안들을 2006년에 모두 빼앗겨 버렸기 때문입니다"
  
  "다리에도 매달리고 노동청도 점거하고 강에 뛰어들고 탑에 올라가고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습니다. 몰상식한 자본과 정권, 이에 야합한 일부 노동운동가들에 의해서 정말 허망하게 노동악법들이 통과되고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겼지만 말입니다"
  
  주봉희 후보는 2007년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현안에 대해 단연코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와 노동악법 폐기 투쟁을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노조 대표자들은 개악된 노동악법들의 가장 주된 피해자입니다. 이들이 민주노총과 싸우든, 정부를 상대로 싸우든 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파견법, 노사관계법, 무엇이 됐건 그들을 벼랑끝으로 몰아부치고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제도에 대해 폐기 처분 투쟁으로 강력히 맞서야 합니다. 법개정이라는 것은 애초에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투쟁의 몫이 아닙니다"
  
  "특히 지난 국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2000년부터 줄곧 제기되어 왔던 특수고용노동자의 요구에 대해 자본과 정권은 유사근로성이라는 말도 안되는 개념을 앞세워 탄압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학습지노조, 덤프연대, 경기보조원 등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계층은 다양하지만 국회에서 아직 논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제 이것이 2007년 비정규직 노동자는 물론이고 노동계의 중요한 싸움이 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주봉희 후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돕겠다던 민주노총의 '말로만 투쟁'"을 비판하면서 "민주노총 상층부가 얼마나 이 싸움을 전면에 부각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노동문제, 민주노총이 전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김철수기자  
   

 주봉희 후보는 "3년간 준비하고 한순간 허망하게 무너져버린" 노동계의 현안 투쟁을 두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노동자는 하나다'며 구호는 외치지만, 민주노총 선거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언제나 따돌림을 당해왔습니다. 자본한테 짓밟히고 민주노총 조합원한테도 따돌림을 당했던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 볼때 그 실망감은 정말 너무 깊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민주노총의 고민은 정말 현장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현장을 향한 것이어야 합니다"
  
  주봉희 후보는 "부위원장이 된다면 2003년도에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 출신이었던 홍준표 부위원장이 보궐선거로 당선되어 1년 남짓한 기간동안 세워놓은 비정규직 투쟁의 기틀을 확고히 하는 것을 주된 역할이 될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연맹마다 비정규 특위가 있고, 지역본부마다 조직담당자들이 있으며 민주노동당조차도 비정규직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개별적으로 분화되어 있는 이런 방식으로는 비정규직 문제가 소속단체의 정치적 성과나 가늠하는 수준 이상을 넘기 어렵습니다"
  
  " 2003년도 홍준표 부위원장이 비정규직 투쟁을 민주노총 차원의 독립적인 투쟁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습니다. 재임기간이 워낙 짧았기때문에 그 사업들을 제대로 해내기는 힘들었지만, 비정규실을 만들고 비정규기금의 틀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업이 완성되지 못했고, 2004년과 2006년에 전비연 공식후보가 낙선되면서 그간 민주노총 차원의 비정규직 투쟁은 정체 혹은 후퇴 국면에 있었습니다."
  
  "각 연맹과 지역본부 등에서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되는 비정규직 사업으로는 현시기 강위력한 자본의 공세에 맞설 수 없습니다. 개별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말 끈질기게 싸웠지만, 그 결과는 손배가압류와 투옥 등으로 활동가는 물론이고 노조를 와해 국면까지 내몰았습니다. 노동계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이만큼 버텨온 것도 사실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민주노총은 말로만 '투쟁'을 외쳤을 뿐 이 문제를 전면에 걸고 싸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봉희 후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 집회 구호로 전락해버린" 민주노총 상층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민주노총이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야 승산이 있다"는 희망도 제시했다.
  
  "저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단일한 지휘 체계 하에서 일사분란하게 투쟁하기를 기대합니다. 전비연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입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한다면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사실 그동안 전비연 차원에서 무엇을 하자고 해도, 소속 연맹 단위의 눈치를 보아야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비정규직 노조들이 지역, 연맹 소속인데 상층의 지침이 아닌 전비연 지침에 의해 무언가를 하려한다며 이를 좋게 봐주지 않았던 것이죠. 총연맹 차원에서 규모있는 연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사실상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큰 연대라는 것은 무산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재정자립도가 낮고, 조직력이 미비한 상태에서 활동하는 비정규직노조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할 때 주봉희 후보의 지적은 "민주노총 내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 비정규직 노조 활동가들의 당위가 무엇인지 짐작케 한다.
  
  민주노총이 나아갈 길, 민주노총이 지나온 길
  
  "개인적으로 조준호 집행부는 이수호 집행부의 연속선 상에 있었다고 봅니다. 전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을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조준호 집행부는 2006년에 타협과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고자 했습니다. 이수호 집행부가 들어섰을 때 총파업을 난발했는데, 조준호 집행부는 2년이고 3년이고 한번에 모아서 사회적 교섭을 병행하는 투쟁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8차례나 총파업을 선언했고, 그것은 무늬만 총파업이었을 뿐 현장에서 동력이 발동되지 못했습니다. 역시 2006년의 쟁점은 비정규악법이었는데 민주노총은 무기력하게도 투쟁다운 투쟁 한번 못해 보고 이것이 자본과 정권의 의도대로 통과되는 것을 망연자실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 대우건설 비정규노동자 투쟁선포식 포스터 ⓒ민중의소리 전문수기자
   

 주봉희 후보는 투쟁을 조직화하지 못한 원인에 대해서는 "현장의 투쟁력 때문이든, 총연맹의 지도력이 부족해서이든 각자의 몫으로 남겨졌다"며 말을 맺었다.
  
  주봉희 후보는 "혁신이라는 말은 자본가들의 말이다"면서 "혁신을 이야기 할려면 자기자신부터 돌아보라"며 선거과정에 개입될지도 모를 정치적 이해와 거리를 두었다.
  
  "민주노총의 바꿔 보자는 이야기는 오히려 뻔뻔하게 들릴 정도입니다. 이미 노동 운동내의 불균형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어 있습니다. 어느 정파에 속해 있든 민주노조 운동 다운 운동의 모습을 잃어가고 점차 정치적이고 자기 집단의 이기적 이해만이 깔려있는 운동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민주노총 상층에서부터 현장의 노동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며, 현안사업장에서만 마이크를 잡고 책임지는 투쟁하겠다고 구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냉소적인 이야기를 들을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봉희 후보는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꽃이고 생명이고 마지막 보루"라고 전하면서 "더이상 노동운동이 정치인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순수한 노동자, 서민과 대중, 맨 밑바닥에서부터 그들의 대변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계파간의 갈등이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갈등이 아닌, 노동자는 진정 하나다라는 우리의 확신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정파의 갈등을 묻어버리고 민주노조 운동으로 다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07년 대선 국면에서 그 입지가 더욱 좁아진 노동계의 현실을 걱정하는 주봉희 후보는 민주노총의 고립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운동도 정치와 연관을 안지을래야 안 지을 수 없죠. 각 정당들이 대선을 앞두고 정말 끝장나는 싸움을 벌일 것이고, 그만큼 노동운동의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 것입니다. 거기다 자본과 정권은 자신들의 골칫거리들을 모두 해결한 상태이며 오히려 느긋한 심정일 것입니다. 이는 한국노총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은 싸워야 하는 것이고 세상을 깨우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싸움이 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지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는 바로 노동 3권의 문제입니다. 노동자성마저 인정을 받지 못하는 그들은 우리들의 가장 첨예한 현실의 화두입니다. 2007년에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보장받기 위한 싸움에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합니다"


2007년01월11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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