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허세욱 열사여 2007년 4월 1일

2010/04/01 16:56

"머리띠를 풀어 바람에 날린 유골 가루를 묻힐 수밖에 없었다"
-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이 전한 유골수습과정


이날 촛불행사에서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이 허세욱 씨의 사망 이후 유가족들의 조문 거부, 유골수습 과정을 밝혀, 그 내용을 그대로 전한다.

허세욱 동지가 돌아가신 15일부터 16일까지 긴박하게 돌아간 과정을 밝히려고 한다. 오전 11시 55분 처음으로 메시지를 받아 민주노총에 도착한 것이 12시 40분이다.

동지의 시신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회의를 하다가 안성 성요셉 병원에 안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안성에 내려간 것이 오후 4시 40분이다. 그곳에는 이미 한독운수 동지들과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동지들 30여명이 있었다.

이미 가족들은 술에 취해서 흥분한 상태였다. 유가족들의 반대로 조문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범국본 어른들이 내려오면 전체 조문을 하기 위해 기다렸다. 오종렬 의장님과 평통사 홍근수 대표님,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님이 오후 9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그래도 가족들은 완강히 버텼다. 때로는 무릎을 꿇기도 했지만 위협을 가하기도 해, 어른들을 모시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문성현 대표는 영안실 밖에서라도 조문을 하겠다며 그곳에서 절을 하고 계셨다.

지역 동지들이 텐트를 구해 두 동을 쳤다. 그곳에서 촛불집회를 30여명의 동지들과 진행했다. 비가 세차게 내렸지만,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마음에 12시 넘게 촛불행사를 했다.

천막 안에 있는데 새벽 5시 58분에 주차장 밖이 이상해서 뛰쳐 나가봤다. 유가족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차가 지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버스는 경찰들의 포위 속에서 빠져나갔다.

버스가 성남 화장터에 도착한 것이 8시 10분이다. 정보과 형사, 경찰들에 막혀 다시 한번 예를 갖추려 했지만 하지 못했다. 유골이 되어, 영정과 함께 나왔을 때 저는 매달렸다. 마지막 가는 길 인사라도 반절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가족들은 유골을 들고 합사장으로 가버렸다.

이름 모를 유골들이 들어있는 합사장에 유골이 뿌려버렸다. 저희는 통곡을 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은 합사장에 열쇠를 채우고 떠나버렸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머리띠를 풀어 바람에 날린 유골 가루를 묻히는 일 밖에 없었다. 산에 뿌리면 흙이라도 퍼오고, 강에 뿌리면 물이라도 퍼오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다른 동지는 주위에 흩어진 유골가루를 수습하고 나는 내가 가진 머리띠에 유골을 묻혀 범국본에 전달했다.

눈물을 머금은 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항간에 민주노총이 조문을 막았다는 소문이 있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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